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 1주택자에 대해 보유세와 양도세 과세표준 구간을 세분화하고 누진율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히자 당정이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모두 김 실장의 발언에 대해 “추후 검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한 것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6·3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발언으로 보고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김 실장은 1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택 공급 정책이 발표되고 가격이 안정되면 그 다음에는 세금 문제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며 “같은 1주택이라도 소득세처럼 20억·30억·40억 원 등 구간을 촘촘히 해 보유세를 달리 적용하자는 제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의 발언은 현행 부동산 세제가 소득세 대비 정교하지 못하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현재 소득세는 누진세가 적용돼 최고세율이 45%에 달한다. 반면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 1주택자의 보유세(종합부동산세)는 최고세율이 2.7%에 그친다. 양도세 역시 1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할 경우 최대 80%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는다. 이에 과세표준을 조정하고 누진율을 더 높여 조세 형평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남권과 한강벨트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갑작스러운 김 실장의 발언에 청와대와 여당·정부에서는 황급히 ‘선 긋기’에 나섰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보유세·양도세 누진율 상향을)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 수준의 말이지 ‘언제 어떻게 해서 고치겠다’는 구체성을 가진 것이 아니다”라며 “세제 개편 관련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공급 대책을 포함해 여러가지 정책을 도입해도 집값이 잡히지 않을 경우 최종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민주당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회 또는 당과 아무런 협의가 없었던 내용인 데다 6·3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신중한 모습이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세제 개편만 염두에 둔 게 아니라 공급 대책이 이뤄지고 나면 세제를 손봐야 한다는 취지로 안다”며 “당정 간에 이 의견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간사인 정태호 의원은 통화에서 “어떤 배경에서 나온 발언인지 모르겠다”며 “이와 관련해 재경위와 논의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당내에서는 김 실장의 보유세·양도세 누진율 상향 주장이 서울 ‘한강벨트’ 지역의 표심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부동산의 경우 서울시장 선거에서 가장 민감하고 폭발력을 갖춘 이슈다 보니 김 실장의 발언과 최대한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은 건드릴수록 악재가 될 수 있다”며 “당장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불안감만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정경제부 역시 김 실장이 밝힌 부동산 세제 개편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보유세와 양도세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하는 것은 세제 구조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경부 내부에서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세금을 활용하는 방안은 기본적으로 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만 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세율이나 과세표준 구간을 손대는 것보다 보유세를 높이고 양도세를 낮추는 등 근본적 개선 방향을 중심으로 세제 개편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동산 공급 계획에 대해 김 실장은 “어느 정도 (확보가) 마무리된 물량이 있고 발표도 할 수 있지만 (정책 당국은) 시장에서 기대하는 수준 이상으로 의욕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울 용산지구 같은 경우에는 서울시와도 꽤 의견이 접근해가고 있다”고 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주택 공급 규모를 놓고 서울시는 ‘최대 8000가구’ 수준을 제시했지만 정부는 ‘1만 가구 이상’을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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