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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병화상'이라니"…SBS, 한강 뉴스에 故 김대중 대통령 비하 댓글 노출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2 10:18:17SBS가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보도하면서 부적절한 댓글을 자료화면으로 내보낸 것에 대해 사과했다. SBS는 11일 "급하게 특보를 준비하면서 영상 검수에 소홀함이 있었다, 문제를 인지한 후 해당 영상을 삭제했으며 보도국 내에서 엄중 조치했다"라고 밝혔다. 전날 방송된 SBS 뉴스 특보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다루면서 '노벨병화상과 비교불가, 문학의 최고 존엄 짱'이라는 누리꾼 댓글이 자료화면으로 사용됐다. 이에 2000년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비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SBS는 해당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한강 작가는 1993년 '서울문화'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후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의 작품으로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수상으로 한국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 이후 24년 만에 두 번째 노벨상 수상국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
"무당의 춤과 같은 휘몰이"…한강 등단 전 '떡잎'부터 달랐다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4.10.12 09:41:17‘악물린 입술/푸른 인광 뿜던 눈에 지금쯤은/ 달디 단 물들이 고였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한번쯤은 / 세상 더 산 사람들처럼 마주 보고 / 웃어보고 싶었습니다.’ (한강 ‘편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된 한강 소설가의 등단 이전의 ‘떡잎’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연세대 학생언론기관인 연세춘추 1992년 11월 23일자에 따르면 국문학도였던 소설가 한강의 대학 시절 시 창작 수업을 지도했던 정현종 시인은 당시 한강의 작품을 두고 “굿판의 무당의 춤과 같은 휘몰이의 내적 열기를 발산하고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며 “불과 같은 열정의 덩어리는 무슨 선명한 조각과 또 달리, 앞으로 빚어질 어떤 모습들이 풍부히 들어 있는 에너지로 보인다”고 평했다. 이어 “능란한 문장력을 바탕으로 그 잠재력이 꽃피기를 기대하 본다”고 덧붙였다. 1989년 연세대 국문학과에 입학한 한강 소설가는 시인으로서 두각을 먼저 나타냈다.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2년 연세춘추에서 주최한 ‘연세문학상’에서 시 ‘편지’로 윤동주 문학상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에는 정현종 시인 겸 연세대 교수와 김사인 문학평론가가 참여했다. 시 ‘편지’에서 화자는 ‘그동안 아픈데 없이 잘 지내셨는지/ 궁금했습니다’라며 담백하게 운을 뗐지만 ‘때 아닌 삼월 봄눈’을 언급하며 눈이 멈추지 않는 것을 원망한다. 이어 겨울로 등이 시렵지만 당신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 타는 꿈’이 이어지고 ‘잘리지 않는 희망’과 ‘지리멸렬한 믿음’을 한탄한다. 이후 등장하는 4연은 압도적이다. 정현종 시인이 표현한 ‘무당의 춤과 같은 휘몰이의 내적 열기’가 급작스레 가라앉으면서 ‘보고 싶었습니다 한번쯤은’이라는 말을 조심스레 꺼내 읽는 사람의 마음이 ‘툭’하고 떨어지게 한다. 당시 수상 소식에 한강 소설가는 “추억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그때는 잘 몰랐다”며 “앓아누운 밤과 밤들의 사이, 그토록 눈부시던 빛과 하늘을 기억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웨덴 왕립과학 한림원 노벨상위원회는 한강 소설가의 선정 사유를 밝히며 10여 분간 이어진 작가 한강 소개에서 ‘실험적이고 시적인 접근’이라는 단어가 수차례 언급됐는데 이는 세계 문단이 이해하는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같은 독특한 스타일에는 한강 문학의 원류에 시가 바탕이 됐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한강 소설가는 다음 해인 1993년 졸업 후 잡지 샘터에서 기자로 근무하면서 습작을 시작해 그해 계간지인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등 시 4편이 당선돼 등단했다. 이듬해 단편 소설 ‘붉은 닻’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해 본격적으로 소설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
美 서점도 '한강 열풍'…노벨문학상 소식에 '베스트셀러' 올랐다
국제 인물·화제 2024.10.12 07:33:52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 서점가에 '한강 열풍'이 불고 있다. 11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의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10위권에 한강의 작품 4종이 진입했다. 아마존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1위는 '채식주의자' 종이책이, 2위는 '채식주의자' 오디오북이 차지했다. 4위에는 '소년이 온다' 종이책이, 7위에는 '채식주의자' 전자책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채식주의자' 전자책은 종합 베스트셀러 7위에도 오르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아마존은 미국 도서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전자책 판매가 절반 이상인 미국 책 시장에서 80% 이상의 전자책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아마존의 시장 지배력을 고려할 때, 현재의 판매 순위는 미국 독자들의 관심을 실시간으로 가장 잘 반영하는 지표로 평가받고 있다. -
[오늘의 날씨] 한강 책 읽기 좋은 독서의 계절…큰 일교차 "옷 챙기세요"
