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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살인죄로 변경해 주십시오."
5년 전 오늘인 2021년 1월 13일. 몸무게 9.5㎏, 생후 16개월에 불과했던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모(養母) 장씨의 첫 공판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이렇게 요청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이날 공판은 정인이 사건의 법적 성격이 ‘학대에 의한 사망’에서 ‘살인’으로 전환되는 결정적 분기점이었다.
검찰은 공소장 변경 취지를 밝히며 양모 장씨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장씨는 피해자가 지속적 학대를 당해 극도로 몸 상태가 나빠진 상태에서 복부에 강한 둔력을 행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복부를 손으로 때려 바닥에 넘어뜨리고 발로 피해자 복부를 밟았다."
검찰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정인이의 췌장이 절단돼 600ml의 복강 내 출혈이 발생했다. 검찰은 "복부 손상으로 사망하게 해 살해했다"고 밝혔다.
이후 2022년 4월 28일 법원은 장씨에게 징역 35년형을 확정했다. 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치한 양부 안씨에게도 징역 5년형이 확정됐다. 이 판결은 “아동학대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살인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사법적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만일 2019년생인 정인이가 살아있었다면 정인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한다.
◇둘째를 원한 양부모는 왜 정인이를 살해했나=이들의 이야기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대학교 재학 중이던 장씨와 안씨는 6년간 연애 끝에 2013년 5월 결혼했다. 그러나 장씨가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출산을 희망하지 않으면서 두 사람은 약 4년간 자녀 없이 혼인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2017년 4월 첫 딸을 출산했다.
장씨는 출산 이후 극심한 산후 통증을 겪었다. 또 신체 변화에 대한 부담으로 둘째 출산을 원하지 않았다. 다만 남편인 안씨와 평소 "자녀가 2명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공유해왔고, 첫째 딸이 자매를 원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여자 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심했다.
두 사람은 2018년 6월 중순 입양기관을 찾아 상담한 뒤 같은 해 7월 13일 입양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듬해 6월 예비입양부모 교육도 마쳐 2019년 8월 서울가정법원에 입양특례법상 입양 허가를 신청했다. 법원은 2020년 1월 10일 입양허가 결정을 내렸고, 두 사람은 그해 1월 17일경부터 정인이와 동거를 시작했다. 이후 2월 3일 입양 허가가 확정되면서 정인이의 법적 부모가 됐다.
장씨 부부는 친딸(당시 3세)의 성장과정에서 정서적 유대관계를 길러주기 위해 터울이 적은 여자 아이를 입양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양육 과정은 달랐다. 나이가 어린 두 딸을 동시에 돌보게 된 장씨는 정인이가 울거나 보채고,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극심한 양육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는 곧 학대 행위로 이어졌다.
2020년 3월 말부터 정인이의 이마, 볼, 목, 허벅지, 배 등 신체 여러 곳에서 멍과 상처가 빈번하게 발견됐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어린이집 원장은 같은 해 5월 아동학대 신고를 했다. 이후 7월과 9월에도 주변인들의 신고가 이어지며 경찰 수사가 진행됐지만, 장씨는 정인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만 양육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짜증과 분노가 누적되면서 폭행 등 학대의 정도가 심해졌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장씨는 정인이가 사망한 2020년 10월 13일 오전 9시부터 10시15분 사이 서울 양천구 자택에서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격분해 생후 16개월(키 79cm, 몸무게 9,5kg)에 불과한 정인이를 폭행했다. 양팔을 강하게 잡아 흔드는 등 폭행해 정인이의 좌측 팔꿈치를 탈구시켰고, 손으로 복부를 여러 번 때려 바닥에 넘어뜨린 뒤 발로 복부를 밟는 등 강한 둔력을 반복적으로 가했다.
학대로 인해 정인이는 췌장이 절단되고 장간막이 파열되는 등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의사단체에 따르면 정인이의 췌장 절단은 ‘교통사고를 당해서 배에 가해지는 정도의 큰 충격이 가해진 경우에 해당한다
같은 날 오후 정인이의 상태가 위중함을 인식한 장씨는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응급실에 도착해 몇 차례 CPR을 받던 정인이는 심정지가 회복되지 않아 오후 6시 40분 끝내 숨졌다. 사인은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로 인한 600ml 상당의 복강 내 출혈 및 광범위한 후복막강 출혈 등 복부 손상이었다.
◇‘정인이 사건’ 이후 제도는 바뀌었지만...신고는 늘었다=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국회는 2021년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해 '즉각조사·즉각분리 조항'을 도입했다. 아동학대범죄 신고가 접수되면 지방자치단체나 수사기관이 즉시 조사나 수사에 착수하고, 필요할 경우 피해 아동을 곧바로 분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통계는 여전히 냉혹하다.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5만242건으로 3년 만에 다시 5만 건을 넘어섰다. 5년간의 신고 건수를 보면 2020년 4만2251건, 2021년 5만3932건, 2022년 4만6103건, 2023년 4만8522건, 2024년 5만242건으로 '정인이 사건' 이후 높은 수준의 신고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아동학대로 최종 판단된 사례는 약 2만4500건이다. 가해자의 84%는 부모였으며, 학대가 발생한 장소 역시 가정 내에서 발생한 사례가 82.9%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해자 유형별로는 대리양육자에 의한 아동학대가 7%, 친인척은 2.7%, 이웃 및 낯선 사람에 의한 학대는 6.2%로 나타났다.
또 2024년 한 해 동안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30명이었다. 최근 5년간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자 수를 보면 2020년 43명, 2021년 40명, 2022년 50명, 2023년 44명, 2024년 30명으로 매년 수십 명의 아이들이 학대로 목숨을 잃고 있다. 2023년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을 연령별로 보면 2세 이하(36개월 미만)가 17명(56.7%)이었고 6세 이하 영유아는 21명(70.0%)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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