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해 군(軍) 동원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월등한 군사·경제력을 바탕으로 서반구(아메리카 대륙)를 사실상 지배하려는 ‘신(新)제국주의’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6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획득이 국가 안보의 우선 과제이며 북극 지역에서 우리 적들을 억제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요한 외교정책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다양한 옵션을 논의하고 있으며 미군을 활용하는 것은 최고사령관의 선택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다만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의회 의원들에게 비공개 브리핑을 통해 행정부의 목표는 그린란드에 대한 실제 침공이 아닌 매입이라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유럽이 강력 반발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덴마크 등 7개국은 이날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 내고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주민의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북극권의 안보는 미국을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의 집단 협력을 통해 달성해야 한다며 미국의 협력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을 계기로 그린란드·콜롬비아·멕시코·쿠바 등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두고 CNN은 트럼프식 ‘신제국주의’라고 진단했다. 텍사스대의 앨런 쿠퍼먼 공공정책학 교수는 CNN에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미국을 중남미의 지배적인 강대국으로 만들고 중남미의 자원을 통해 미국이 지금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도록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미국으로 들여와 미국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베네수엘라 과도정부가 제재 대상이었던 고품질 원유 3000만~5000만 배럴을 미국에 인도할 것임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이 원유는 시장가격으로 판매될 것이며 판매 대금은 미국 대통령인 나의 통제하에 둬서 베네수엘라 국민과 미국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3000만~5000만 배럴은 베네수엘라의 평상시 원유 생산량 기준 약 30~50일 치에 해당하는 분량으로 5000만 배럴 기준으로 시장가격은 최대 30억 달러(약 4조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1380만 배럴이다. WSJ는 전문가를 인용해 “중질 원유 처리 설비를 갖춘 멕시코만 연안 미국 정유 시설은 최근 몇 년간 새로운 중질유 공급원을 물색해왔기 때문에 이번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은 희소식”이라며 “미국 내 디젤·휘발유 및 기타 정제 제품 소비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발표 이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최대 2.4% 하락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장악할 경우 글로벌 석유 시장도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경우 최대 수혜국은 미국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 유전을 독점한다면 에너지 패권을 더욱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의 최대 원유 공급국인 캐나다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도 원유 시장 관리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시장에 유입돼 가격이 하락하면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중국 역시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길이 끊기며 일정 부분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재건하겠다는 구상을 실현하는 데 1000억 달러(약 144조 원)에 이르는 비용과 수년의 시간이 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어 앞날이 녹록지 않다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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