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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미국 워싱턴 도착…오늘 밤 트럼프와 정상회담 총력전
정치 정치일반 2025.08.25 05:50:05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했다.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친 뒤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출국한 이 대통령은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했다. 이 대통령은 도착 직후 재미동포들과 만찬·간담회를 갖고, 이어 2박 3일간의 방미 일정을 시작한다. 핵심은 25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지난달 타결된 관세 협상의 세부 조율,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 주요 현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전시작전권 전환, 국방비 증액 등 민감한 안보 이슈와 함께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협력 확대 방안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위성락 대통령 안보실장은 “경제통상 안정화, 한미동맹 현대화, 새로운 협력 영역 개척 등 세 가지가 주요 의제”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취임 82일 만에 열리는 첫 한미 정상회담으로, 성과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정치권은 분석한다. 이를 위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순방길에 동행했고, 조현 외교부 장관 등 실무진은 현지에서 미국 측과 사전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동행한 15개 기업 경제사절단은 이날 오후 미국 경제계와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열어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전략국제연구소(CSIS) 초청 정책연설에도 나선다. 순방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로 이동해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조선소를 시찰하고, 한국 대통령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6년 만에 서재필 기념관을 방문한다. 이 대통령은 이후 귀국길에 올라 3박 6일간의 한·미·일 순방 일정을 마무리한다. -
[백상논단] 한일, 새로운 출발선에 서다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5.08.25 05:00:00한일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역대 한국 정부는 과거사 인식 차이, 독도 문제, 위안부 문제 등으로 인해 일본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독도 방문으로 한일 관계가 경색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취임 직후부터 일본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면서 아베 신조 정부와 갈등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리자 양국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며 심지어 ‘죽창가’까지 등장하는 등 최악으로 떨어졌다. 한일 모두 한번 경색된 관계를 수습하기는 쉽지 않다. 정치 지도자는 이런 사안에서 대중적 지지를 받기 어렵고 관계 회복에는 정치적 자산과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이재명 정부의 결단은 주목할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와 2023년 강제징용 제3자 변제 합의를 국가 간 약속으로 존중해 뒤집지 않아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과거에 머물기보다 ‘미래를 향한 협력’을 선택한 것이다.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 언론 보도문에서 ‘미래산업 분야 협력 확대와 공동 과제 대응’에 양국의 의지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변환하는 세계 질서에서 한일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양국은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시장경제 체제를 갖춘 ‘유사(類似) 국가’로서 많은 것을 공유한다. 우선 실전 배치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노출돼 있다. 한일 모두 핵 능력을 자체 보유하지 못한 채 미국이 보장하는 핵 억제인 확장 억제에 의존하고 있다. 또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핵심 동맹국으로 미군이 주둔하면서 중국 견제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 미 국방부가 가장 중요하면서 유일한 위협으로 규정한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할 때 주일미군이 우선 투사되겠지만 주한미군도 역할이 있는 만큼 결국 한국과 일본 모두 지정학적 긴장 상태에 빠져들 것이다. 아울러 미군 주둔 비용을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예외 조항을 인정한 ‘특별협정(SMA)’을 통해 분담하는 동맹국이다. 이런 특징으로 한일 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와 안보 압박에 취약한 것도 유사하다. 한미일 협력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같은 핵심 참모는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결국 한국과 일본이 직면한 전략 환경은 ‘공동 운명체’에 가깝다. 경쟁보다는 협력이 합리적 선택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한일이 적극 협력한다면 한미일의 틀에서 대만해협 위기 연루, 방위비 분담, 확장 억제 제도화 등에 긍정적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대만해협 위기와 관련해 한미일이 비공개로 협의를 진행해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의 역할,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요구하는 사항 등을 확인하고 수용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한 일종의 ‘지침’ 마련이 가능하다. 한일이 협력하면 구체적 틀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위기 회피가 아니라 일본과 한국이 공동으로 책임을 나누고 기대를 관리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새로운 도전을 맞을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후임이 우익 성향을 강하게 대변하거나 한국 내 정치 지형 변화에 따른 반일 감정이 재확산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셔틀외교’와 같은 지속적인 소통과 대화 채널을 튼튼히 하는 것이 필수다. 