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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이 트럼프 자금조달 수단 되면 안돼…연준, 물가 안정 집중해야"

[2026 전미경제학회 2일차]

옐런 "美적자, 전쟁 수준…초당적 재정긴축 합의해야"

석학들, AI·스테이블코인 자본 위험성에도 잇딴 경고

"고용 압박에 인플레 대응 실패…금리인하 신중해야"

연준 독립성도 강조…달러 패권 우려엔 "대안 없다"

4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 참석한 재닛 옐런 전 재무부 장관. 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




4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 참석한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 총재. 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


4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 참석한 아타나시오스 오르파니데스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 교수. 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


4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 참석한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 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


4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열린 ‘연준의 미래’ 토론에서 진행을 맡은 금융·통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아닐 카시얍(왼쪽부터)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와 토론자로 나선 아타나시오스 오르파니데스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 교수,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 총재, 재닛 옐런 전 미국 재무부 장관,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 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


통화·금융 분야의 세계적 석학들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과 독립성 침해 시도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이들은 미국의 재정적자는 통화정책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며 여야가 초당적 합의로 재정지출을 줄여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기를 부양할 마땅한 수단이 없을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연준이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연준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토론자로 나선 재닛 옐런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결정 개입 시도를 두고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나 고용 안정이 아니라 재정 상태에 종속되는 상황은 위험하다”며 “경기가 정치적으로 순환할 수 있어 연준이 재정 당국의 자금 조달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옐런 전 장관은 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직전에 의장을 지낸 학자 출신 정치인이다. 이날 옐런 전 장관은 리사 쿡 연준 이사에 대한 해임 위협, 연준을 향한 금리 인하 압박 등 트럼프 대통령의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옐런 전 장관은 토론 뒤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기를 부양할 수단은 없다”며 “차기 연준 의장 지명은 매우 중대한 결정인데 이를 통해서도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옐런 전 장관은 공공의료보험인 메디케어와 사회보장 프로그램 등 적자를 늘리는 정책에서 비롯된 재정 문제는 통화정책 대신 정치권의 초당적인 긴축 합의로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올해 약 100%에서 30년 뒤 150% 이상, 순이자 비용은 GDP의 약 3.2%에서 10년 뒤 5.4%로 각각 상승한다”며 “GDP의 약 6%인 현 재정적자 비율은 전쟁이나 경기 침체를 제외하고는 실현된 적이 없는 수준이라 이를 2%로 낮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지만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율이 연 1%포인트 더 올라가더라도 10년 뒤 GDP 대비 부채비율은 약 12%만 낮아진다”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스테이블코인(가치 안정형 디지털자산)도 대규모 인출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다른 경제학 석학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정책을 우려하면서 연준이 물가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내년 중반까지도 갈 수 있으므로 노동시장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면 올해 금리 인하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강연에서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준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떨어졌는데 통화정책에 대한 설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며 “가령 파월 의장은 지난해 12월 단기국채를 매입하기 시작했다면서도 이 조치가 양적완화(QE·대차대조표 확대)의 재개가 아니라고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거시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적자 심화 △가상화폐·AI의 도전 △연준 내 의견 불일치 등을 세 가지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로머 교수는 “투자자들이 어느 순간 미국 국채 보유를 거부하면 시장이 붕괴될 텐데 선출직 공무원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며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재정 문제에는 통화적 해결책도 없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소매용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의 도입은 연준의 통화정책에 명백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고 AI의 발전은 사기, 해킹, 사이버 거래, 시장 조작 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울 것”이라며 “연준에 노동시장을 목표로 삼으라는 (정치권의) 압박 탓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이 느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키프로스 중앙은행 총재 출신인 아타나시오스 오르파니데스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 교수도 “팬데믹 이후 지난 몇 년간 연준이 ‘최대 고용’이라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에 과도하게 비중을 두면서 물가 안정 유지 업무를 제대로 못했다”고 답답해했다.

다만 이날 주요 석학들은 최근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기축통화 변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선을 그었다.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회 위원도 맡았던 오르파니데스 교수는 “대안이 있다면 달러 패권이 위험할 수 있으나 지금은 아니다”라며 “과거에 유로화가 대안이 될 뻔했지만 ECB의 정책이 엉망이 되면서 기회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옐런 전 장관도 “많은 나라들이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지만 연준이 통화스와프(화폐 맞교환)에 매우 신중하게 대응했다”며 “현재로서는 달러 외의 대안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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