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군은 북한이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무인기 두 대가 민간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고 있다. 동호회에서 쓰는 수준의 저가 부품이 쓰였다는 점, 정보 가치가 떨어지는 표적을 굳이 촬영했다는 점 등이 근거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이 남북 관계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1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무인기 잔해 사진에는 중국산 부품, 삼성 로고가 찍힌 메모리카드 등 구체적인 제원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됐다. 북측은 무인기 동체뿐만 아니라 개별 부품까지 일일이 사진으로 찍은 20여 장을 공개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 침투한 무인기는 경기 파주시에서 이륙해 황해북도 평산군과 개성 등을 비행했고 이달 4일 침투한 무인기는 인천 강화군부터 북한 개성시, 황해북도 평산군 등을 비행했다면서 주요 지점을 통과한 시각과 위도·경도·고도 등 상세한 비행 기록까지 공개했다. 무인기가 촬영했다는 사진에는 개성시 개풍 구역, 황해북도 평산, 개성공업지구 일대 상공 등이 찍혀 있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들 무인기가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는 접경 지역에서 이륙해 한국군 감시 장비를 모두 통과했다며 “배후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2024년 10월 평양에서 발견한 무인기 잔해의 경우 우리 군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으나 당시 윤석열 정부가 남북 간 충돌을 유도하기 위해 실제 군사작전을 단행한 사실이 특검 수사 등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무인기 두 대는 우리 군의 작전이 아니라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주장에 대해 “계엄의 악몽이 엊그제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나”라고 10일 연합뉴스에 밝히면서 남북 합동 조사를 제안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해당 무인기가 민간의 것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조사 중인 만큼 구체적인 근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군에서 쓸 법한 제원이 아니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체는 중국 기업의 ‘스카이워커 타이탄 2160’ 모델로 보이며 동호회나 산업용으로 30만~60만 원대에 판매되는 제품”이라며 “비행제어컴퓨터(FC)와 수신기·카메라·메모리카드 등도 군용으로 쓰지 않는 저가형”이라고 분석했다. 또 “휴전선 인근과 개성 지역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감시할 자산을 가진 한국군이 구식 무인기로 정보 가치가 떨어지는 표적을 찍는 것은 군사작전상 성립될 수 없는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정책, 정세 등까지 감안했을 때 우리 군이나 정보기관이 ‘비공식 작전’으로 상용 드론을 개조해 투입했을 가능성도 희박하다”면서 “군이 아닌 민간 주체나 동호인 등이 보냈거나 조종 불능으로 월북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북한이탈주민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유튜브 채널은 2022년 무인기로 촬영한 북한 신의주의 영상을 공개했다. 2023년에는 국내 무인기 동호회가 강원도 고성에서 띄운 무인기가 금강산까지 비행하고 돌아온 사례도 있다.
북한의 자작극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2014년 무인기를 날려 청와대 상공을 촬영한 바 있다. 같은 해 3·4·9월에 경기도 파주와 백령도, 강원도 삼척, 백령도에서 각각 발견된 북한 무인기의 잔해는 이번에 북측이 공개한 것과 비슷한 하늘색 고정익(날개 고정형)이다.
우리 정부의 설명과 관련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사태의 본질은 그 행위자가 군부냐 민간이냐가 아니다”라며 한국 정부 책임론에 집중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한국 국방부가 우리에게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그나마 연명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하고 싶다”면서도 “윤가(윤석열 정부)가 저질렀든 리가(이재명 정부)가 저질렀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신성불가침의 주권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사실이라면 한반도 평화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며 직접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다. 정부 차원의 대북 도발 의도가 없었음을 재확인해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부터 대북 전단 살포 및 확성기 방송 중단 등 선제적인 유화 조치를 취했다. 특히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이 남북 관계 회복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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