양국 정상이 서울이나 도쿄가 아니라 서로의 고향인 경북 안동과 히고현 마이즈루의 허름한 식당에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모습도 그려본다. 그런 담백한 대화가 때로는 냉랭한 외교 무대보다 더 큰 돌파구를 만들 것이다. 누군가 거센 언어로 다시 갈등을 부추기더라도 양국 지도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고민한다면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실용외교’가 정말 유효한지 확인되는 순간일 것이다. 실용외교는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복잡다단한 세계 정세 속에서 한국 외교가 생존하고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돼야 한다. 한일 관계의 회복은 그 첫 시험대이자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의 관문이 될 것이다. -
[여명] K원전의 '진짜 성장'을 위하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5.08.25 05:00:00윤석열 정부 시절인 지난해 11월의 어느 날,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의 한 이사회 멤버에게 용산 대통령실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이 인사는 당시 한국과 미국 원전 업체 웨스팅하우스가 검토하고 있는 비밀 합의의 골자에 대해 “기술 수출 제한 및 시장 분할 규제가 지나치게 과도해 우리가 불리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피력해왔던 인물이다. 전화를 받은 뒤 용산에 들어갔다 나온 이 인사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주변의 물음에 “혼나고 왔다”고 짧게 대답했다고 한다. 이후로는 일사천리였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올 1월 한전·한수원·웨스팅하우스는 “지식재산권(IP) 관련 합의에 도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 7개월 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합의문의 원문을 최초로 취재해 공개한 것이 최근 서울경제신문 원전 관련 보도의 핵심이다. 이번 원전 보도 과정에서 담당 데스크로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국가 에너지의 핵심인 원전 산업에 대해 이렇게 부정적인 보도를 할 수 있느냐”였다. 체코 원전 수출을 포기하고 원전 생태계 복원을 중단했어야 했느냐는 질타도 있었다. 심지어 “친시장 언론인 줄 알았는데 반시장이었느냐”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진실은 그렇지 않다. 합의문의 주요 내용을 보도하기로 결정한 것은 원전 산업을 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원전을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이번 보도는 무엇보다 한국과 웨스팅하우스 간 재협상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합의문 곳곳에 우리 원전 산업이 장기적으로 영향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독소 조항이 가득한 탓이다. 당장 이대로 합의문이 개정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향후 50년 동안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시장을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물론 웨스팅하우스는 일종의 팹리스(설계 회사)로 시공 능력이 없기 때문에 한국과 합작법인 형태로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K원전 기업이 파운드리(위탁 생산 회사)가 돼 미국의 300기 원전 공사를 싹쓸이하면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같은 파운드리라고 해도 기술·영업 독립권을 쥐고 있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입지는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지게 된다. 고객을 가려서 받는 슈퍼을(乙)로 성장한 대만 TSMC와 미국 애플로부터 생산라인에서 나오는 먼지 한 톨까지 관리 감독을 받는 폭스콘의 현재 모습을 비교해보면 간단한 문제다. 폭스콘의 성장은 애플로부터 ‘마진률 3% 이내 제한’을 받으면서 사실상 멈췄다. 폭스콘을 마른 수건 쥐어짜듯 한계까지 몰아붙인 애플은 최근 인도로 생산기지를 옮겨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7을 전량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번 합의에서 한국 원전 1기당 최소 1조 1000억 원의 이익을 확약받고 기술 개발 및 수출에도 다양한 제약을 건 것으로 확인됐다. 현 구조에서 한국 원전의 미래는 TSMC에 가까운가, 폭스콘에 가까운가. 제대로 된 ‘한국형 원전’을 개발하기 위해서라도 합의문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독자 기술이라고 자랑해왔던 APR1400 노형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시스템80’ 설계를 근간으로 해 부품 및 공정 작업의 국산화율을 95% 이상으로 높인 제품이다. 설계를 한국형으로 개량하기는 했어도 그 근본은 미국에 있다는 얘기다. 설령 미국의 원천 기술에서 100% 벗어나 새로운 원전을 만든다고 해도 이것이 미국의 기여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지 여부는 웨스팅하우스가 지정한 미국 기관으로부터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합의문은 규정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주력 제품인 APR1400부터 미래 에너지로 각광받는 소형모듈원전(SMR) 시장까지 미국의 족쇄를 차고 있는 것이다. 우리 원전에 대한 정치적 공세도 배격해야 한다. 원전의 반대말은 재생에너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원전의 비중은 안정적으로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해 원전 생태계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이 필요하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문 개정이 테이블 위에 올라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
[사설] 李 “日 최적 파트너” 미래지향적 협력으로 국익 키워야
