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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인의 예(藝)-<46>서세옥 '춤추는 사람들']화폭 가득 '무리의 울림'...붓 지난 자리는 그대로 춤사위
    [조상인의 예(藝)-<46>서세옥 '춤추는 사람들']화폭 가득 '무리의 울림'...붓 지난 자리는 그대로 춤사위
    작가 2018.01.19 15:47:03
    한 무리의 사람들이 손에 손잡고 어우러져 춤춘다. 한 사람의 오른손은 옆 사람의 왼손을 붙들고, 또 그 손은 위쪽 사람의 발과 연결되고, 아래에 있는 사람의 손으로 또 이어진다. 화면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한 덩어리를 이룬다. 하나라고 외치며 치솟는 우리네, 한민족을 보는 듯하다. 농묵의 짙은 흔적에서 인간의 강렬한 힘이 느껴지고 먹의 번짐에서는 생명력의 파동이 전해진다. 물기 머금은 촉촉한 선에서 시작해 아스라한 갈필을 넘나들면서도 끊어지지 않고 그은 선은 자유자재로 뒤엉켜 사람들 간의 조화를 탄생시켰다. 붓이 지난 자리는 그대로
  • [조상인의 예(藝)-<45>이인상 '설송도']담담한 먹빛...서릿발 같은 기개...선비의 혼 깃든 雪松
    [조상인의 예(藝)-<45>이인상 '설송도']담담한 먹빛...서릿발 같은 기개...선비의 혼 깃든 雪松
    작가 2018.01.12 14:33:11
    훤칠하게 뻗은 낙락장송이 눈앞을 턱 막고 섰다. 그 소나무 참으로 반듯하구나. 곧기가 전봇대 같은 것이 기개가 치솟아 화폭을 뚫었다. 나무 윗부분이 화면 너머로 툭 잘렸으니 그 높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호락호락하지 않겠다는 심산인가. 나무 위로 소복소복 눈이 내렸건만 추운 기색은커녕 늠름하기만 하다. 옅고 맑은 먹으로 그린 데다 눈 내린 설경이지만, 독야청청 푸르른 잎은 망설임이 없다. 실제 푸른 색은 조금도 사용하지 않았다. 하나 매서운 바람이 나무의 푸른 서슬을 더 돋군다. 사찰 입구를 지키는 일주문 기둥처럼 나무줄기는 듬직하
  • [조상인의 예(藝)-<44>이성자 '오작교'] 점 하나 하나가 눈물...사무치는 그리움을 그리다
    [조상인의 예(藝)-<44>이성자 '오작교'] 점 하나 하나가 눈물...사무치는 그리움을 그리다
    작가 2018.01.05 15:49:14
    “이것은 동양에만 있는/ 다리다// 이것은 동양에만 있는/ 눈물이다// 이것은 동양에만 있는/ 그리움/ 아롱진 사랑이다// 동양의 지혜로/ 가로 놓인// 은하수/ 먼 별들의 다리// 일 년에 한 번/ 만났다 헤어지는 사랑을 위한/ 하늘의 다리// 이것은 사랑하는 마음 사이에만 놓이는/ 동양의 다리다// 그리움이여/ 너와 나의 다리여.” 한국적 정신성과 동양의 유산을 간직한 채 서양미술을 받아들여 특유의 추상예술을 완성한 이성자(1918~2009)의 1965년작 ‘오작교’를 본 조병화 시인은 같은 제목의 이 시를 헌사했다. 하늘이 내
  • [조상인의 예(藝)-<43>김정희 '세한도']고고한 松柏에 빗댄 사제의 情...먹물보다 진한 의리를 담다
    [조상인의 예(藝)-<43>김정희 '세한도']고고한 松柏에 빗댄 사제의 情...먹물보다 진한 의리를 담다
    작가 2017.12.29 16:38:53
    추운 날씨 탓인가. 따뜻한 커피 한 잔에, 흔들어 쓰는 일회용 손난로 하나에 언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녹아내린다. 연말연시라 주고받는 시의적절한 안부 이건만 심신이든 혹은 상황과 처지이든 ‘좀 더 추운’ 사람에게는 더 절절하게 들리기 마련이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제주에서 귀양살이하던 19세기 조선의 천재 추사 김정희(1786~1856)도 그랬다. 제주로 온 지 어느덧 5년째. 찾는 이는 없고 세상에서 잊힐 것 같은 두려움마저 스칠 정도로 외로운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인적 드문 추사 유배지로 책꾸러미가 배달됐다. 김정희의 제자