사회 사회일반 2024.10.12 06:00:00토요일인 12일은 전국이 맑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9∼17도, 낮 최고기온은 23∼26도로 가을 날씨를 보이겠다. 당분간 내륙을 중심으로 아침 기온이 10도 내외이나 낮 기온은 25도 안팎으로 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5도 내외로 클 것으로 보여 일교차에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미세먼지 농도는 인천·경기 남부·충남은 ‘나쁨’ 수준을 보이고, 서울·세종·충북·전북은 오전에 일시적으로 ‘나쁨’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밖의 권역은 ‘좋음’에서 ‘보통’ 수준을 보이겠다. 바다의 물결은 동해·남해 앞바다에서 0.5∼1.5m, 서해 앞바다에서 0.5m로 일겠다. 안쪽 먼바다(해안선에서 약 200㎞ 내의 먼바다)의 파고는 동해·서해 0.5∼1.5m, 남해 0.5∼2.0m로 예상된다. -
한강 '노벨상' 수상에…"이제 '연고전'이라 부르자" 모교 연세대도 축제
사회 사회일반 2024.10.12 03:00:00소설가 한강이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한강 작가의 모교인 연세대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한강은 1989년 이 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1993년 졸업했다. 11일 연세대는 대학 정문에 ‘연세인 한강, 백양로에 노벨상을 새기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고 축하했다. 정문에서 각 단과대 건물로 이어지는 백양로 곳곳에도 ‘연세의 가을, 연세의 한강’ 등이 쓰인 현수막이 나부꼈다. 연세대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한강의 노벨상 수상과 관련한 게시글이 여럿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연새대 갤러리에 올라온 ‘대한민국 문화는 연세대가 주도한다’는 제목의 글에는 나영석 PD, 박진영 JYP엔터 대표, 봉준호 감독과 함께 한강의 사진을 함께 올리기도 했다. 맞수인 고려대와 비교하면서 자부심을 강조하는 글도 여럿이었다. 매년 하는 전통 체육행사에 대해 “고연전이 아니라 연고전이라고 부르자”는 글도 있었다. 고려대에서는 ‘고연전’, 연세대에서는 ‘연고전’으로 부르며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이 입시결과에 영향을 미칠 지 예측하는 글도 있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노벨상을 배출한 대학”이라는 글을 올려 수백명의 학생에게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한 학생은 “노벨상 수상자가 공부한 도서관에서 공부하니까 왠지 공부가 더 잘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적기도 했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에 이어 두 번째이며, 아시아 작가 수상은 2012년 중국 작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선정 이유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꼽았다. -
한강 "처음에는 놀랐고, 천천히 현실감·감동 느껴져"…기자회견·인터뷰는 고사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22:42:32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 기록을 세운소설가 한강이 출판사들을 통해 "놀랍고 감동했다"면서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는 수상 소감을 11일 밝혔다. 한강 작가는 이날 저녁 늦게 출판사 문학동네와 창비를 통해 언론에 전한 문자메시지에서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처음 받고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자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다"면서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이어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다"면서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과 관련한 국내 기자회견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한강의 작품들을 출간한 세 출판사인 문학동네, 창비, 문학과지성사는 작가 측과 노벨상 기념 국내 합동 기자회견 개최를 조율해왔으나 작가가 극구 고사해 최종적으로 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세 출판사는 "기자회견을 대신해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한강 작가님이 서면으로 전한 소감을 전해드린다"며 "수상과 관련해 개별 언론과의 인터뷰나 연락이 어려운 점도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알렸다. 한강의 자세한 수상 소감은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서 수락 연설문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앞서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은 이날 자신의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해산토굴 앞 정자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강 작가에 대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고 밝혔다. -
'노벨상' 한강, 모교 연세대 명예박사·교수 되나…"문학관 건립도 검토"