오피니언 사설 2025.08.25 00:05:00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셔틀외교 복원을 알리고 미래지향적·상호호혜적 협력의 청사진을 담은 공동 발표문을 냈다. 두 정상은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간 회담 이후 17년 만의 한일 정상 합의문에서 “새 경제·통상 질서 하에서 양국 간 전략적 소통 강화가 필요하다”며 “한일 관계 발전이 한미일 공조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자”고 다짐했다. 수소·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협력 확대와 저출산·고령화 문제 대응을 위한 협의체 출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대북 정책 협력 등의 내용도 담았다. 이 대통령은 “(일본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지리적 인접성 측면뿐 아니라 경제·안보·사회적으로도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나라다. 과거사에 발목 잡혀 갈등과 반목을 되풀이해 왔지만 이 대통령의 표현대로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기도 하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미중 패권 경쟁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서 한국과 전략적 이해를 상당 부분 공유하는 일본과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런 면에서 이 대통령이 과거사를 딛고 미래에 방점을 둔 한일 파트너십을 강조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상 궤도에 오른 한일 관계가 한미일 3국 협력 고도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기대해봄 직하다. 첫걸음은 잘 뗐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한일 간에는 아직 과거사 문제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등 해결되지 않은 민감한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불투명한 이시바 정권의 앞날도 변수다. 셔틀외교의 문을 열었다가 역사 문제에 발목 잡혀 한일 관계 악화를 경험했던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역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전향적 태도와 함께 반일(反日)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우리 정치권의 구태 근절이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 한일 관계가 진정한 ‘새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두 정상의 협력 의지가 국익 증진으로 이어지도록 양국이 긴밀하고 지속적인 소통과 신뢰 복원으로 실질적인 경제·안보 협력 성과를 도출해 내기를 바란다. -
[사설] ‘동맹 앞날’ 달린 李-트럼프 회담, ‘한미 윈윈’의 기회로
오피니언 사설 2025.08.25 00:05:00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의 ‘안보 청구서’와 통상 압박 등의 난제를 풀기 위해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단순 상견례 자리가 아니라 70년 넘게 지속돼 온 한미 동맹의 미래가 달린 중대한 분기점이다. 이 점을 주목한 이 대통령은 중국과 전략 경쟁 중인 미국을 의식해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먼저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일 안보 협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다만 외교·산업·통상 수장들이 이례적으로 이 대통령의 일본 일정을 수행하지 않고 미국으로 급파되면서 양국이 의제 조율을 두고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의 세 축으로 경제 통상 안정화, 한미 동맹 현대화, 한미 간 새 협력 분야 개척 등을 제시했다. 어느 것 하나 합의가 쉽지 않고 서로 얽혀 있어 ‘패키지 딜’ 도출에 진통이 예상된다. 가장 큰 산은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과 한국의 방위비 부담 확대 등을 포함한 ‘동맹의 현대화’다. 한국은 한미 연합방위 태세 강화가 목표지만 미국은 중국 봉쇄 전략에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미 동맹의 억지력을 한반도 외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할 경우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유사시에 한국이 휘말릴 수 있어 전폭적 수용이 쉽지 않은 요구다. 경제 분야에서도 대미 투자 펀드의 구체화,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과 비관세장벽 철폐 등을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포와 압박’ 전술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 국익과 안보를 지키려면 상호 이익 균형의 관점에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 방위비 증액은 적정 수준에서 받아들이되 우리의 핵 잠재력 확보를 위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이 대통령 말대로 “경제든 안보든 기본 축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임을 명확히 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친중’ 오해를 푸는 것이 선결 과제다. 또 조선에 이어 원전·방산·인공지능(AI)·반도체 등 미국 안보와 직결되는 산업 분야에서 교류 협력을 확대해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변화하는 국제 안보 질서를 한미 간 새로운 윈윈 관계 구축의 기회로 바꾸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
한미정상회담, 톱다운식 해법을 기대한다[이태규의 워싱턴 인사이드]
국제 정치·사회 2025.08.24 20:34:42한국의 대선 직전인 올해 6월 2일 ‘이태규의 워싱턴 인사이드’를 통해 ‘한미 관계가 조용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칼럼을 게재했다. 