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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약세 뉴노멀' 시대, 스테이블코인 안전판 확보할 때다 [윤경환 특파원의 브레이킹 뉴욕]

경제 석학들, 스테이블코인 한목소리 비판

달러 신뢰 추락, 통화정책 붕괴, 범죄 악용

잠재 위험성 산적…트럼프 사익추구 지적도

李 공약이라 韓은 여야 이견 없이 도입 결정

기축통화도 걱정 쏟아지는데 한은 의견 패싱

환율 급등 속에 엔화·유로화와도 위상 달라

금융·통화 경제 부문의 세계적인 학자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3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




이달 3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 현장에서 만난 금융·통화 부문의 세계적인 석학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데 원화는 왜 더 약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호텔비는 어떻게 지불했느냐, 미국에 머물기 괜찮느냐”는 농담부터 던졌다. 그는 원화 절하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면서도 이튿날 추가 강연이 취소되지 않았으면 최근 통화 가치가 급락한 대표적 사례로 한국을 소개하려 했을 정도로 원·달러 환율 급등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경제학자들도 한국 통화의 ‘나 홀로’ 가치 하락만큼은 비정상적 현상으로 관심을 두고 있음을 짐작게 한 대목이었다.

정작 로고프 교수는 총회 강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약달러 유도 정책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쏟았다. 그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스테이블코인(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 관련 규제 완화 조치에 주목하면서 경제학자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분통을 터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에 가치를 연동시킨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이른바 ‘지니어스법’에 지난해 7월 서명한 일을 두고 “파괴적” “선거 자금줄” 등의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법률적 안전장치가 부족한 상황에서 달러에 불투명한 거래 수단을 연계할 경우 신뢰성은 떨어지고 변동성이 커져 안전자산의 기능을 급격히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총회에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불안정성을 경고한 학자는 로고프 교수뿐만은 아니었다. 재닛 옐런 전 미국 재무부 장관도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스테이블코인은 대규모 인출(run)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시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학자인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정책에 명백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직접 발행하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조차 계속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해 8월 지니어스법 홍보 목적으로 뉴욕 맨해튼에서 외신 기자 간담회를 연 월스트리트블록체인연합(WSBA) 소속 조슈아 애슐리 클레이먼 변호사 역시 기자와 만나 “북한이나 마약 밀매업자들이 가상화폐를 나쁜 활동에 쓸 것이라는 우려를 많이 듣는다”고 토로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이 달러에 가치를 연동시키는 스테이블코인 방식에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달러보다 취약한 원화를 보유한 한국은 어떤 상황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이상할 정도로 여야 간 논란이 적은 상태에서 법제화가 결정된 듯하다. 발행 주체 등 주요 논점은 각론에만 집중돼 있다. 자본 유출, 환율 변동성 확대, 범죄 악용 등 잠재적 문제가 수두룩한데도 당정은 ‘가상화폐 시장 활성화’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와 여당은 핀테크 등 비은행권도 스테이블코인에 당장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우려의 목소리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과 이창용 총재는 지난해부터 줄곧 통화 시스템 질서 붕괴, 원화 신뢰도 추락, 기술적 오류 발생 가능성 등을 경고했다.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는 이유로 당정이 이를 귀담아듣지 않았을 뿐이다.

물론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이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거나 완료한 상태에서 우리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다만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통과된 지니어스법을 트럼프 대통령의 사익 추구로 규정하는 이유가 뭔지는 곱씹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미 기축통화이거나 그 지위를 한 차례라도 노린 적이 있던 달러·유로·엔화에 비해 원화가 안정성이 떨어지는 화폐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도입에 속도를 내기보다 안전판을 촘촘하게 마련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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