사회 사회일반 2024.10.11 22:22:45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4)의 모교인 연세대가 명예박사 학위 수여와 문학관 건립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강은 1989년 이 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1993년 졸업했다. 11일 연세대에 따르면 이날 국어국문학과 교수회의에서 한강의 동의가 있을 경우 한강에게 명예박사 학위 수여, 교수 임용을 추진하기로 결정됐다. 아울러 한강 문학관을 건립하거나 관련 창작·번역에 특화된 특수대학원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연세대는 한강 작가 특별전이나 전시회 등을 개최하는 것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학생이나 대중을 대상으로 전공자나 평론가들이 진행하는 특강과 한강의 문학사적인 위치, 의미를 살펴보는 학술대회도 검토하고 있으며 빠르면 이번 학기 내에 추진할 계획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작가님의 가치 등이 존중돼야 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최대한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강은 연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작가 이상의 그림과 소설을 소재로 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이날 '사랑하고 존경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께'라는 제목으로 동문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이라는 기쁜 소식은 연세인들에게도 큰 자부심"이라며 "한국 문학은 당당히 세계 무대에 우뚝 섰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한강 동문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전 연세인의 마음을 모아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며 "벅찬 감동을 선물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
"2114년 돼야 볼 수 있다"…90년 후 공개되는 한강 미공개 원고 제목은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21:02:59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이미 완성했지만 앞으로 90년 뒤에나 공개되는 작품이 하나 있다. 제목만 알려지고 내용과 분량, 형식, 주제 등은 공개되지 않은 이 글의 제목은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다. 한강의 이 작품은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개념미술가 케이티 패터슨의 주도로 2014년 시작한 노르웨이 '미래도서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쓰였다. 이 프로젝트는 100년간 매년 1명씩 작가 100명의 미공개 작품을 노르웨이 오슬로 외곽의 한 숲에 심어진 나무 총 1천 그루를 사용해 오는 2114년 출판하는 사업이다. 한강에 앞서서는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 노르웨이 작가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등 노벨문학상의 단골 후보로 꼽히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한강은 당시 다섯 번째 작가로 참여했고,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이었다. 한강은 2019년 5월 노르웨이를 찾아 오슬로 외곽 '미래 도서관의 숲'에서 '사랑하는 아들에게'의 원고를 전달했다. 한강은 당시 흰 천을 한국에서 가져와 원고를 봉인하며 "마치 내 원고가 이 숲과 결혼하는 것 같았고, 또는 바라건대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작은 장례식 같았고, 대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세기의 긴 잠을 위한 자장가 같았다"고 말했다. 흰 천이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신생아를 위한 배냇저고리, 장례식 때 입는 소복, 이불 홑청 등으로 쓰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원고는 제목 외에는 모두 베일에 싸인 채 봉인돼 현재 오슬로 도서관에 보관 중이다. 90년 뒤에나 내용을 알 수 있는 이 작품은 현재로서는 공개된 제목만으로 내용과 형식을 짐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는 작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특별한 메시지를 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강 작가는 2019년 서울국제도서전 강연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프로젝트 자체가 우리 모두 죽어 사라질 100년 후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미래에 대한 기도 같았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글을 썼다"고 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패터슨은 전달식 당시 한강을 '올해의 작가'로 선정한 이유로 "매우 중요한 작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강은 인류와 존재, 아름다움, 비애에 대해 매우 명료하고 아름답게 말한다”며 "그의 글은 매우 친밀하고 우리 안으로 날카롭게 파고들어 온다. 매우 시적이면서 정신적 상처를 다룬다. 그의 작품은 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
'한강 책' 하루도 안돼 30만부 '완판'…도서관도 "책 다 나갔어요"
사회 사회일반 2024.10.11 18:29:11“한마디로 ‘한강의 기적’이에요. 어젯밤 수상 소식을 듣고 너무 자랑스러워서 오늘 일찍부터 서점으로 달려왔습니다.” 11일 오전 10시 15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텅 비어 있던 한강(53) 작가 특별 매대가 갑자기 ‘흰’ ‘작별하지 않는다’ 등 대표작들로 채워졌다. 매대 주변을 맴돌던 사람들은 재입고 소식에 환호하며 일제히 정문 밖까지 줄지어 늘어섰다. 간밤에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11일 전국이 ‘한강 열풍’으로 들썩였다. 전날 밤 예스24·알라딘 등 주요 대형 서점 사이트가 마비된 데 이어 이날에는 아침부터 전국 서점과 도서관에도 책을 애타게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광화문 교보문고에서는 영업 시작 전부터 달려온 시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서울 삼청동에서 온 최 모(60) 씨는 “(수상 소식이) 너무 대단하고 감동적이라 재고가 없을 줄 알면서도 오전 8시부터 서점 앞에 와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구민회관에서 시 낭송 강사로 일하는 이서윤(60) 씨는 “밤새 한강 관련 영상을 보다가 오늘 책을 구하기 위해 일찍 왔다”며 “조만간 회원들과 (한강 작품) 필사나 녹음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국의 알라딘 중고서점에서도 한강 작품은 모두 동이 났다. 