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어려운 이웃에게 성금을 보내온 경남지역 익명의 기부천사가 올해도 5000여만원과 손편지를 놓고 사라졌다.
22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쯤 사무실에 발신자 표시 제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사무실 앞 모금함에 상자를 두고 간다"는 말만 남기고 끊었다.
모금함을 확인하니 늘 성금을 두고 가던 자리에 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는 성금 5352만7670원과 손편지가 들어 있었다.
손편지에는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우리 이웃들이 웃고 즐거웠던 시간보다는 아프고 슬프고 우울했던 시간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어 "더 힘들게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난치병 환자와 가족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썼다.
또 "내년에는 우리 이웃들이 웃고 즐겁고 행복한 날들이 더 많아지길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모금회는 손편지 필체를 분석한 결과 2017년부터 나눔 캠페인과 재난 때마다 성금을 보낸 익명의 기부자와 동일인으로 보고 있다.
이번 성금은 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으로 접수됐다. 난치병 환자와 취약계층 지원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이 익명의 기부천사는 9년째 온정의 손길을 보태며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2019년 진주 아파트 화재, 2020년 코로나19, 2022년 강원·경북 산불과 우크라이나 전쟁·서울 이태원 참사,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지진과 호우 피해 등 국내외 재난 때마다 성금을 전달해왔다.
올해도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산불 피해 성금 모금에 동참했다. 9년간 누적 기부금은 7억4000여만원에 달한다.
모금회 관계자는 "산타의 선물처럼 전해진 익명의 나눔천사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퍼져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기부자의 뜻이 필요한 이웃에게 온전히 전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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