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선임을 계기로 화해무드가 조성됐던 의정 관계에 급격한 냉각기류가 형성됐다. 정 장관이 4년 만에 의료계 신년하례회를 찾아 소통 의지를 내비쳤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의 논의 과정을 지적하며 "정책 추진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을 경우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윤석열 정부에서 밀어붙였다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던 의대 증원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제2의 의정갈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정 장관은 8일 의협과 대한병원협회 주최로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지역 필수의료와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의대 교육 여건 개선 등 정부도 의료계와 같은 문제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단기간에 해결하려면 차선이라도 시작하면서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정책 여건 속에서 국민 중심의 보건의료 발전을 위해 정부는 진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계와 충분히 협의할 것이며 의료계도 같이 해 달라"고 당부했다.
복지부 장관이 의료계 신년하례회에 참석한 것은 2022년 권덕철 장관 이후 4년 만이다. 2023년, 2024년에는 일정상 장관이 불참해 차관이 축사를 대독했고, 2025년에는 의정갈등이 극에 달해 장·차관 모두 불참했다. 2년 가까이 지속된 의정 사태 후 다시 의대정원 증원 가능성이 높은 의사인력 추계 추계 결과가 나오면서 의료계 반발이 커지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의사인력수급추계위의 미래 의사 부족 추계 결과를 토대로 1월 한 달간 매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열어 설 연휴 전까지 2027년 이후 의대 정원 규모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달 6일 열렸던 보정심 제2차 회의에서 2040년 부족한 의사 수가 5015명∼1만 1136명이 될 것으로 보고돼 최소 부족 인력이 당초 추계위 예상 보다 700명 가량 줄었다. 의대 증원 재추진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의정관계는 또다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의협은 "추계위의 부실한 추계 발표에 대해서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날부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의료계는 이날 하례회에 정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비판을 쏟아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외국은 2년에 걸쳐 의대정원을 추계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5개월 만에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냈다"며 "추계위 진행 모델대로라면 2040년 건강보험 재정은 240조 원, 2060년에는 700조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재정적) 부분도 논의와 검토를 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의사인력 수급에 대한 정확한 인식 파악과 당장의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 변화를 정부에 강하게 요구한다"며 "변화가 없다면 의협 대의원회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 증원 문제 외에도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통과한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안, 관리급여 도입, 건강보험공단 내 특사경 신설 논의 등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개원의들의 반대가 극심한 정책들의 강행을 막지 못한 현 의협 집행부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김 의장은 “의대 정원만을 다루는 소모적 대화에서 벗어나 2035년, 2040년이 되기 전 망가진 의료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는 바로 지금”이라며 "김택우 의협 집행부도 이를 유념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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