알라딘 중고서점 이수점 관계자는 “원래 2권이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우주점(온라인 중고매장)에서 와서 가져갔다.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 재고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강의 작품은 전국 서점에서 판매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알라딘은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전날 오후 8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한강의 책 판매량이 최대 2072배(‘흰’) 늘었다고 밝혔다. 수상 발표 직후부터 이날 오후까지 불과 하루만에 최소 30만 부 이상(교보문고 10만 3000부·예스24 13만 2000부·알라딘 7만 부)이 판매됐다. 도서관에서도 예약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강의 모교인 연세대 도서관에서는 이날 오전 기준 대표작 ‘채식주의자’의 예약 가능 인원이 초과됐으며 타 대학 도서관도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의 한 대학 도서관 사서는 “이런 예약 열기는 이 시기 항상 발매되는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외에는 없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한강의 수상 소식에 주식시장에서도 출판 업종의 주가가 크게 들썩였다. 예스24는 전날 대비 29.81% 오른 6380원에, 밀리의서재는 23.63% 상승한 1만 8680원에 장을 마무리했다. 삼성출판사는 전장보다 14.24% 오른 1만 6850원에 거래를 마쳤고 예림당은 티웨이항공 경영권 분쟁과 맞물리며 상한가인 2810원(29.79%)에 도달했다. -
"트라우마 본질 꿰뚫은 이야기의 힘…눈부신 비상"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4.10.11 18:08:42작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 수많은 작품으로 이어지는 한강의 이야기 한가운데에는 늘 ‘상처받은 인간, 멀리서 보면 너무도 연약한 인간’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뻔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 쉽게 좌절하지도 않고 갑자기 상처와 화해하거나 순조롭게 치유의 손길을 허락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아주 느리지만 끈질기게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채식주의자’의 영혜는 어린 시절 집에서 키우던 개를 딸의 눈앞에서 죽게 만든 아버지를 향한 공포와 분노를 잊지 못하고 ‘채식’이라는 저항의 몸짓으로 자신의 트라우마와 대면한다. 그의 저항은 단지 딸의 의지에 반해 개를 죽인 아버지에 대한 분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끝없이 육식으로 된 반찬을 삼시 세끼 해 먹일 것을 요구하며 채식으로 된 반찬을 요리해주면 먹을 것이 없다고 투덜대는 남편을 향한 저항이기도 하다. 육식을 먹어야만 뭔가 제대로 잘 먹은 듯한 포만감을 느끼는 현대인의 탐욕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즐기고 소유하는 모든 것에는 어쩌면 우리가 애써 모른 척하는 연약한 존재들의 피와 눈물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바로 그 끔찍한 세상의 불균형과 우리가 매일 저지르고 있는 폭력에 대한 저항이 영혜의 극단적인 채식과 음식에 대한 궁극적 거부로 나타난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트라우마를 다룬 ‘소년이 온다’와 제주4·3 사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인 ‘작별하지 않는다’ 또한 트라우마의 한가운데에서 포기하지 않고 ‘상처의 여기 있음’을 환기시키는 인간군상을 보여준다. 한강의 주인공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테마는 ‘트라우마는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인류의 오랜 화두다. 아무리 용감하게 대면하고 열심히 치료와 상담을 받아도 트라우마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의 빈자리는 결코 채워지지 않기에 더 고통스러운 진실은 끔찍한 트라우마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치료의 혜택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이나 제주4·3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은 여전히 끝나지 않는 아픔 속에서 영원히 잃어버린 가족과 친지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한강의 주인공들은 바로 이 ‘트라우마의 끝나지 않는 시공간’ 속으로 마치 영원한 눈물의 수레바퀴만이 끝없이 굴러가고 있는 듯한 트라우마의 한복판에서 ‘지금, 여기’를 살아내고 있다. 아픔을 간직한 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채로. 트라우마의 한가운데서 결코 그 상처에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한강 소설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소설은 끝없는 상처의 길 위에서 서성이는 우리 현대인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지 말아야 할 용기와 희망의 빛을 선사한다. 그렇게 우리가 사랑했던 존재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야기의 힘으로, 문학의 언어로, 비로소 눈부시게 부활한다. -
