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한 고급 회원제 사우나에서 발생한 화재로 30대 부부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우나실 출입문 손잡이가 파손돼 탈출이 불가능했던 데다 내부 비상벨마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안전 관리 부실 논란이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정오 무렵 도쿄 미나토구 아카사카에 위치한 개인 사우나 시설에서 불이 났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회원 예약제로 운영되는 개별 사우나실로 당시 이용 중이던 마쓰다 마사야(36) 씨와 아내 마쓰다 요코(37) 씨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이들 부부는 사고 당일 오전 11시부터 2시간 일정으로 사우나를 예약해 이용하고 있었다. 입실 약 1시간 뒤 사우나실 내부 난방 장치 주변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우나 외부에 설치된 연기 감지기가 반응하자 직원이 소방서에 신고했고 소방대가 출동해 진화에 나섰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 당국은 사우나실 출입문 인근에서 부부가 쓰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남편은 아내를 감싸안은 채 발견됐으며 두 사람 모두 알몸 상태였다. 어깨와 등에는 경미한 화상 흔적이 있었고 남편의 손에는 출혈과 피하 출혈이 확인됐다. 경찰은 문을 두드리거나 유리를 깨고 탈출을 시도한 과정에서 생긴 상처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 당시 사우나실 출입문 손잡이는 안쪽과 바깥쪽 모두 분리돼 바닥에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문손잡이가 고장 나 내부에서 문을 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사우나에 설치된 L자형 목재 손잡이가 고온 환경에 취약해 장기간 사용 시 쉽게 이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비상 대응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우나실 내부에는 프런트 데스크와 연결된 비상 버튼이 설치돼 있었지만 이를 수신하는 장치의 전원이 꺼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운영사 측은 경찰 조사에서 “2023년쯤부터 해당 장치의 전원을 켜지 않은 채 운영해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당시 매장에는 점주와 직원 등 3명이 있었으나 비상 버튼 신호를 수신하는 사무 공간에는 아무도 상주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비상 장치 미작동과 인력 배치 부실이 관행처럼 이어져 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불은 사우나실 내부 난방 장치 위에 놓인 수건에서 시작돼 목재 벤치와 벽면으로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조사에서는 부부가 고온 상태에서 이상을 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건을 가열된 돌에 접촉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망한 마쓰다 씨는 가나가와현 일대에서 미용실 여러 곳을 운영하는 사업가이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사우나 운영업체의 안전 관리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해당 사우나는 이용 요금이 6만 엔(약 56만 8000원)에서 최대 39만 엔(약 370만 원)에 이르는 고급 시설로 알려졌다. 운영 업체는 성명을 내고 당분간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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