주한미군 규모 및 역할 조정 문제, 나아가 중국에 대한 한국의 입장 등에서 한미 관계의 물밑에 이상징후가 보이지만 대선 후보들은 한미 관계를 너무 낙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이상기류는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백악관은 한국 대선 결과를 묻는 언론 질의에 축하 메시지는 생략한 채 ‘중국의 개입’을 거론했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 재무부의 e메일 한 통에 공항에서 발길을 돌리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한미 무역 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타결됐지만 이달 25일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안한 분위기는 또 연출되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2일 간담회에서 “현재 한미 동맹은 경제·통상과 안보 양 측면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최고 당국자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동맹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인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통상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함께 이동하는 장관들이 먼저 미국에 도착해 카운트파트너와 만나는 보기 드문 상황도 벌어졌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해제, 대중국 공조, 대미 투자 등에서 한미 간의 이견이 있음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이럴 때는 결국 톱다운식 해법을 기대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정상회담까지 시간도 얼마 없거니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톱다운식 해법을 선호하기로 유명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단 자신과 더불어민주당의 반미(反美)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게 중요하다. 워싱턴 내 공화당 쪽 사람들을 만나보면 한국 정치인의 성향과 과거에 했던 발언을 한국인보다 더 꼼꼼하게 파악하고 있다. 최근 만난 대표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전 선임연구원은 “이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 외교정책에 있어 중도적 발언을 많이 했지만 그가 정말 그런지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며 “설령 이 대통령이 변했다 해도 한국 민주당 내 진보적 시각을 가진 그룹은 분명히 존재한다. 따라서 미국은 그의 외교 및 안보 정책을 매우 주의 깊게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동맹의 나이가 일흔 살을 넘었다며 ‘역사’를 강조하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실용적인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함흥차사가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에게 자랑할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미국 제조업과 조선업 부활을 위해 무엇을 할지, 투자 규모 및 예상 효과는 어떤지를 간결하게 설명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구축하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돌발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시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 J 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해 주요 참모진을 총출동시켜 상대국 정상을 ‘압박 면접’하듯이 대해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아니더라도 급진적 성향을 가진 백악관 인사들이 중국의 선거 개입 등 부정선거,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처우 문제 등을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최근 신아시아안보연구센터(C4NASS) 주최 온라인 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박해를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인권 측면에서) 정치적 이유로 안 좋은 대우(mistreat)를 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외교의 꽃은 정상회담이다. 정상 차원에서 좋은 관계가 구축된다면 실무 선에서 이견이 있어도 문제는 풀리기 마련이다. 이 대통령의 사실상의 첫 주요 외교 무대인 한미 정상회담이 주목되는 이유다. -
韓日 "대북정책 협력 약속"에…신형 미사일 시험 사격한 北
정치 통일·외교·안보 2025.08.24 20:09:5023일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대응, 대북 제재 이행에 관한 양국의 협력 의지가 재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날 도쿄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북정책과 관련해 양국 간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측의 공동언론발표문에도 “양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가 충실히 이행되도록 국제사회와 협력을 지속해 나가야 함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및 러시아·북한 간 군사 협력 심화, 납치 문제 해결 등도 향후 양국의 협력 과제로 꼽혔다. 이를 위해 두 정상은 ‘대화와 외교를 통한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같은 날 북한은 신형 지대공미사일 시험 사격이라는 도발을 감행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번 사격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이뤄졌다. 통신은 “신형 반항공(지대공)미사일 무기 체계가 무인 공격기와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공중 목표들에 대한 전투적 속응성(반응 속도)이 우월하며 가동 및 반응 방식이 독창적이고 특별한 기술에 기초하고 있다고 평가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험 사격은 이 대통령의 일본과 미국 순방에 맞춰 실시됐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한미연합 ‘을지자유의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도 겨냥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다만 비교적 도발 수위가 낮다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2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UFS를 강력 비판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이 참관한 사격 훈련을 공개했다”며 “호전적인 공격 무기가 아닌 대공 방어 무기를 공개해 한미를 자극하기보다는 자체적인 억제·방어 능력 향상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정상회담 직전 만난 한미 외교장관…미묘한 온도차
