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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복제약가 인하, R&D까지 꺾어선 안된다

박지수 바이오부 기자


정부가 복제약 가격 인하 카드를 꺼냈다. 고령화와 의료비 증가 속에서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단일 보험 체계를 유지하는 한국에서 재정 안정을 위해 약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업계 안팎에서도 공감대가 적지 않다.

문제는 방식과 속도다. 정부는 동일 성분 복제약의 가격 상한선을 일괄적으로 낮추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개별 품목의 시장 기여도,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여부는 고려하지 않는다. 약가 조정으로 인한 제약사의 매출 감소는 곧 R&D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성공 확률이 낮고 개발 기간이 긴 제약·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새로운 파이프라인 발굴부터 위축될 수 있다. 특히 중견·중소 제약사는 타격이 크다. 복제약과 표준 치료제를 통해 대형 제약사가 대응하기 어려운 영역을 메워왔지만 약가 인하에 따른 매출 변동을 흡수할 완충장치가 많지 않다. 생산·품질관리 등 전반에 영향이 우려된다. 업계에서는 복제약 수익이 신약 개발 자금의 주요 원천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일부 기업의 도태를 넘어 국내 의약품 공급 구조 자체가 허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위기에 놓인 보험 재정을 외면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출이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고가 신약, 중증 치료제 비중이 커지는 현실에서 약가 조정 없이 재정을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교한 설계다. 업계와 소통을 통해 인하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R&D 역량을 갖춘 기업에는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 적극 논의돼야 한다. 6개월 유예, 가격 상한선 46~48% 수준 조정 등이 거론되는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약가는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국내 제약 산업의 연구·생산 기반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제약 산업의 경쟁력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현실에 맞는 속도와 강도를 조절하는 정책 설계가 뒷받침될 때 두 목표는 동시에 달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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