최상목 "국가전략기술에 AI 포함 검토"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4.10.11 17:43:09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소득세 물가 연동제는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물가 관련된 연동 부분은 근본적인 문제”라며 전반적으로 개선 방향을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앞서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득세 물가 연동제가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세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하자 이같이 답한 것이다. 최 부총리는 근로소득에 대한 각종 세액공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근로소득세와 관련한 실효세율, 면세자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국감에서 조세정책 전반에 대한 질의가 이어진 가운데 가업상속공제 적용 업종 제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상속세를 최대 600억 원까지 공제하는 현행 가업승계 지원 제도의 경우 제과업은 공제 적용 대상에 포함된 반면 커피 전문점은 제외되는 등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100년 가게로 선정된 커피 전문점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데 서울 근교의 대형 베이커리 카페는 포함돼 이 카페들이 승계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가업상속공제 적용 업종 제한에 대해 “업종 제한이 너무 경직적인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동의했다. 최 부총리는 또 “국가전략기술에 인공지능(AI) 분야를 넣는 것은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AI 분야는 범위가 넓어 어디까지 국가전략기술로 인정할 수 있는지는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균형 발전의 성과에 대해서는 “기대한 만큼 성과가 있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법인세 지역별 차등 적용은 지금 검토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만큼 감액 추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감액 추경을 한다는 것은 국채를 (추가로) 발행한다는 것”이라며 “(국가채무를 늘리는 데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재위 국감장에서는 10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상금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는지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소득세법 시행령 18조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자가 받는 상금은 비과세되는 기타 소득으로 분류돼 한강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 4000만 원)과 메달·증서가 수여된다. 한편 같은 날 진행된 한국무역보험공사 국정감사에서는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수주 과정을 둘러싼 공방이 이뤄졌다. 장영진 무보 사장은 “체코 정부로부터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한 금융 지원 요청은 없었다”며 “체코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한국에 금융 지원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
노벨상 큰강 건넌 K문학, 르네상스 열린다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17:36:53작가 한강이 아시아인 여성과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면서 다시 한번 세계가 한국 문학을 주목하고 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변방에 있던 한국 문학의 위상을 세계 속에 우뚝 세운 동시에 한국 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 문화가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1일 전 세계 문화계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찬사를 쏟아내며 K콘텐츠의 원형이던 문학이 비로소 세계적인 인정과 주목을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K팝을 비롯해 K콘텐츠 등이 세계 대중문화를 주도하며 주류로 자리 잡았지만 K컬처의 원형임에도 언어 등의 문제로 변방에 머물렀던 순수문학이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AP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장르를 뛰어넘는 소설을 쓰는 중국의 전위적인 작가 찬쉐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쳤지만 문화적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의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이 돌아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K콘텐츠와 K컬처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시기의 수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AP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상 수상작 ‘기생충’,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를 비롯한 K팝 그룹의 세계적 인기 등 K컬처의 세계적 영향력이 커지는 시기에 이뤄졌다”고 집중 조명했다. 이러한 조명과 진단이 나오기 전에 이미 한강은 “도발적인 문학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황석영·김영하·조정래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까지 재조명하는 계기를 이끌어냈다.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뒤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 천명관의 ‘고래’ 등이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는 등 세계가 한국 작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한국 문학의 르네상스를 기대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하응백은 “한강이라는 이름이 상징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문학은 세계 혹은 노벨이라는 큰 강을 건넜다”며 “한강의 수상으로 인해 노벨상에 대한 트라우마는 사라지고 한국문학은 세계문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인류애적 지평을 활짝 펼치게 됐다”고 밝혔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중심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문학 작가들이 마음 놓고 창작하고, 한국문학이 해외의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노벨상 '글수저' 물려준 한승원… "강이 소설은 버릴 게 없다"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17:35:44“강이 소설은 버릴 게 하나도 없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85)은 11일 “세상이 발칵 뒤집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기쁨을 표출했다. 