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남에 대한 배려와 인심도 덩달아 생긴다는 뜻이다. 하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한 경제적인 배려와 인심, 즉 기부는 돈보다 마음이 먼저다. 마음에서 울어 나오지 않는다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선뜻 하지 못하는 게 어려운 이웃을 향한 기부다.
따뜻한 마음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추운 겨울. 기부가 줄을 잇는 분야가 있다. 잠시 코스 안에서 나와 코스 밖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대한민국 여자골퍼들의 기부 행렬이다.
가장 최근 따뜻한 마음을 전한 여자골퍼는 상대적으로 ‘곳간’이 많이 줄었지만 더 후한 ‘인심’을 썼다. 올해 LPGA 시드를 잃고 백의종군을 꿈꾸는 ‘남달라’ 박성현이다. 작년 박성현이 LPGA 투어에서 번 상금은 10만 1842달러가 전부다. 한창 때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금액이다. 하지만 박성현은 팬클럽과 함께 소외 계층 지원을 위한 자선기금 5000만원을 고려대학교 의료원에 쾌척했다. 어려운 상황을 뛰어 넘은 ‘남다른 기부’다.
선수들의 기부 활동은 팬클럽 활동과 연계된 경우가 많다. 박성현의 이번 기부도 선수의 경기 기록에 따라 팬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버디 기금’이다. 작년에는 팬 카페 창설 10주년을 기념해 기존의 적립금(버디 1000원, 이글 5000원)을 두 배로 상향해 의미를 높였다.
박성현에 앞서 작년 골프 농사를 잘 지은 ‘곳간 넉넉한’ 톱 골퍼들의 기부 행렬이 이어졌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 랭킹 4위에 오른 방신실은 평택행복나눔본부에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성금 4000만원을 전달했다. KLPGA 투어 상금 3위에 오른 유현조도 아동양육시설 6곳에 1000만원씩 총 6000만 원을 기부했다.
상금 5위 이예원은 팬클럽 ‘퍼펙트바니’와 함께 고려대학교 의료원에 의료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자선기금 3000만 원을 전달했고 상금 9위 이가영 역시 팬클럽 ‘가영동화’와 함께 버디 기금 1000만원을 경남 의령군 고향사랑기부제와 충북 증평삼보사회복지관에 전달했다. 이예원과 이가영은 작년 3월 큰 산불이 났을 때도 피해 지역에 회복 기금을 낸 바 있다.
올해 LPGA무대로 진출하는 황유민도 장애 어린이를 위한 치료비와 재활 환경 개선을 위해 보바스어린이 재활센터에 1000만 원을 기부하는 나눔을 실천했다. 작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생애 첫 승을 올린 임진희 역시 고향 제주의 취약계층을 위해 사용해 달라고 성금 1000만원을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후배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대선배 신지애도 어김없이 선한 영향력을 퍼트렸다. 서브 스폰서인 두산건설과 함께 자살 유족 아동·청소년 지원을 위한 꿈자람 사업 기부금 4000만원을 전달한 것이다. 신지애는 2017년부터 9년째 재단에 기부를 이어오고 있는데, 두산건설이 신지애의 기부금 2000만원과 같은 금액을 더해 더욱 의미가 있었다.
신지애를 존경한다는 윤이나도 공식 팬카페 ‘빛이나’와 함께 연세의료원에 4300만 원을 기부하며 따뜻한 나눔을 실천했다. 윤이나는 “늘 많은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들과 손잡고 앞으로도 선한 영향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기부라는 게 말이 쉽지 선수 혼자 하는 것은 무척 힘들다. 그래서 팬클럽 활동이 왕성한 선수들이 주로 기부에 나서게 된다. 그래서 더 의미가 깊은 것이다.
‘규티풀’ 박현경도 작년 골프 농사가 썩 좋지는 않았다. 2024년에는 상금 2위(11억 3319만원)에 올랐지만 작년에는 상금 17위(6억 788만원)로 떨어졌다. 하지만 팬클럽 ‘큐티풀현경’과 함께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2630만 7857원을 기부했다. 2024년 3승을 거둔 박현경은 작년에는 딱 1승을 거뒀다. 5월 열린 E1 채리티 오픈에서다. 그때 그 우승 상금 1억 8000만 원을 전액 기부했다. ‘큐티풀’답게 아름답지만 참 통 큰 마음씨다.
이 세상 어느 나라 어느 선수들보다 ‘마음의 굿샷’을 쏘아올리고 있는 대한민국 여자골퍼들이다. 한국 여자골퍼들의 인기가 높은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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