  • [조상인의 예(藝)-<42>한묵 '금색운의 교차']강렬한 원색 굽이치는 동심원...숨쉬는 우주를 담다
    [조상인의 예(藝)-<42>한묵 '금색운의 교차']강렬한 원색 굽이치는 동심원...숨쉬는 우주를 담다
    작가 2017.12.22 14:39:09
    어두운 골목길 끝에서 다 큰딸의 늦은 귀가를 기다리던 아버지는 또각또각 발자국 소리에 들고 있던 손전등을 켰다. 스무 살이 넘었어도 딸은 아버지 눈에 여전히 다섯 살, 무작정 “아빠~”를 외치며 달려와 안길 것만 같다. 뛰다 넘어질까 불빛에 눈부실세라 아버지의 전등은 얼굴을 피해 걸어오는 발 앞만 훑어준다. 빙글빙글 춤추는 불빛에 흥얼흥얼 아버지의 노래가 흐른다. 무뚝뚝한 아버지에게 사랑은 말이 아닌 행동이요, 다짐이 아닌 실천이다. 캔버스 뒤에 전등을 들이댄 것 마냥 그림에서 빛이 난다. 멀찍이 앞을 비춰주던 아버지의 전등불을 닮
  • [조상인의 예(藝)-<41>김규진 '총석정절경도 '금강산만물초승경도']조선의 자부심을 담다
    [조상인의 예(藝)-<41>김규진 '총석정절경도 '금강산만물초승경도']조선의 자부심을 담다
    작가 2017.12.15 17:17:17
    브루클린에서 바다 건너 바라본 뉴욕 맨해튼 풍경이 딱 이랬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건물들이 그리는 화려한 스카이라인은 사람이 그릴 수 있는 가장 큰 그림임을 과시하는 듯했다. 잠시 시간을 100년 전으로 되돌려 대서양과 태평양을 넘어 강원도 동해안으로 가보자. 총석정이다. 강원도 통천군 해안가에 자리 잡은 정자 이름이지만 절벽을 따라 병풍처럼 빽빽하게 늘어선 현무암 돌기둥 일대를 통칭해 총석정이라 부른다. 지금은 북한 땅이라 가볼 수 없어 더 안달 난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명승지로 꼽히며, 총석정이 빠지면 관동팔경 전체가 의
  • [조상인의 예(藝)-<40>권영우 '무제']젊은날의 아픈 초상…찢긴 한지에 스며들다
    [조상인의 예(藝)-<40>권영우 '무제']젊은날의 아픈 초상…찢긴 한지에 스며들다
    작가 2017.12.08 16:21:14
    간밤에 눈이 내렸다던가. 사는 동네에 따라 눈이기도 했고 진눈깨비였을 수 있고, 남쪽이라면 비가 내리다 말았을 수도 있겠다. 이도저도 떨어지지 않은 고요한 밤이었다면 추녀 끝에 달랑거리던 물방울이 엮은 고드름이라고 해보련다. 눈이 내리면 꺼내보리라 벼르고 벼르던 권영우(1926~2013)의 1985년 작 ‘무제’이다. 어슴푸레한 겨울밤 갓 내리기 시작한 눈송이처럼 경건하다. 푸른 물감이 스민 화선지 사이로 클로드 아실 드뷔시(1862~1918)의 ‘베르거마스크 모음곡’, 그 중에서도 ‘달빛’의 선율이 배어 나오는 듯하다. 은은함 때
  • [조상인의 예(藝)-<39>심사정 '오상고절'] 바위옆 서릿발 뚫고 핀 국화...'선비의 고독한 절개' 화폭에
    [조상인의 예(藝)-<39>심사정 '오상고절'] 바위옆 서릿발 뚫고 핀 국화...'선비의 고독한 절개' 화폭에
    작가 2017.12.01 17:48:10
    매화는 눈 속에서 꽃망울을 터뜨려 찬바람에 그 향기를 실어 보내고, 난초는 척박한 돌 틈에서 뿌리내려 곧은 꽃대의 맑고 그윽한 향으로 주변을 가득 채운다. 국화는 서리 친 가을에 홀로 피어 추운 겨울을 견뎌내며, 대는 마음을 비우듯 속이 비었으되 단단하고 꼿꼿하게 자라 불굴을 상징한다. 이들 매난국죽(梅蘭菊竹)을 일찍이 군자의 표상으로 칭송하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국화는 서리 치는 늦가을, 다른 꽃들이 다 시들어갈 때 거만하고 고고하게 꽃을 피운다 하여 ‘오상고절(傲霜孤節)’로 불린다. 추위를 이겨내듯 역경과 시련을 극복하고 자신의