정치 통일·외교·안보 2025.08.24 18:48:07방일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한 가운데 한미 양국 간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되고 있다. 우리 측에서는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미 측에서는 동맹 현대화 등을 강조하는 등 다소 초점이 어긋나는 모습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24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서 방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공은 대단히 중요하다”며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한마디라도 더 설득할 수 있다면 당연히 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비서실장이 합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국내에 남아 상황을 관리하는 데 집중한다. 앞서 조현 외교부 장관도 방일 일정을 건너뛰고 곧바로 미국으로 향해 여러 해석을 낳았다. 미 측과의 중대한 의견 차이나 긴급히 조율해야 할 현안이 생겨 강 비서실장과 조 장관이 미국행을 단행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특히 조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22일(현지 시간) 외교장관 회담 후 내놓은 보도자료에서도 이런 기류가 드러났다. 우리 외교부는 이 대통령의 첫 방미를 위한 사전 협의의 성격을 강조하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미래 지향적 의제와 안보·경제·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성과 사업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반면 미 국무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억지력을 강화하고 공동의 부담 분담을 확대해 미국 제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무역 관계의 공정성·호혜성을 회복하는 미래 지향적 의제를 중심으로 한미 동맹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우리가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에 초점을 맞췄다면 미국은 중국 견제 동참과 국방비·방위비 분담금 확대를 포함한 동맹 현대화 및 무역 불균형 해소 등에 재차 방점을 찍은 셈이다. 다만 이런 우려에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일본 현지 브리핑을 통해 “의제 조율이 안 된다. 그래서 어떻게 한다는 차원이 아니며 (한미) 정상회담을 할 때 쯤에는 의제 조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비롯한 일한의원연맹 소속 정치권 인사들을 접견한 후 방일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떠났다. 25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외에 양국 재계 인사들과의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연설, 한화오션이 인수한 펜실베이니아주 필리조선소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필두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재계 총수들도 이날 대거 출국했다. -
"수소·AI 등 신산업 협력 확대"…對美 관세협상 경험도 공유
정치 대통령실 2025.08.24 18:46:57한일 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협력 분야로 수소와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을 제시했다. 특히 소인수 회담에서 상당 시간을 대미 관계와 관세 협상 논의에 할애할 만큼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 질서 속 양국의 공동 대응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래 지향적 협력 의지를 강조함에 따라 핵심 산업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후속 조치도 뒤따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언론발표문에는 ‘미래산업 분야 협력 확대 및 공동 과제 대응’이 중요 합의 사항으로 들어가 있다. 양국 정상은 “경제·산업 분야에서 양국이 서로의 강점을 바탕으로 협력해나갈 때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수소·AI 등 미래산업 분야 협력을 더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이 합의한 미래산업 협력은 현재도 민간 영역에서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거론된 수소와 AI뿐만 아니라 반도체·배터리·모빌리티 등 전방위적 분야에서 양국은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함께 구축하는 단계로 협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한 해 동안 10번 넘게 일본을 방문하며 현지 부품 업계와 소통을 이어왔고 SK 역시 그룹 차원의 일본 조직을 설립했다. 양국 정상이 이 같은 산업 협력 강화를 공식화한 만큼 민간 차원의 교류를 넘어 정부에서 기술 동맹과 파트너십 확대 등을 지원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경제·산업 협력 강화에 대한 합의가 이 대통령의 방미 전 이뤄진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진원지가 되고 있는 급변하는 국제질서에서 한국과 일본이 관세 협상부터 산업 패권 경쟁까지 비슷한 과제를 맞닥뜨리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함께 움직이고 있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브리핑을 통해 “(전날) 두 정상 간 소인수 대화에서 상당한 시간이 대미 관계와 관세 협상 등에 할애됐다”고 소개했다. 극소수 인사만 참석하는 소인수 회담은 당초 20분 예정이었지만 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위 실장은 “미국 관세와 관련해 주로 일본의 경험과 일본이 느꼈던 점을 우리에게 도움말 형태로 얘기하는 방식이었다”며 “오늘부터 우리가 그 길을 향해 떠날 것이기 때문에 많은 참고가 됐다”고 말했다. 조희용 전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소장은 “한일 관계는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는 동안 경제와 산업뿐 아니라 정치·안보·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점진적으로 교류를 늘려왔지만 (이번 회담은) 양국이 당장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며 “각국이 갖고 있는 상시적이지만 협력 잠재력이 큰 분야를 더 강조한 회담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면하기 전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관계를 먼저 굳히고 결국 한미 동맹도 더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주는 방향으로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봤다. 양국이 경제와 산업 교류 확대를 공언하면서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CPTPP는 일본을 비롯한 12개국이 참여하는 소다자주의 통상 질서로 일반적인 자유무역협정(FTA)보다 시장 개방 수준이 높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CPTPP 가입 여부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이 “수시로 방문하고 대화하는 셔틀외교가 새로운 모델로 정착될 수 있기 바란다”고 밝힌 것처럼 향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CPTPP에 가입 시 공급망 안정과 글로벌 무대에서 협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
