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수 감소 및 자체 경쟁력 약화에 따른 국내대학의 존립 위기와 관련해 지역사회 기반의 ‘교육중심대학'을 육성하는 한편 ‘지역고등교육위원회’와 같은 기구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교육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과 관련해서는 방향성을 보다 명확히 하는 한편 부실 사학 정리 방안도 동시에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창남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 대전환기, 고등교육 전력과 과제’를 주제로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이달 22일 개최된 세미나 주제발표에서 “2033년 43만~46만명 가량인 학령인구가 2040년 26만명으로 급감하며 지역대학의 소멸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특성화된 대학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은 대학기본역량진단 폐지, 대학설립운영 4대기준 완화 등 규제 완화를 통한 대학 자율성 확대를 꾀했다”며 “반면 수도권 대학 증원에 따른 우수 인재의 지방 이탈 가속화와 지자체 역량에 따라 결과가 크게 차이가 났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제(RISE)’ 등을 놓고 보면 이 같은 정책 성과에 대해 물음표가 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대학소멸 우려와 관련해 홍 교수는 △세계 수준의 연구거점대학 △지역기반 교육중심대학 △평생학습기반 직업중심대학과 같은 특성화 정책을 제안했다. 연구거점대학의 경우 이른바 ‘5극 3특’ 전략과 연계한 특성화 정책을 담고 있으며 지역기반 교육중심대학 정책은 초광역 단위 지역과 대학간 혁신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홍 교수는 “권역별 혁신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지역고등교육위원회’와 같은 특수 법인 설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기존 ‘글로컬 대학’은 ‘특성화 지방대학’으로 전환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학부교육은 지역사회 및 지역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한편 권역별 공동학위와 교육프로그램 및 인프라 공유 제도화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생학습기반 직업중심대학 육성 방안과 관련해서는 “전문대 등 각종 직업교육기관을 정비하는 한편 특성화고와 고등직업교육기관 간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직업중심 대학은 평생학습 중심으로 개편하는 한편 국가장학금 체제를 개선해 고등직업교육부터 무상교육 실시를 검토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이외에도 재정난 등으로 기능이 마비된 이른바 ‘한계대학’과 관련해 “적립금 사용 범위 확대, 기본재산 처분절차 간소화, 세제혜택 등으로 자율적 구조개혁을 유도한 뒤 정부 주도의 강제 구조개혁을 최후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대학 구조개선을 위한 국가 차원의 법령정비, 중장기 기본계획 수립, 전담기구 설치 등도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정부 정책 및 대학의 미래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다. 권응상 대구대 교수는 “‘대학 무용론’이 힘을 얻고 있는 만큼 재정지원을 미끼로 한 획일적인 고등교육 정책에서 벗어나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 탄생을 위한 정책이 요구된다”며 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는 “한국의 주요 거점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포항공대(POSTEHC), 한국에너지공대 등이 자리한 상황에서 거점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 대안인지 여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사립대 정책은 자율적 개선에 대한 기대보다는 선제적 구조조정과 한계 대학이 퇴로를 찾을 수 있게 ‘출구전략’을 마련하는데 방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민윤경 한국교육개발원 실장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지역균형 발전, 연구중심의 대학경쟁력 강화, 대학서열완화 등 한번에 이루기 힘든 3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것 같다”며 “기계적으로 서울대 10개를 만들려고 할 경우 ‘하향평준화’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교수평가 체계 변화 등 각종 제도 정비에 우선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고등교육 정책에 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방청객 자격으로 참가한 김명환 국가교육위원회 인문사회 특별위원회 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부실사학을 없애기 위해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부실사학은 공적기금 마련으로 각종 부채 등을 해결한 다음 타대학과 통합하거나 매각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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