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에서 공식적으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해제 발표는 없었지만 지난 10년 동안 크게 감소했던 양국 간 문화·인적 교류가 다시 늘어나며 혐한·혐중론도 줄어들 것입니다.”
중국 쓰촨성 성도인 청두에서 30여년 간 거주 중인 박원서 한중미래혁신센터(SKFI) 센터장은 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사태 이후 불거진 혐한·혐중론을 딛고 의료 교류 확대에 나서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87년 LG산전(현 LS일렉트릭)에 입사해 중국 주재원으로 발령받아 칭따오·다렌·베이징을 거쳐 1997년 청두에 터를 잡은 뒤 2002년 과장으로 퇴직했다. 이후 한국 설비 도입 등 무역회사를 운영했고 2005년부터 한중문화협회 청두지회장으로 활동 중이며 2017년 (주)한중미래혁신센터를 설립했다.
청두의 고신구(高新區) 하이테크산업단지에 자리잡은 센터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설립에서부터 시장조사, 회계, 투·융자, 지식재산권(IP) 등 법률과 기술·마케팅 지원 등을 하고 있다. 현재 입주한 한국 기업(합작사 포함)은 115개다. 센터는 2015년 천안문 열병식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당시 리커창 총리의 협의에 따라 다음해 중국 당국이 땅과 건물, 시설을 내놓아 만든 한중혁신창업단지에 들어섰다. 그러나 곧바로 사드 사태에 이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윤석열 정부의 대중 견제 여파 등이 겹치며 부침을 겪었다. 박 센터장은 “25만6000㎡ 부지에 8개 건물과 컨벤션센터 등을 갖춘 한중혁신창업센터는 지금은 여러 기업들로 꽉 찼으나 한국 기업들의 참여는 미미한 실정”이라며 “예정대로라면 한중 간 경제 협력 모델이 됐을텐데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현재 한중미래혁신센터에 입주한 한국 정보기술(IT)·온라인 마케팅·게임사 등은 3년가량 사무실을 무료로 제공받고 펀드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2000만 명이 훌쩍 넘는 청두시를 비롯 쓰촨성의 넓은 내수 시장을 공략할 때도 마케팅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청두 고신구에 대거 입주한 글로벌 기업들과 현지의 풍부한 젊은 인력도 잘 활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는 “설립 초기와 달리 지금은 중국에서 인공지능(AI)·로봇·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이 워낙 발전해 웬만큼 기술력을 갖추지 않으면 현지 진출이 쉽지 않다”며 “청두의 인건비도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비하면 저렴하지만 상당히 올랐다”고 귀띔했다. 이어 “청두만 해도 20~30년 전에는 시골 같았는데 10여 년 전부터 상업·물류·관광은 물론 AI·바이오 등 첨단산업 발전이 급속히 이뤄지며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1선(一線) 도시 바로 다음의 신(新)1선도시가 됐다”며 “이제는 화장품·식품 등 한국 기업들이 청두에서 차로 두어시간 들어가는 2·3선 도시를 공략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한중 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순풍에 돛단듯 발전하다가 사드 사태 이후 급속히 냉각돼 지난 10년 간 중국 내 한국 기업 주재원과 유학생 등이 50만~60만 명에서 20만 명대로 줄었다는 게 박 센터장의 추정이다. 사드 사태 이전만 해도 청두에 있는 쓰촨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 한국 유학생이 200명 이상이었으나 지금은 몇십 명 정도로 감소했다. 한한령으로 중국 내 한국 가수의 공연이나 영화·드라마 방영도 막혔고 게임도 여전히 많은 규제를 받고 있다. 특히 사드 사태 이후 애국주의 교육을 받은 젊은층 사이에 혐한론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그는 앞으로 한중 관계와 관련해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한한령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 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해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양국 정상이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에 이어 이번에 상당히 신뢰를 쌓아 상호 관광객 무비자 조치에 이어 문화·예술·인적 교류 증가로 이어지며 양국 내 혐한·혐중론 감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패권전쟁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분리와 한중 간 산업 경쟁 심화로 인해 다시 예전처럼 경제 협력이 활발해지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호혜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오는 3월 청두 의료·건강박람회에 한국 기업 20여곳을 참여시키고 5월에는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여는 국제의료포럼에 50여 명의 중국 의료계와 기업인을 동반해 참여할 것”이라며 “연내 중국 하이난섬 중부의 의료관광특구에 한국의 고주파 온열 치료 기술을 바탕으로 합작 암치료센터를 여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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