한 작가는 “(딸 한강이) 발표 직전인 오후 7시 50분께 스웨덴에서 전화가 와 수상 소식을 접했다”며 “본인도 실감이 안 나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 작가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노벨위원회가) 뜻밖의 인물을 찾아내 수상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지만 뜻밖에 우리 강이가 탈지도 몰라 만에 하나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어도 전혀 기대를 안 했다”면서도 “(아내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상을 타면 좋지 않겠나 하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승원은 과거에 딸에 대해 “그 사람의 언어와 내 언어는 다르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희랍어 시간’을 읽어보면 시적인 감성이 승화된다”고 평한 바 있다. 또한 “어떤 때는 한강이 쓴 문장을 보며 깜짝 놀라 질투심이 동한다”고 털어놓은 일도 있다. 한강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두 번째로 올랐을 때는 “강이가 나를 진작 뛰어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을 낮추고 자신과 비교하며 딸에 대한 높은 긍지와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나는 써서는 안 되는 대중적인 소설을 많이 쓰면서 밥벌이에 이용했고, 어설퍼서 버리고 싶고 내세우고 싶지 않은 저술이 더러 있다”며 “내 소설과 강이 소설을 비춰 보면, 강이 소설은 버릴 게 없고 하나하나가 명작들”이라고 말했다. 또 “고슴도치는 내 새끼가 예쁘다고 그래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라며 영국 맨부커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를 언급했다. 그는 “그때부터 강이가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작가라고 생각했다”며 “다음 작품인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5·18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4·3 사건이 연결되면서 국가의 폭력과 세상으로부터 트라우마를 느끼는 여린 인간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사랑이 끈끈하게 묻어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939년 전라남도 장흥 태생인 한승원은 장편소설 ‘아제아제바라아제’ ‘초의’ ‘달개비꽃 엄마’ 등을 집필한 원로 작가다. 당초 한강은 11일 오전 언론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전해졌으나 기자회견은 하지 않았다. 한승원은 11일 자신의 작업실 해산토굴(海山土窟)을 찾은 기자들에게 “저는 딸에게 국내 문학사 중 하나를 선택해 기자회견장을 마련해 회견을 하라고 했지만 아침에 생각이 바뀌었더라”며 딸 대신 상황을 전달했다. 한강은 한승원에게 “러시아·우크라이나·이스라엘 등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모든 죽음이 실려 나가는 상황에서 ‘잔치’를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승원은 “그새 한국 안에 사는 작가로의 생각이 아니라 글로벌적으로 감각이 바뀌어 있었다”며 대신 소감을 전하는 상황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
기생충·BTS이어 노벨문학상까지…韓, 문화강국 '화룡점정'
문화·스포츠 헬스 2024.10.11 17:34:35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화의 탄탄한 저력이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됐다.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 수많은 K팝 가수 등 전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은 한국 문화가 세계 주요 시상식장을 정복한 데 이어 클래식 음악과 순수문학 분야에서까지 위력을 떨치면서 한국이 ‘문화 선진국’을 넘어 ‘문화 최강국’의 자리로 성큼 뛰어오르고 있다. 11일 AP통신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하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 문화의 세계적 영향력을 반영한다”며 영화 ‘기생충’ 등 세계를 휩쓸고 있는 수많은 한국 문화와 콘텐츠를 집중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위상은 이제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높아져 세계 곳곳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최고 권위의 황금종려상을 받고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면서 세계는 한국 문화를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 당시 영화 속 명대사는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 2021년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다. 시청 시간, 시청 가구 수 등의 분야에서 1위에 오르며 한국 콘텐츠의 위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이미 전 세계를 휩쓸고 있던 K팝이 화룡정점을 찍었다. 방탄소년단(BTS)이 2020년 ‘다이너마이트’를 발매하며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1위를 차지한 것. 