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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정명훈의 합창, "만민을 결합시키는 신비로운 힘"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선임 후 공연

세종문화회관서 10년만에 베토벤 합창

대편성 악단·합창단 이끌며 혼신의 지휘

전석 매진, 관객 뜨거운 갈채에 앵콜 화답

정명훈과 KBS교향악단이 지난달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베토벤의 '합창'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세종문화회관




2025년의 마지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베토벤의 합창이자 정명훈의 합창’을 듣기 위해 모여든 관객들로 북적였다. 대형 클래식 전용홀이 서울 강남권에 몰려 있는 현실에서 강북권 거주자들에게 세종문화회관은 중요한 문화 인프라다. 세종문화회관이 정명훈이 지휘하는 KBS교향악단의 ‘합창’으로 2025년 대단원의 막을 장식한 것도 지역 접근성을 고려한 기획이었다. 세종문화회관의 연말 무대에 정명훈이 지휘하는 베토벤 ‘합창’이 오른 것은 10년 만이다.

베토벤 교향곡 9번은 매년 연말마다 곳곳에서 공연되는 ‘사골 레퍼토리’이지만 항상 매진을 기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베토벤이 음악을 통해 모든 인간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드높은 이상을 장중하고 치열한 음악적 언어로 구현해낸 위대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대편성 오케스트라와 대규모 합창, 난이도 높은 연주, 다채로운 주제의 선율과 여러 형식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이 대곡은 연주자에게는 혹독하지만 듣는 이들에게는 그저 조화롭고 아름답다.

이날 공연은 베토벤 ‘합창’의 모든 요소를 가장 정교하게 조율해낼 수 있는 마에스트로가 바로 정명훈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무대였다. 마치 4악장 ‘합창’의 가사인 쉴러의 시처럼 ‘세상의 시류에 갈라져 있던 만민과 만물을 결합시키는 신비로운 힘’을 지닌 듯한 지휘였다. 최근 KBS교향악단의 10대 음악감독직을 수락한 뒤 포디움에 선 정명훈은 약 65분간 이어진 공연 내내 어느 때보다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4악장에서 저음부 현과 목관, 금관, 고음부 현의 대화를 유기적으로 이끌며 오케스트라 총주와 합창으로 나아가는 ‘빌드업’은 압권이었다.

합창단과 성악가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2021년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바리톤 김기훈이 묵직하면서도 개성 있는 저음으로 4악장에서 인간의 목소리를 얹었고 테너 손지훈과 메조소프라노 양송미의 노련한 가창이 가세했다. 특히 소프라노 최지은의 풍부한 성량은 공연장의 한계를 넘어 관객에게 곧장 가 닿았다. 무엇보다 고양시립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 등 세 합창단은 객석 끝까지 파고드는 소름 끼치는 화음을 만들어냈다.





다만 1악장 초반 응집되지 못하고 다소 어수선하게 들린 현악 사운드는 아쉬움을 남겼다. 세종문화회관의 음향 여건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연주의 일사불란함마저 떨어지며 거친 인상을 줬다. 그러나 마에스트로의 지휘 아래 음악이 전개될수록 소리는 점차 정돈됐고 결국 하나의 완결된 서사를 만들어냈다.

연주가 끝난 뒤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지자 정명훈은 4악장 종결부 일부를 다시 연주하는 짧은 앵콜로 화답했다. 대곡인 ‘합창’에서 앵콜은 드문 장면이다. 정명훈은 인자한 웃음으로 파트 수석들에게 직접 다가가 악수로 격려를 전한 뒤 밝고 편안한 표정으로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무대를 떠났다. “음악가들을 사랑하고 도와주겠다”는 음악감독 취임 기자회견의 일성처럼 단원들을 북돋우려는 모습이었다.

관객들의 매너 역시 인상적이었다. 공연 내내 진지한 분위기가 유지됐고 악장 간 박수나 잡음 없이 서로의 감상을 배려했다. 설을 쇠기 위해 서울에 올라왔다는 제주도 출신의 한 노부부는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공연으로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따뜻하게 마무리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리뷰] 정명훈의 합창, "만민을 결합시키는 신비로운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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