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만에 다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결심. 재판이 진행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분위기는 이달 9일과 비슷하게 마라톤 변론으로 흘러갔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대통령 권한 행사 전반과 헌법 질서, 수사기관의 수사권 논란까지 광범위한 서증조사를 이어가면서 재판은 좀처럼 특검의 구형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결심공판에서는 지난 기일에 하지 못한 윤 전 대통령 측 증거조사가 진행됐다. 변호인단은 6시간 이상에 걸친 서증조사를 예고하며 재판 과정 전반을 비롯해 수사기관의 위법 수집 증거, 내란죄 수사권 문제, 비상계엄 사법심사 가능성 등을 조목조목 짚었다. 재판부가 가급적 중복 부분을 제외하고 오후 5시 이전에 마쳐달라고 요청했지만 변호인단은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오히려 변호인단은 지난 기일 제기된 ‘법원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비판과 재판 종결 지연 지적에 대해 “악의적인 공격이거나 오해”라고 반박했다. 이경원 변호사는 “법관 인사이동으로 선고 시기가 사실상 정해져 있어 재판 지연으로 얻을 것이 없다”며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15만 쪽이 넘는 증거 대부분에 동의했고 수백 명에 달하는 진술인이 있는 사건을 증거 동의를 통해 8개월 만에 마무리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은 증인부터 신문하거나 주신문·재주신문 시간을 과도하게 늘려 오히려 재판을 지연시켰다고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인 배보윤 변호사는 “법원이 대통령 권한 행사에 대해 판단하고자 한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역시 재개해 판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 재직 중 이뤄진 행위인 만큼 법원이 이에 대해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배 변호사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담당한 재판부는 대통령 직무 수행을 이유로 재판을 추후 지정으로 정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법원이 헌법 제84조를 넓게 해석해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사법 판단을 유보한 사례로 평가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이 재직 중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이른바 ‘불소추 특권’을 규정하고 있다. 배 변호사는 이러한 규정을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례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대통령 재직 중 이뤄진 권한 행사에 대해 법원이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비상계엄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하며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 이론을 언급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결정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 등을 거론하며 비상계엄 역시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통치행위였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과 형사재판 변론 과정에서 줄곧 제기해온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상계엄 선포 원인이 거대 야당의 무차별적인 입법권 행사와 잇단 탄핵소추에 있었다는 점도 다시 한번 강조됐다. 변호인단은 프랑스의 나폴레옹,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등을 거대 야당과 비교했다. 도태우 변호사는 “이들의 공통점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자발적 동의와 압도적 지지를 얻은 뒤 민주주의를 파괴한 독재자라는 점”이라며 “선거라는 수치적 정당성을 무기로 삼아 삼권을 무력화하고, 국민의 뜻을 내세워 사법부를 장악하고 언론을 탄압했다”고 비판했다. 김계리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은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일당 독재의 폭주를 경계하고 이에 무관심한 국민들에게 이를 알리기 위한 대국민 호소 차원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특수공무집행방해 사건 결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직접 밝힌 발언과 동일했다.
수사기관의 내란죄 수사권을 둘러싼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위현석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송진호 변호사는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한 것을 두고 “적법절차 원칙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6일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기소 이후 결심까지 352일이 소요됐고 군경 수뇌부 사건과의 중복을 제외하고도 약 160명의 증인이 법정에 출석했다. 국회 군 투입 과정과 정치인 체포조 논란, 국회 봉쇄 등을 둘러싼 증언이 이어졌다. 특검은 이를 토대로 형법상 내란죄 구성 요건인 국헌문란과 폭동이 충분히 입증됐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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