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 H200의 중국 판매를 조건부로 허용했지만 중국은 통관을 내주지 않거나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등 반입을 사실상 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던 미국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은 외려 이를 견제하면서 4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수출이 협상 의제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15일 로이터통신은 닛케이아시아를 인용해 중국이 엔비디아와 같은 해외 제조 업체로부터 첨단 AI 칩을 얼마나 구매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국내 기업들의 구매 총량을 규제하기 위한 것으로 이는 엔비디아의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실질적인 금수 조치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전날 로이터는 중국 세관 당국이 최근 세관 요원들에게 엔비디아 H200 칩의 중국 반입을 허용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자국 기업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꼭 필요하지 않을 경우 해당 칩 구매를 금지하라는 경고를 내렸다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당국의 지시 내용이 워낙 엄중해 현재로서는 기본적으로 금수 조치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앞서 미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도 13일 중국 정부가 H200 칩 구매 가능 대상을 대학 연구개발(R&D) 연구실과 같은 특별한 경우로만 제한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일부 기술기업들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측이 H200의 조건부 중국 수출을 허용했으나 정작 중국 당국이 수입 통제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미국의 조건부 수출이 ‘차별적’이라면서 중국은 이를 통해 기술 자립 의지를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H200의 수출 승인을 “치밀한 계산의 결과”라고 규정하며 “최첨단 사양이 아닌 범용 수준의 제품 수출을 허용해 중국에서 상업적 이익을 챙기면서도 기술적 격차를 유지해 장기적인 시장 지배를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기술 자립에 대한 중국의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은 전날 AI 스타트업 즈푸AI가 중국산 화웨이 반도체만으로 학습된 중국 최초의 새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강조하는 등 최근 반도체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당국은 반도체 생산 라인에도 자국산 비율을 50% 이상 가져갈 것을 요구하는 등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으며 자국 기업 육성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국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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