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분야의 스타트업이 기술 개발에 이어 시장 검증과 신뢰 확보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데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여전히 ‘단기 회수’ 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 아쉽습니다.”
김준휘 엘티아이에스(LTIS) 대표는 1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난이도 기술 축적의 시간을 함께 견뎌줄 투자 문화가 정착돼야 국내 기술 기반 연구개발(R&D) 스타트업들이 생존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정밀 계측장비 기업인 파크시스템스에 합류해 12년 간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원자힘현미경(AFM) 개발을 이끌었다. 이후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주사이온전도현미경(SICM)의 측정 속도를 기존 1시간에서 10분까지 단축하는 기술을 개발해 세포의 미세구조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기반을 열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바이오 등 첨단산업의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하겠다며 2019년 창업에 도전했다. 김 대표는 “당시 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산업의 급속한 발전을 뒷받침할 측정 기술이 여전히 예전 방식에 머물러 ‘측정 격차’가 컸다”며 “그때 다루던 장비들이 반도체 웨이퍼처럼 단단한 시료의 관찰에 최적화돼 있어 세포나 단백질처럼 유연하고 살아 있는 것을 측정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의 경우 세포의 상태나 단백질의 농도, 입자의 크기에 따라 약의 안전성과 효과가 달라지는데 대부분의 기존 장비는 일부만을 측정해 ‘대표값’을 계산하는 방식이라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가 20마이크로리터(μL) 정도로 아주 적은 시료의 모든 입자도 빠짐없이 관찰하고 셀 수 있는 측정 장비에 매달린 이유다.
김 대표가 개발한 측정 장비는 초고속 카메라와 정밀 광학계, 병렬 연산 기반 분석 소프트웨어의 동시 작동을 통해 세포 등 미세물질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살펴보는 게 특징이다. 해상도뿐 아니라 해석의 정확도와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현재 LTIS는 범용 매뉴얼 장비의 상용화를 마친데 이어 전자동 세포계수기와 이물질 검사기 등의 산업용 장비를 개발하며 산업 표준을 새로 정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등과 측정 신뢰도 검증 및 국제 표준화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연내 NTU와 아시아 시장 검증과 글로벌 표준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 과정에서 기술 축적의 시간을 함께 견뎌줄 혁신 금융의 필요성을 거듭 절감했다고 했다. 그는 “집을 담보로 잡히면서까지 7년 가까이 R&D에 올인해 산학연에 혁신 계측장비를 공급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 들어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분위기가 일부 회복되는 듯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피부로 느낄 정도는 아니다”고 전했다.
LTIS의 경우 창업 후 서울대기술지주(TIPS)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각각 투자를 받았으나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축소와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훼손으로 인해 추가 투자 유치에 애로를 겪었고 그 여파가 아직까지 미치고 있다. 김 대표는 “모태펀드 같은 정책 자금조차 투자 운용사에 단기 성과 지표(KPI)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며 “긴 호흡의 지원이 늘어나야 딥테크 벤처스타트업의 장기 기술 축적과 신뢰 형성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우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식품의약국(FDA)이 산업계와 함께 측정 기준과 규제 체계를 만들며 신산업 기반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은 우리가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구조적 산업 전환을 이루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첨단산업의 고품질 확보를 위해 측정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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