  • [조상인의 예(藝)-<38>청전 이상범 '조(朝)']졸졸 흐르는 개울..손흔드는 나뭇잎...고단한 농부의 삶을 위로하다
    [조상인의 예(藝)-<38>청전 이상범 '조(朝)']졸졸 흐르는 개울..손흔드는 나뭇잎...고단한 농부의 삶을 위로하다
    작가 2017.11.24 14:51:50
    동이 채 터오기도 전인 이른 아침, 농부 부부는 일을 하러 나선다. 이들의 일터는 자연이다. 일이라는 게 해도 해도 끝이 없건만 아득함으로 여겨지기보다는 넉넉한 땅의 품 안이 가난해도 아늑할 따름이다. 지게 멘 허리가 휘고 머리에 바구니 짊어진 목이 뻐근해도, 그래도 고향 땅을 지키는 이유다. 졸졸 흐르는 개울이, 착착 줄지어 순응하는 풀무더기가, 손 흔드는 나뭇잎이 이들을 응원한다. 한국적 산수의 전형을 이룬 청전 이상범(1897~1972)의 1954년작 ‘조(朝)’는 이른바 ‘청전양식(靑田樣式)’의 전형을 보여준다. 야산, 수목
  • [조상인의 예(藝)-<37>김종영 '자각상']생생한 나뭇결에 비대칭 얼굴...물성 그대로 살린 '不刻의 美'
    [조상인의 예(藝)-<37>김종영 '자각상']생생한 나뭇결에 비대칭 얼굴...물성 그대로 살린 '不刻의 美'
    작가 2017.11.17 17:56:50
    스스로의 현실을 깨닫고 자각(自覺)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제 얼굴을 잘 안다고 자부하지만 막상 자화상이라도 그려볼라치면 ‘어렵다’ 여기는 것과도 비슷하다. 남의 얼굴은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지만 정작 내 얼굴은 거울이나 카메라 등 비추어진 이미지로만 봐 온 탓인지 언제나 가뭇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셀카(selfie)를 찍는 게 현대인의 일상이라지만 그것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라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 김종영(1915~1982)은 지천명이 된 1964년에 첫 번째 ‘자각상
  • [조상인의 예(藝)-<36>변관식 '외금강 삼선암 추색']생명력 안고 치솟은 바위...외금강의 역동적 기운이 꿈틀
    [조상인의 예(藝)-<36>변관식 '외금강 삼선암 추색']생명력 안고 치솟은 바위...외금강의 역동적 기운이 꿈틀
    작가 2017.11.10 17:17:41
    그림을 가로지르며 치솟은 저 우뚝한 것이 나무인가, 절벽인가? 아니 이 장면은 꿈인가, 실재하는 풍경인가? 소정(小亭) 변관식(1899~1976)은 30대에 8년이나 금강산을 누볐고 이후 두고두고 당시의 감동을 머금어 그림을 그렸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외금강 삼선암 추색’은 소정이 그린 여러 점의 금강산 중에서도 작가의 전성기 개성이 드러나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삼선암은 금강산의 만물상 입구 왼쪽에 솟은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의 세 바위를 가리킨다. 구름이 움직이면 마치 하늘에서 신선들이 내려오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지명
  • [조상인의 예(藝)-<35>임응식 '가을']삶의 고단함 잊게 하는 볏단…흑백에 담은 시대의 萬感