이후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등이 잇달아 빌보드 정상에 오르며 BTS는 2000년대 세계 최고의 팝그룹이 됐다. BTS 멤버인 뷔는 전날 한강의 수상 소식 기사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며 “군대에서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BTS뿐 아니라 블랙핑크·세븐틴 등 다른 K팝 가수들도 세계시장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대중 예술이 쏘아 올린 ‘세계 최고’ 신호탄은 다른 예술 분야로 번져나갔다. 클래식에서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022년 밴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올해는 음반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그라모폰 뮤직어워즈’에서 2관왕에 올랐다. 김기민·박세은 등의 무용수들은 세계 최정상 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의 자리를 꿰차며 이름을 빛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은 대중 예술과 공연뿐 아니라 순수문학 분야에서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전에도 박상영·신경숙·김애란 등 많은 한국의 작가들이 최근 몇 년간 해외의 주요 문학상에 언급됐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으로 한국은 명실상부 문화 강국이 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춘 셈이다. -
세계 휩쓰는 韓작가…이젠 국제문학상 '단골' 수상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17:34:01“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노벨문학상에 한국 문학이 굉장히 근접해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소설가 이문열은 2014년 10월 15일 인천에서 진행된 한 북콘서트에 참석해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독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이문열이 예언한 한국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현실이 됐다. 한강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이 세계 주류로 올라선 것이 확실히 증명됐지만 그 징조는 오래전부터 감지됐다. 한강은 ‘채식주의자’로 이미 영국의 맨부커상(2016)을 수상했고 또 ‘흰’으로 맨부커상 최종 후보(2018)에 오른 것을 비롯해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상(2023)과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2024)을 받으며 세계 문학계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겼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한강을 통해 한국 문학의 고유성이 세계 문학의 중심에서 보편적 질문으로 만들어지는 사례를 봤다”고 말했다. 우리 문학계에서 2000년대 이후 노벨문학상 잠재적 후보로는 고은 시인과 황석영 작가 등이 거론됐고 최근에는 김혜순 시인이 자주 언급됐다. 고은은 2002년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외신에 언급된 후 단골 후보로 거론되며 기대와 실망을 함께 받아야 했다. 황석영은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가 2005년 수상이 유력하다고 언급한 후보 중 하나다. 김혜순은 2019년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에 이어 올해 3월 시집 ‘날개 환상통’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한국 문학의 세계 도전에서 터닝포인트는 역시 2016년 한강의 영국 맨부커상 수상이다. 이를 통해 한강의 소설은 28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총 76종의 책으로 출간됐다. 아쉽게도 뒤이은 맨부커상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잇따라 최종 후보에는 오르면서 저력을 보여줬다. 올해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로 비롯해 앞서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2022)’와 천명관 작가의 ‘고래(2023)가 맨부커상 최종 후보로 이름을 알렸다. 또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2022년 맨부커상 1차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지난달 메디치상 1차 후보에도 포함됐다. 한편으로 정보라의 ‘저주토끼’는 맨부커상을 받지 못한 설움을 지난해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올해 3월 ‘저주토끼’의 독일어판 번역가 이기향이 독일 라이프치히도서전에서 번역서 부문을 수상함으로써 다소나마 풀었다. 우리 작가가 직접 외국어로 쓴 작품이 해외에서 문학상을 받은 사례도 있다. 올 8월 미국 윌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을 받은 이미리내의 장편소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이 대표적이다. 그는 한국에서 초중고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해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후 홍콩에 거주하며 한국어와 영어로 습작을 병행했다고 한다.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10일(현지 시간)에는 김주혜 작가가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로 러시아 최고 문학상인 ‘톨스토이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곽효환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연간 해외에서 번역 출판되는 한국 문학 작품이 200종을 넘어섰고, 수십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나오고, 선인세 2만 달러의 작가군이 10명이 넘는다”며 “또한 문학상 수상으로 작가의 지난 작품이 해외에서 출판되고 전문지 비평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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