안동찜닭 대접한 이시바, 李 자서전에 사인 요청도
정치 대통령실 2025.08.24 18:12:36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정상회담 후 2시간가량 이어진 만찬에서 서로의 공통점을 확인하며 한일 협력의 의지를 다졌다. 이날 이시바 총리는 이 대통령의 자전적 에세이인 ‘그 꿈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의 일본어 번역판을 읽었다며 책에 사인을 요청했다. 두 정상 모두 과거 ‘비주류 정치인’이었던 만큼 이시바 총리도 이 대통령의 행보에 적잖은 공감을 표했을 것으로 보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만찬장에서의 대화에 대해 “두 사람 다 주류 정치인이 아니었음에도 수많은 역경을 딛고 국민 선택으로 이 자리에 오른 게 공통점이라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설명했다. 만찬 테이블에는 이시바 총리의 고향인 돗토리현에서 만든 다이산 맥주, 이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을 대표하는 안동 소주가 나란히 올랐다. “대학 4년간 카레만 먹었다”고 말할 만큼 카레를 좋아하는 이시바 총리는 ‘이시바식(式) 카레’를 만찬 메뉴로 선보였다. 이어 안동찜닭, 김치를 고명으로 얹은 ‘한국식 장어구이’를 통해 양국의 발전과 우정을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대통령도 이시바 총리가 좋아하는 1970년대 아이돌 그룹 ‘캔디즈’와 한국 라면 등을 언급하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이어갔다. 만찬 후에는 두 정상 내외가 통역만 동행한 채 약 30분간 내외간 친교 행사를 이어갔다. 한편 이 대통령은 앞서 열린 재일 교포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간첩 조작 사건은 1975년 김기춘 당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의 주도로 재일 교포 21명이 간첩 누명을 쓴 사건으로, 이후 관련자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이 대통령은 “민주화 여정 속에 많은 재일 교포가 억울한 피해자로 고통을 겪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가 폭력의 희생자와 가족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공식적으로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어 1923년 관동(간토) 대지진 직후 최소 수천 명의 조선인이 살해당한 간토 대학살을 언급하며 “아픔과 투쟁이 반복된 굴곡진 대한민국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동포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고 정부는 여러분의 애국심을 잊지 않고 꼭 기억하고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
日 한국어학과 학생들 만난 김혜경 여사 “가교 역할 해달라”
정치 대통령실 2025.08.24 17:46:04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양국 간 워킹홀리데이 확대를 포함한 인적 교류 강화에도 뜻을 모았다. 김혜경 여사는 한국어학을 전공하는 일본인 학생들에게 “공통의 언어를 매개로 교류 협력을 확대해나가자”며 한일 관계 발전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3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1200만 교류 시대를 맞아 한일 청년들이 서로 문화를 체험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넓히기 위해 워킹홀리데이 참여 횟수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한일 워킹홀리데이 참여 횟수 상한은 총 1회인데 이를 2회로 늘리기로 한 것이다. 양국 정상은 공동언론발표문에서 “한일 청년들이 서로의 문화·사회를 체험 및 이해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의 토대를 강화해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한일 양국은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가 공동선언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워킹홀리데이 제도 도입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청년들을 대상으로 1회, 1년간 체류를 허용하고 있다. 이를 2회로 늘리는 것은 양국의 문화를 더 폭넓게 경험하고 이해한 인재들을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더불어 양국은 올해 6월 실시한 한일 전용 입국심사대 운영을 환영하면서 양국 간 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나가기로 했다. 김 여사도 일본 도쿄 메지로대를 찾아 한국어학과 학생들을 격려하며 “양국 간에 가교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의 인사말을 대독한 김 여사는 “한국과 일본은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으로서 공통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중요한 동반자”라며 “(한국어학과 학생들은) 문화와 언어의 힘으로 한국과 일본 청년이 하나 되는 기적을 만들어가는 주인공”이라고 치켜세웠다. 또 “여러분은 양국 우호 정서를 잇는 가교이자 한일 미래 발전의 원동력이 될 소중한 인재”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여사가 찾은 메지로대 한국어학과는 2005년 개설 당시 20여 명이던 입학 정원이 현재 4배 가까이 늘었다. 메지로대는 일본 최초로 한국학부 개설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전날에는 이시바 총리의 부인인 이시바 요시코 여사와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전통 매듭 만들기를 체험하며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전통 매듭 만들기 체험 후 김 여사와 요시코 여사는 양국의 우정이 지속되기를 바란다는 의미에서 직접 만든 노리개를 교환했다. -
한일 新밀월…17년만에 공동합의문
