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는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의사소통능력이 필수적입니다.”
최근 경제경영서 ‘리더가 되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펴낸 신영준 가천대 화학생물배터리공학부 석좌교수는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T형 인재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일종의 자기고백록”이라며 “리더는 경청과 질문을 통해 소통의 문을 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차전지 1세대 전문가인 그는 연구개발자로 LG화학에 입사해 생산기술 담당과 상품기획 담당, 사업부장을 거쳐 LG에너지솔루션 초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했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의 부름을 받아 지난해 4월부터 석좌교수 겸 배터리 미래기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책에는 사업부장 시절부터 퇴직할 때까지 5년 간 직원들에게 쓴 e메일 편지 70여편이 실렸다. 신 교수는 “회사 내에서 지위가 올라가고 담당해야 할 조직이 커지면서 내 생각을 상대방에 전달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직원들과의 소통방식을 고민하다가 매달 생각을 정리해서 편지로 보내기 시작했다"며 "별 기대 없이 시작했는데, 답장을 하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일에 대한 어려움과 회사의 방향성, 삶의 목표와 같이 진심이 담긴 내용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진짜 소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과거 자신을 전문성은 갖췄지만 공감·배려·소통 능력이 부재한 사람이었다고 고백했다. 신 교수는 입사 2년 차에 중대형전지개발팀장의 자리에 올랐지만 사람과 조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스스로 물러나야 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모든 일을 통제해야만 마음이 놓였던 초보 팀장에게는 작고 단순한 조직을 이끄는 것조차 너무나 가혹한 시련이었다”고 표현했다.
책의 부제는 ‘세상의 대문자 T들을 위한 리더십 수업’이다. T형 인재가 조직에서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과정을 다룬다. 성격유형검사인 MBTI에서 T형은 사고형을 의미한다. 사실과 규칙을 중시하다보니 공감과 조화를 우선하는 F형(감정형)에 비해 대화와 소통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교수의 MBTI는 INFJ다. 그는 “젊었을 때는 전형적인 공대 출신 연구개발자로서 T형이었는데 리더가 되면서 공감과 배려에 신경쓰다보니 성격도 F형으로 조금 변한 것 같다”며 "그래서 사람을 대할 때는 F인 것처럼, 일을 할 때는 T처럼 행동하려고 노력한다”고 웃어보였다.
신 교수는 조직의 리더는 경청과 질문을 통해 소통의 문을 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들으려면 상대방이 말을 꺼낼 수 있어야 하는데, 상대방을 얼마나 편하게 해줄 수 있느냐, 소위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게 해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선행되어야 하는데, 직원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 것도 그런 환경을 만들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공계 출신이 아니더라도 성과는 좋은데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리더가 많다며 ‘함께 만들어가는 리더십’을 강조했다. 조직은 한 명의 의지와 역량, 경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는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전문성만이 아니다.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통해 결과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공대 출신 대부분이 나처럼 T형 인재인데, 아무리 연구개발직이라고 하더라도 본질은 사람이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석사과정을 밟으면서부터 리튬이차전지와 ‘사랑’에 빠진 후 30년 넘도록 엔지니어의 삶을 걷고 있는 신 교수는 갈수록 심화하는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서도 견해를 피력했다. LG에너지솔루션 CTO 재직 시절에도 이차전지 산업 현장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인력 부족’ 문제를 꼽았던 그는 “최근 거액의 성과급을 제시한 SK하이닉스·삼성전자처럼 회사가 돈을 벌면 구성원들에게 그만큼의 혜택이 돌아가는 문화가 형성돼야 자연스럽게 의대 쏠림 문제가 해소되고 이공계로 인재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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