전시행정에 국한된 창조경제는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진정한 창조경제의 구현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여기 해답이 있다. 바로 ‘O2O’다.
최근 인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열면서 정부가 지난 11개월 동안 창조경제 구현을 꿈꾸며 추진해온 창조경제혁신센터 17곳이 모두 완성되었다. 그러나 정부가 열심히 홍보한 장밋빛 전망과는 다르게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초반 성과는 초라하다.
정부가 창조경제 육성을 위해 지역별 거점을 만들고 관련 대기업을 연결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게 하는 정책은 환영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것이 보여주기 식의 전시행정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창조경제가 홍보관 같은 센터 몇 개 만들고 떠들썩하게 개소식을 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 않은가?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보다는 체계적으로 창조경제를 어떻게 육성할지를 정책적으로 정하고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서 창조경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다 같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19세기 중반 미국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금을 캐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로 모여들었다. 10여 년간 지속된 금광시대, 이른바 골드러시(Gold Rush) 가 이어지는 동안 전 세계에서 30만 명 이상이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하지만 정작 금을 캐서 돈을 번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곡괭이, 청바지 등 채굴에 필요한 장비나 물품을 파는 사람들이 돈을 더 벌었다. 금광 채굴 산업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일종의 거품경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품경제는 미국의 철도산업 발전, 광산기술 발전을 이끌었고 이에 따른 공업화와 정착민들을 위한 농장 건설 등 공업과 농업이 동시에 성장해 서부지역 발전과 함께 19세기 미국 번영의 원동력이 되었다.
1990년대 후반 미국에는 닷컴 버블이 일었다.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수익모델 없이 우후죽순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했던 시스템, 네트워크, DB, SW 등 관련 IT 산업은 이후 크게 성장하면서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다.
미국의 벤처 투자가 존 도어는 지난 몇 년간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3가지 트렌드를 소셜, 로컬, 모바일이라고 지적하며 이를 ‘솔로모(SoLoMo)’라고 명명했다. 최근 들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을 의미하는 O2O(Online to Offline)가 등장하면서 솔로모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민간소비 규모는 연간 약 700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온라인 거래규모는 약 60조원에 불과하다.
여전히 640조원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앞으로 O2O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O2O 시장이 약 3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터넷 쇼핑 자체도 컴퓨터 밖으로 나와 스마트폰으로 점차 들어오고 있다. 이제는 길거리 매장이나 매장 근처에서 ‘ 검색 → 주문/ 예약 → 결제’까지 스마트폰으로 처리하고, ‘소비’나 ‘픽업’만 오프라인에서 하면 된다. 상품 구매뿐만 아니라 택시, 배달, 부동산, 맛집, 미용, 세탁, 청소, 수리 등 다양한 서비스가 O2O로 확장되고 있다. 또한 새로운 금융기술인 핀테크가 등장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졌고 O2O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사회의 전 영역이 모바일화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 무의미한 시대가 열렸다. 판매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오프라인에서 이용했던 상품 및 서비스를 온라인을 통해 그대로 제공받을 수 있다. 오프라인 영역을 온라인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O2O는 가장 주목해야 할 창조경제라 할 수 있다.
해외 및 국내에서는 배달, 택시, 음식 등 O2O에 기반을 둔 온디맨드 (On Demand)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고, 여기에 핀테크, 푸드테크 등 신종 O2O 기술이 결합하면서 O2O 시장은 가장 뜨거운 신성장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다양한 업종에서 O2O 서비스가 활발하게 등장하고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O2O가 거품경제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차량 공유 서비스 앱인 우버택시는 기업가치가 약 60조원을 넘어서며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이처럼 O2O 서비스가 거품 논란에 휩싸이고 있지만 새로운 가치와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창조경제의 핵심가치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정부가 창조경제 활성화 정책 중 하나로 O2O 서비스를 선정해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면 O2O 산업은 좀 더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 분야 전반에 O2O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게 하고 O2O 서비스를 도입한 기업이나 매장에 대해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300조원에 달하는 O2O 산업의 성장 속도가 훨씬 빨라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런 거대 규모의 O2O 산업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창조경제 육성이 아닐까?
- 안병익 씨온 대표는…
국내 위치기반 기술의 대표주자다. 한국지리정보 소프트웨어협회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한국LBS산업협의회 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포인트아이 대표이사를 지냈고, 지난 2010년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씨온을 창업해 현재 운영 중이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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