정치 대통령실 2025.08.24 17:39:23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지금까지 축적돼 온 한일 관계의 기반에 입각해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이며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두 정상은 2시간여 동안 소인수·확대회담을 거쳐 2000자 분량의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양국 정상이 합의된 문서로 공동발표를 한 것은 2008년 4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이후 17년 만이다. 방일 일정을 모두 소화한 이 대통령은 24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브리핑에서 “한일 관계 발전이 한미일 협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도 “완전한 비핵화 위해 일한미가 긴밀히 공조 대응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제·산업 분야에서는 수소·인공지능(AI) 등 미래 분야 시너지도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의 공동 과제에도 대응한다. 이 대통령은 “저출산·고령화, 수도권 집중, 농업, 재난, 안전 등 양국이 직면한 공통 과제에 공감하고 당국 간 협의체를 출범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적 교류의 확대를 위해 ‘워킹 홀리데이’ 참여 횟수 상한도 1회에서 2회로 늘리기로 했다. 역사 문제와 관련해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게 해법”이라는 이 대통령의 제안에 이시바 총리는 1998년 발표된 ‘오부치·김대중 선언’을 언급했다. 그는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했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24일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의 전략적 소통 강화”라고 평가했다. 위 실장은 “소인수회담에서 상당 시간을 대미 관세 협상에 할애했다”고도 전해 방미 전 일본 측 경험을 공유했음을 시사했다. 일한의원연맹 의원단 접견을 끝으로 방일 일정을 마친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DC로 이동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강훈식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3실장’도 방미길에 올랐다. -
미래·협력·소통에 방점 찍은 113분…“놀랍고 환영할 사건”
정치 대통령실 2025.08.24 17:37:22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은 ‘미래’에 방점을 찍었다. 한일 정상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미래지향적 협력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는 동시에 17년 만에 문서로 합의된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해 한일 셔틀외교 재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양국 정상의 발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23일 확대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도저히 접근하기 어려운 것들은 충분히 시간을 두고 숙고하되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협력해가는 게 양국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일본과 한국의 정치권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 역시 “안정적인 한일 관계 발전은 양국에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의 이익이 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일관된 정책을 실천해나갈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방일 전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하며 밝힌 “한일 합의의 번복은 없다”는 발언을 지지했다. 이 대통령은 공동발표에서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래로 대한민국 대통령이 취임 후 양자 방문 국가로 일본을 찾은 것은 최초”라며 “한일 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가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의미”라고 짚었다. 특히 “기존 관행을 과감히 탈피해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실천하고 양국이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의 길을 함께 열어나가려는 신념 위에 일본을 방문했다”고 부각했다. 일본 언론들도 24일 “(이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이 방일이라는 점에 대해) 서프라이즈”라며 ‘놀랍고도 환영할 만한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일본 언론의 긍정적인 반응은 한미일 모두에 도움이 되는 공간이 확대된다는 뜻이 있다”고 ‘방미 직전 방일’의 목표가 성공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113분간 회담의 결과물인 공동발표에서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역내 전략 환경 변화와 최근 새로워진 경제·통상 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양국 간 전략적 소통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공유했다. 정상 간은 물론 각 장차관, 실무 등의 차원에서 소통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가령 경제 분야에서는 수소,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고 저출산·고령화를 비롯해 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과 연쇄적인 지방 활성화 문제, 농업·재난 등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사회 현안을 놓고서도 관계 당국 간 협의체 출범에 뜻을 모았다. 위 실장은 “경제와 사회 분야 등 두 정상이 공통으로 가진 인식이 논의됐다”며 “지방 발전과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1위(한국), 4위(일본)로 높은 자살률에 대해서도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차관 전략회의 등 정상을 포함한 각급 레벨에서 심도 있는 소통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시바 총리가 앞서 지방창생대신을 맡아 지방 활성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점에서 각급의 레벨에는 지방자치단체장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회담 직전 이시바 총리에게 “다음에 한국에 방문하시면 대한민국 지방에서 한번 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인적 교류 측면에서는 현행 총 1회던 한일 워킹홀리데이 참여 횟수 상한을 2회로 늘리는 한편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교류 사업을 지원해나가기로 했다. 