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빅딜은 없었지만 앞으로 협력 기반을 단단히 다진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국빈 방문임에도 공동성명이나 발표문조차 없는 것은 아쉽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10년 가까이 냉각된 양국 간 관계 복원의 첫걸음임을 감안하면 의미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는 6일 “한중 관계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양국 간 경색 국면을 푸는 과정에 있는 만큼 미중 간 전략 경쟁의 구도 안에서 시간을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실제 이번 회담에서는 ‘하나의 중국’ 문제나 우리에게 중요한 대북 정책, 핵추진잠수함 도입 등이 쟁점으로 다뤄지지는 않았다. 시 주석이 “세계화의 수혜자인 양국이 함께 보호주의에 저항하고 다자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이었다.
대신 양국 정상은 매년 만나기로 뜻을 모았고 전략적 대화 채널을 복원해 외교·안보 분야의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서비스·투자) 협상 연내 추진, 핵심광물을 포함한 공급망 협력 강화, 서해 해양경계획정을 위한 차관급 회담 연내 개최, 북한과 관련한 ‘창의적 방안’ 공동 모색 등도 이번 정상회담의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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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 해제도 조용히 진전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청와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문화·콘텐츠 교류와 관련해) 서로 실무 협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접근해나가자는 공감대가 정상 간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수근 한중글로벌협회 회장은 “한한령 문제는 지난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시 주석이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과 대화한 후 왕이 외교부장에게 관련 지시를 한 데서 이미 풀리고 있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대중문화교류위는 ‘원론적인 덕담이었다’고 선을 긋기도 했지만 “중국 입장에서도 한한령은 좋은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에 빨리 해결하고 싶어한다”는 것이 우 회장의 분석이다. 다만 한한령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 간의 ‘시차’를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중국에서는 이런 문화 공연을 위해 보통 6개월 이상의 내부 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체결된 15건의 한중 양해각서(MOU) 중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상호 협력 MOU도 이목을 끌었다. 우리나라 기업의 브랜드·콘텐츠 등을 보호할 수단이 생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우 회장은 “지식재산권 분야는 그동안 중국에서 말하기 껄끄러웠던 분야인데 중국이 이 부분의 개선 의지와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안보를 강조하기보다 실용적인 경제 협력에 초점을 맞추면서 관계 강화에 대한 의지를 확실히 중국에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한중 관계 강화가 한미·한일 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국은 중국과 호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한미일 협력이 우선순위라는 점을 명확히 했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면서 “최근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은 난감할 수 있겠지만 한일 셔틀외교 복원도 추진 중인 만큼 역시 관리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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