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 젖줄인 태화강 상류,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새겨진 선사인들의 기록 ‘반구천의 암각화’가 마침내 인류 공통의 유산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라는 쾌거를 거둔 이후, 울산 반구천 일대는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역사문화 관광의 메카로 탈바꿈하고 있다.
1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등재가 결정된 이후, 울산시는 이를 기념하는 축제의 장을 마련했다. 지난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열리는 암각화박물관 특별기획전은 세계유산 등재 과정을 한눈에 살피고, 평소 접근이 어려웠던 암각화의 세부 문양을 최첨단 디지털 기술로 재현해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세계 유수의 고고학자들이 참여한 ‘반구천의 암각화 국제학술대회’가 열려, 암각화가 지닌 세계사적 위상을 재확인했다. 시는 이러한 학술적 성과를 관광 콘텐츠와 결합해 단순 관람을 넘어 교육과 체험이 공존하는 ‘지적 관광’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울산시는 이제 보존을 넘어 체계적인 ‘역사문화 관광자원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8월 착공한 역사문화탐방로 조성공사(22.5억 원)는 암각화까지 이어지는 길을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명품 산책로로 재탄생시킨다. 9월부터는 동매산습지 경관개선사업(25억 원)이 시작돼 반구천 일대의 생태계 복원과 볼거리 확충에 나섰다.
특히 2026년도 국비 91억 원을 포함한 대규모 예산 확보로 올해 대곡마을 진입로 정비와 탐방로 확장이 본격화된다. 그동안 협소한 진입로로 인해 겪었던 대형 관광버스의 접근성 문제와 관람객 불편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울산시는 지난해 5월부터 ‘반구천 일원 종합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이는 단순히 시설을 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근 암각화박물관, 대곡박물관, 그리고 태화강 국가정원을 하나로 잇는 거대 관광 벨트를 구축하는 계획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반구천의 암각화는 울산의 정체성이자 인류의 보물”이라며,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국내외 관광객들이 7000년 전의 숨결을 느끼며 편히 쉬어갈 수 있는 세계적인 역사문화 관광지로 가꿔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로 지정된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아우르는 명칭이다. 특히 대곡리 암각화는 약 7000년 전 신석기 시대부터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며, 세계 역사상 가장 오래된 고래 사냥 장면이 묘사되어 있어 학술적·예술적 가치가 독보적이다.
망원경으로나마 겨우 볼 수 있는 절벽 바위에는 고래, 호랑이, 사슴 등 300여 점의 그림이 가득하다. 특히 작살을 맞은 고래나 새끼를 배거나 등에 업은 고래의 모습은 당시 선사인들의 관찰력과 포경 기술이 얼마나 정교했는지를 생생하게 증명한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가 지난 5월 ‘등재 권고’를 결정하며 인류의 독창적인 창의성을 인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석기시대부터 이어져 온 바위 위의 기록이 이제 2026년 울산의 미래를 여는 핵심 관광 자원으로 새롭게 깨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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