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특별시.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가속도가 붙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를 필두로 다수의 민주당 정치인들이 통합 시 연간 예산 25조 원 규모의 재정력을 갖춘 국내 빅3 광역단체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내놓는다.
인구 320만 명, 예산 25조 원, 지역내총생산(GRDP) 150조 원의 ‘슈퍼 지지체’로 단숨에 거듭난다.
여기에 △파격적 재정 지원 △통합특별시 위상 강화 △공공기관 우선 이전 △산업 활성화에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자치권이 부여된다.
하지만 이런 달콤한 유혹에도 여전히 불안감과 함께 정치적 꼼수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광주·전남 각각 동상이몽이다.
광주는 5개 자치구 위상 하락을 걱정한다.
전남은 ‘도시 쏠림’ ‘빨대 효과’에 군 단위 ‘미니 지자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광주전남특별시 출범 시 전남 동부권·서부권에 광주가 합세한 ‘신 삼국시대’가 형성될 것으로 보이는데, 동부권이 가장 큰 피해지역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전남에서 가장 큰 도시는 순천. 인구 28만 명에 불과하다.
통합 시 순천은 단숨에 1위 자리를 내줘야 할 판이다.
130만 명 거대도시 광주와의 경쟁….
승패는 누가 봐도 뻔해 보인다.
통합 전에는 동부권은 전남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해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 등 권력자들의 눈치를 보게 만들었는데, 이제는 이마저도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고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그동안 보이지 않은 패권 전쟁을 벌였던 이웃사촌 순천, 여수(27만 명), 광양(16만 명)이 뭉쳐야 할 판이다. 각자도생으로 “우리 도와달라”는 거대도시 광주 입구에서부터 차단 될 것이라는 심심치 않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런 상황을 우려한 듯 노관규 순천시장은 하루가 멀다고 메시지를 내놓는다. 반도체 산단을 선제적으로 쏘아 올리더니 “이제 통합이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여수·순천·광양 등 동부권 일대가 연합·연대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펴 나가야 한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동부권 위기가 감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수·순천·광양(여·순·광)이 결정적으로 뭉치지 못하는 이유.
여·순·광 단체장의 면목을 보니 당장은 합쳐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적 논리…. 곧 6·3지방선거가 다가온다. 공천이라도 끝나봐야 뭐가 나와도 나올 듯 한데….
순천을 제외한 여수·광양 모두 더불어민주당이다. ‘당론’으로 채택된 통합. 밀어붙이기식에도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형국이다.
‘선 통합, 후 대책’
누구라도 목소리를 내줘야 할 판인데.
이러한 민주당을 향한 냉철한 목소리는 아이러니 하게도 국민의힘 등 경쟁 구도를 펼치고 있는 야당이 아닌 전남도청 공무원들로부터 공식적으로 나왔다.
“굉장히 지능적인 입틀막”
전남도청 열린공무원노동조합(열린 노조)이 통합 추진을 두고 조합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이 같은 강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열린노조는 “시·도 통합으로 남악 정착 직원은 집값 폭락과 대출 이자 부담을, 광주 근무자는 고액 주거비를 떠안게 된다”며 “공무원 뿐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에게 불안과 부담을 안기는 졸속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임기 몇 개월 안 남은 강기정 시장과 김영록 지사가 왜 지금 통합을 밀어붙이느냐. 이게 시·도 통합인지, 후보 단일화인지 모르겠다”며 “둘 다 선거를 통해 신임을 얻은 뒤 임기를 포기하고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일당 체제인 광주·전남에서 감히 할 수 없는 강한 저격의 목소리를 공무원이 내놓는 다는 것은 ‘무엇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통합에 대해 속도조절이 필요한 듯 보인다.
이들은 “민주당이 다수당이라 특별법 하나로 통합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해도 주민투표 없이 결정하는 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라며 “지방의회 동의로 주민 의사를 대체하려는 것은 굉장히 지능적인 입틀막”이라고 다시 한번 저격성 목소리를 낸다.
앞으로 공무원을 대상으로 더 큰 여론조사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 통합 찬성이 많이 나오면 좋으련만…. 반대가 많이 나오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청 공무원노조가 노조원 2190명을 대상으로 광주·전남 행정통합 관련 공무원 인식 및 의견 설문조사(16~19일)를 진행했다. 늦어도 오는 21일 안에 설문조사 결과를 알리겠다는 노조위원장. 이 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통합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적극 알려야 할 공무원의 직접적인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지방의회에서도 찬반이 갈린다.
순천시의회가 행정통합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시의회 내부에서는 시민 의견 수렴 부족과 절차적 정당성, 각론 부재를 둘러싼 비판과 이견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통합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지지 선언이 먼저냐, 조건과 요구가 먼저냐’를 두고 시의회 내 정치적 입장 차가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민주당과 야당의 목소리는 제각각. 순천시의원 5명은 현재 진행되는 통합 방식에 반대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상태다.
그래도 순천시의회에서는 제 아무리 민주당 소속이라도 걱정이 많았나 보다. ‘권역별 균형 발전을 담보하는 전남·광주 행정통합 지지 성명서’를 발표하며, 앞서 언급한 동부권 위기론에 대해 공감한 듯한 뉘앙스로 비춰졌다. 이들도 노관규 시장과 마찬가지로 미래 먹거리로 반도체 산단을 요구했다.
광주·전남 통합이 모든 이슈를 뒤덮은 상황 속 제2의 국립순천대 상황이 되풀이 되는 것 아닌지 우려감이 높다.
순천대 학생들이 우여곡절 끝에 목포대와 대학통합에 찬성한 것과 관련, 어거지로 끼워 맞췄다는 격양된 목소리가 나온다. 투표결과도 전라도 사투리로 ‘좀 거시기’하다. 대상자 6328명 중 3127명이 참여해 1574명(50.34%)이 찬성했다. 1533명(49.66%)는 반대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재학생 상당수가 참여하지 않을 정도로 투표율이 저조했다.
여기에 찬성이 나올 때까지 재투표. 이 여부를 결정하는 설문조사에서 10%만 참여하면서 효력 논란도 불거졌다.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이용자들도 난리다 “투표율이 낮아 효력이 없다. 다시 재투표 해야 한다….”
전남의대 유치 명목 하에, 김대중대학 교명 논란 등 이 같은 ‘억지 통합’ 속 학생들이 받은 상처에 대해서는 아무런 사과도 입장도 없다. 여기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학생은 뒷전에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대학통합.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수도권 중심 일극체제 재편, 소멸위기 돌파를 위해 통합은 꼭 필요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하지만 목포대·순천대 통합 사례처럼 정치인이 판을 치고 정작 중요한 시·도민은 뒷전이 아닌지…. 사실상 민주당 일당체제(광주·전남)의 부작용이 아닌지….
이제는 입법타임.
국회 입법 과정에서 공청회 등을 통해 여러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담아내 최적의 법안이 나와야 할텐데…. 벌써부터 걱정이 한 가득 담긴 깊은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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