    [조상인의 예(藝)-<35>임응식 '가을']삶의 고단함 잊게 하는 볏단…흑백에 담은 시대의 萬感
    작가 2017.11.03 16:37:28
    가을걷이도 다 끝나간다. 올해는 농사도 풍년이고 속속 전해오는 주요기업들의 3분기 실적발표 또한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으로 풍년이다. ‘한국 사진계의 선구자’ 임응식(1912~2001)이 풍년 소식에 가을 추수 장면을 담고자 카메라를 들고 나선 것은 1977년의 일이다. 그간 쌀 부족을 이유로 막걸리 제조에 백미(白米)를 쓰지 못하게 하던 것이 이해 풍년을 계기로 허용됐으니 풍년도 대풍이었던 해다. 웅크린 털 짐승처럼 볏단들이 줄지어 쌓여 있다. 엇갈리게 묶인 모양이 마치 손에 손을 잡은 것처럼 정겹다. 고단함을 잊을 정도로 신 나게
  • [조상인의 예(藝)-<34>의재 허백련 '추경산수'] 상록수 틈새로 낯 내민 단풍...가을, 산 깊은 곳까지 찾아들다
    [조상인의 예(藝)-<34>의재 허백련 '추경산수'] 상록수 틈새로 낯 내민 단풍...가을, 산 깊은 곳까지 찾아들다
    작가 2017.10.27 17:40:13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지금은 정치인이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더 유명한 시인 도종환의 ‘단풍드는 날’이다. 시 중간의 ‘방하착’은 불교 용어로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뜻이다. 비 맞고 바람 맞아가며 지켜온 잎사귀에 새 옷 차려 입혀 한껏
  • [조상인의 예(藝)-<33>도상봉 '국화']가을을 따라온 싱그러운 국화...지친 마음을 보듬다
    [조상인의 예(藝)-<33>도상봉 '국화']가을을 따라온 싱그러운 국화...지친 마음을 보듬다
    작가 2017.10.20 14:16:06
    종로구 인사동에 즐비한 화랑 중에서도 ‘선화랑’은 역사나 영향력 면에서 단연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1977년 선화랑을 연 창업자 고(故) 김창실(1935~2011) 회장은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한 후 약국을 운영하던 약사 출신이다. 미술 애호가였던 김창실은 인사동 거리가 비포장도로이던 1950년대부터 그림 보러 다니길 즐겼다. 눈 호사가 기뻤을 뿐 선뜻 그림 살 엄두는 내지도 못하던 그녀가 1965년에 처음으로 그림 한 점을 품에 안았다. 둥그런 백자 항아리 위로 하얀 꽃송이들이 흘러넘치듯 탐스럽게 피어오른 도상봉(1902~1977
  • [조상인의 예(藝)-<32>박수근 '나무와 두 여인']찬바람 부는 날...아이 업은 아낙의 눈엔 그리움이 가득
    [조상인의 예(藝)-<32>박수근 '나무와 두 여인']찬바람 부는 날...아이 업은 아낙의 눈엔 그리움이 가득
    작가 2017.10.13 14:23:45
    고향 다녀온 지 며칠이나 됐다고 또 엄마가 보고 싶다. 돌아서면 곧 또 그리운 엄마, 만날 먹어도 질리지 않고 생각나는 집밥의 연장 선상에 박수근(1914~1965)의 그림이 있다. 나목(裸木) 아래로 젊은 아낙이 아이를 업고 섰다. 그의 눈은 짐을 머리에 인 채 장으로 나가는 여인 쪽, 그 건너편 먼 곳을 응시한다. 하염없이 바라보는 그 눈에는 분명 그리움이 가득하리라. 잎 떨어진 나무 탓인지 찬 바람이 부는 듯하다. 우둘두둘 화강암 같은 질감의 그림 표면 너머로 1950~60년대, 배는 늘 고팠지만 마음만은 넉넉하던 그 시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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