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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가짜 일’ 줄이기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1935년 에세이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근로가 미덕이라는 사회 통념을 비판하며 하루 4시간 노동을 제안했다. 그는 기술 발전으로 기본 생활은 충족할 수 있으니 여가 시간을 늘려 창조적 활동에 몰두하면 개인의 행복과 사회 혁신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었다. 1930년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도 기술 진보와 경제적 풍요로 인해 100년 뒤에는 주 15시간 노동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선진국의 노동시간은 주 40시간가량으로 줄었지만 이들의 예측과는 거리가 멀다. 임금이 증가하면 여가의 기회비용이 높아져 여가를 줄이고 더 많이 일하려는 일종의 ‘소득 대체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소득 불평등 심화와 자아 실현을 위한 인간의 노동 욕구 등도 이들이 간과했던 요인이다.

특히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가짜 노동’에 따르면 무의미하게 시간만 낭비하는 노동이 늘고 있는 추세다.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 시간만 잡아먹는 긴 회의, 단지 바빠 보이기 위한 일 등이 가짜 노동의 사례들이다. 인터넷 쇼핑몰 검색 대부분이 직장인들 근무시간에 이뤄진다는 해외 조사 결과도 있다. ‘가짜 노동’은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 등장하기도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민간 회사 근무 시절) 고객 가치와 관계없는 일을 하고 상사가 퇴근을 안 하면 줄줄이 퇴근을 안 하는 눈치 보기 문화가 있었다”며 “‘가짜 일 30% 줄이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말해 대통령의 칭찬을 들었다.



최근 노사정 사회적 협의체는 2030년까지 실노동시간을 현재 연 1859시간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00시간대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취지는 공감할 만하다. 문제는 우리나라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이라는 점이다. 노동시간만 단축했다가는 기업 부담을 늘리고 성장을 저해하게 된다. ‘가짜 노동’을 줄이려면 일에 대한 보상 기준을 과정이나 시간이 아닌 결과로 바꿔야 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급 중심으로 개편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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