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韓·대만 의존하는 반도체 공급망 5년 뒤에는 크게 바뀔 것”

[해외 석학 특별인터뷰]

■마이클 스펜스 스탠퍼드대 명예교수

트럼프 관세 영향력 진정됐지만

보호무역주의 뒤집을 방도 없어

각국 경제안보 방점 공급망 변화

韓경제, 소비여력 줄어들어 문제

경쟁력 커진 中제조업 도전 직면

AI 등 규제 혁신해 성장률 높여야

마이클 스펜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사진 제공=SDA 보코니 경영대학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글로벌 경제가 관세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 있다. 한 치 양보 없이 펼쳐지는 미중 무역·기술 경쟁과 인공지능(AI) 산업의 고속 성장은 글로벌 산업·안보 공급망을 빠른 속도로 재편하고 있다. 정보 소유의 불균형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스펜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가 과거와 같은 형태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스펜스 교수는 세계 각국이 경제 안보를 중시하면서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됐고 공급망 다변화에 사활을 거는 흐름에 주목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끝나도 방어적 글로벌 무역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과 대만에 집중된 반도체 공급망 역시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펜스 교수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특별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관세에 주목하고 있지만 더욱 중요한 사실은 각국과 기업들이 경제 안보와 공급망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집권과 무관하게 우리가 10년 전쯤 누렸던 개방된 무역 체제로 돌아갈 확률은 ‘0’에 가깝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리쇼어링(해외 사업장의 자국 복귀) 등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시작된 꽤 오래된 현상이고 이 모든 것을 관세 탓으로 돌리는 건 실수”라며 “트럼프 행정부 이후에도 보호무역주의 흐름을 크게 뒤집을 합리적인 시나리오는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되살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희망 사항(wishful thinking)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러한 판단의 기저에는 세계 각국이 경제 안보에 매달리며 전략적 경쟁에 몰두하는 현재의 상황이 서로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스펜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지도자가 아니라고 해서 미중 경쟁이 사라질지, 유럽이 화석연료를 러시아에 다시 의지하게 될지, 유럽이 미국을 다시 신뢰할 수 있는 동맹으로 간주할지 매우 의심스럽다”며 “각국은 무역 상대국이 자국을 싫어하는 상황, 금융 흐름이 차단되는 상황, 필수품을 신뢰할 수 없는 소수의 공급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 등 여러 위험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서도 “현재 최첨단 반도체는 한국·대만 등에서만 만들 수 있는데 이 역시 (다른 나라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상황이 아니다”라며 “5년 뒤에는 반도체 공급망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영향력에 대해 “다소 진정된 상태이고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짚었다. 스펜스 교수는 “관세가 어디까지 갈지 불확실할 때는 영향력이 커 보였지만 10~15% 범위 안에서 결정된다면 세계경제에 재앙적 수준은 아니다”라며 “미국 경제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합친 총수입이 국내총생산(GDP)의 15% 수준인데 이걸 조금 건드린다고 해서 경제 전체가 무너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스펜스 교수는 “대다수 국가가 관세로 인해 거대한 충격을 겪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가령 중국의 경우 대미 수출 비중은 전체의 15%에 불과하고 동남아시아를 향한 수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펜스 교수는 관세율 자체보다는 미국이 다른 나라와 무역 협정을 맺으면서 ‘누구와 거래할 수 있는지’를 두고 조건을 내거는 상황을 우려했다. 일례로 미국이 한국·일본과 각각 맺은 무역 협상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은 경제적 상호 의존성과 국가 안보가 일치하지 않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자유무역이 더 좋기는 하지만 그나마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췄으니 협정을 안 맺은 것보다는 낫다”고 평가했다.

스펜스 교수는 한국 경제에 관해서는 “주거·교육비 부담이 너무 높아 소비 여력이 줄고 있다는 점과 성장에 의존하는 ‘부과식(Pay as you go)’ 연금제도가 문제”라며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수요 부진과 제조업 경쟁력 부상이 도전 과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출산으로 노동력이 줄어드니 잠재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AI 기술의 잠재력을 감안해 규제 혁신으로 잠재성장률을 더 높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올해 주목해야 할 화두로는 기후변화, 금융시장 리스크 등을 제시했다. 그는 “10년 넘게 저금리, 저물가, 양적 완화의 시대에 살았는데 이제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탓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높게 유지해야 한다”며 “빚은 많은데 실질금리는 높아지는 상황이 잠재적인 불안 요소”라고 지목했다. 또 “세계경제 시스템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훨씬 파편화돼 비용은 더 들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는 쉬워졌다”고 덧붙였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내는 경기 부양책에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3%에 고착됐고 재정 적자는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커져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없다”며 “부양책으로 성장은 하겠지만 불평등이 심해지고 소득은 물가만큼 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