대북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가 충실히 이행되도록 국제사회와 협력을 지속해나가야 함을 확인했고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이나 러북 간 군사 협력의 심화에 대해 함께 대처해나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한반도 완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북 정책에서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도 “지역 정세의 위협과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강조해 북핵뿐 아니라 지역 패권을 노리는 중국 견제에도 힘을 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방미사절단’ 이재용, 출국 전 각오 묻자 대답 대신 ‘미소’
산업 기업 2025.08.24 16:04:21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반도체와 조선 부문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 회장은 24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미국 출국길에 올랐다. 각오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 회장은 대답 대신 희미한 미소를 짓고 떠났다. 이 회장 출국에 앞서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 최성안 삼성중공업(010140) 부회장, 오세철 삼성물산(028260) 사장, 김원경 삼성전자 사장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속속 공항에 도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동행하는 이번 출장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함께한다. 특히 이번 출장에는 최 부회장이 동행해 눈길을 끈다. 재계에서는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참여를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한국의 기술력으로 미국 조선 산업의 부흥을 꾀하는 사업이다. 국내 조선 빅3의 한 축인 삼성중공업은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과 달리 대미 투자, 협력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반도체 공장 투자 확대도 핵심 안건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최근 불확실해지긴 했지만, 미국 전 대통령인 바이든 정부에서 64억 달러 보조금을 확보하며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 방미 기간 테일러 공장을 직접 찾아 건설 현황을 점검하고 추가적인 투자 계획을 구상할 가능성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방미는 한미 경제 동맹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라며 “반도체 외에 조선 등 새로운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 성과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
이시바식 카레에 안동소주·찜닭…한일 정상 '만찬 메뉴' 뒷이야기
정치 정치일반 2025.08.24 12:19:4417년 만에 문서로 합의된 공동발표문을 내놓은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도쿄 정상회담 직후 친교 만찬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브리핑에서 "어젯밤 정상회담이 끝난 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정상 만찬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만찬에는 두 정상 부부 외에 우리 측에선 위 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등이, 일본 측에서는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과 다치바나 게이이치로 관방 부장관 등이 배석했다. 만찬상에는 우리 전통주인 '안동소주'와 이시바 총리의 고향산 돗토리현 맥주를 나란히 올랐고 '이시바식 카레'와 안동 찜닭도 메뉴로 제공됐다. 이 대통령의 고향은 경북 안동, 이시바 총리의 고향은 돗토리현으로 두 정상 고향의 요리와 특산품을 마련한 셈이다. 아울러 일본 측은 장어구이 위에 김치를 고명으로 얹은 '한국식 장어구이' 등 다양한 한식 해산물 요리와 복숭아를 좋아하는 이 대통령의 선호를 고려한 오카야마산 백도도 준비했다. 위 실장은 "카레를 좋아하는 이시바 총리가 이시바식 카레를 내놨다"고 소개했다. 해당 카레는 이시바 총리가 과거 방송에서 조리법을 소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대학 시절 내내 카레를 즐겨 먹었다"는 이시바 총리의 말에 "당시 일본 걸그룹인 캔디즈의 노래를 들으며 카레를 먹는 청년 이시바 총리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이시바 총리가 한국 라면을 좋아한다고 해서 출시된 모든 라면을 다 가져오려고 했지만 부피가 커 포기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만찬에서 양 정상은 정치인 가족으로서의 애환, 소셜미디어(SNS)로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 업무 스타일 등에 관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이시바 총리는 공식 친교만찬 후 별도의 다다미방으로 이 대통령 내외를 초대해 식후주를 곁들여 친분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총리는 이 대통령의 자전적 에세이 '그 꿈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의 일본어 번역판을 읽었다며 책에 서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월영교 등 안동의 관광 명소 사진을 두고서도 두 정상은 대화를 이어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두 사람 다 주류 정치인이 아니었음에도 수많은 역경을 딛고 국민 선택으로 이 자리에 오른 게 공통점이라는 얘기가 오갔다"고 설명했다. 또 "'밤늦게까지 사람들이 보내는 문자에 답장하느라 잠을 못 잔다'는 이시바 총리의 말에 이 대통령은 '나도 문자를 보내느라 바쁘지만, 난 주로 일을 시키는 (문자를 보내는) 편'이라고 해 웃음을 안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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