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술·담배 안하던 삼촌, 심근경색? 건강검진이 놓친 위험인자의 정체[안경진의 약이야기]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LDL-C보다 6배 더 치명적

선천적으로 타고나는데 생활습관 개선으론 조절 어려워

유럽학회는 최소 1회 검사 권고…국내선 시행률 저조

노바티스·암젠 등 글로벌 제약사 Lp(a) 타깃신약 개발중

클립아트코리아




"연초부터 이게 무슨 일이래니. "

50대 중반을 갓 넘긴 막내 외삼촌이 귀가하던 중 가슴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았다가 급성 심근경색을 진단 받았다는 소식에 집안 분위기가 어수선합니다. 담배는 입에 댄 적도 없고 술을 즐기지도 않는 데다 일주일에 3일은 수영을 하는 등 평소 자기관리가 정말 철저했거든요. 작년 추석 연휴 땐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LDL-C) 수치 등 전반적인 검강검진 결과가 40대인 저보다 좋게 나와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여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니, 정말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 익숙한 항목 외에도 심뇌혈관질환의 유전적 위험요소인 'Lp(a)’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겉으론 건강해 보여도 선천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타고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죠.

Lp(a)는 지단백(Lipoprotein)의 약어로 ‘엘피 리틀에이’라고 불립니다. LDL-C와 마찬가지로 혈액 속에 존재하며, 수치가 높아지면 혈관 내 플라크 형성을 촉진해 혈관벽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를 일으키죠. 심지어 심뇌혈관질환의 주범인 플라크를 형성할 확률은 LDL-C보다 6배가량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심혈관질환 발생을 높이는 다른 위험 요인이 없어도 Lp(a) 수치가 높으면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뇌경색), 말초동맥질환 뿐 아니라 심혈관 사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해요.

학계에서는 Lp(a) 수치가 50㎎/dL 이상이면 높은 것으로 간주합니다. 중국 등 일부 아시아 지역에선 30㎎/dL만 넘어도 위험군으로 분류하죠. 전 세계 인구의 5명 중 1명 꼴로 Lp(a) 수치 상승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Lp(a) 수치가 높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3배 더 높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Lp(a)는 파열 위험이 큰 플라크와도 관련이 있어, 일부 환자에서 급성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검사를 받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는 건데요. 아니나다를까 외삼촌의 경우 Lp(a) 수치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유전적으로 결정된 Lp(a) 수치가 높은 탓에 그렇게 열심히 수영을 하고 식단 관리를 해도 소용이 없었던 셈이죠. Lp(a)는 유전성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라는 표현 그대로 건강한 생활습관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식습관이나 운동 등으로 개선하기 어렵거든요.



유럽심장학회(ESC)와 유럽죽상동맥경화학회(EAS)는 성인의 경우 최소 1번은 Lp(a)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유전적 특성을 갖는 만큼, 가족 구성원 중 1명이라도 수치가 높으면 가족 모두 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심혈관질환의 가족력이 있다면 조기 진단과 예방을 위해서라도 Lp(a) 검사를 고려해야 하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검사 시행률이 저조합니다. 총콜레스테롤(TC),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HDL-C), LDL-C 등 다른 인자와 마찬가지로 혈액검사로 비교적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잘 알려져 있지 않다보니 검사를 요청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거든요. 만약 Lp(a) 수치를 확인하고 싶다면 검진기관에 정밀 지질검사를 요청하면 됩니다.

그동안은 Lp(a) 수치를 직접 낮출 수 있는 약이 없어서 검사를 받아도 흡연·비만·고혈압·당뇨병 같은 다른 위험인자를 더욱 철저히 관리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노바티스, 암젠,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최근 Lp(a) 타깃 치료제를 개발 중인데요. 대부분 임상 3상 단계로, 빠르면 올해 안에 임상 결과가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치료제들이 상용화되면 유전적으로 높은 Lp(a) 수치를 타고난 사람들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겠죠. 장영우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Lp(a)는 나쁜 콜레스테롤을 가장 많이 함유한 LDL-C 분자당보다 6~7배 위험한 인자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은 물론 의료진에게도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며 "Lp(a) 검사가 심근경색, 뇌졸중 등 중증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올해는 건강검진에 앞서 Lp(a) 검사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한 번쯤 검사를 받아보는 게 어떨까요?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