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군공항 이전 문제가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국회가 이달 초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군공항 이전 관련 예산 7억 원을 확정하면서 중앙정부가 이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해당 예산은 갈등 관리 용역과 경기국제공항 사전타당성 조사를 위한 것으로, 향후 입지 타당성과 경제성 분석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18일 수원시에 따르면, 정부 내부에서는 군공항 이전을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라 국가 전략 사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군공항 기능 이전과 함께 대한민국 성장동력으로 부각되는 경기 남부 일대의 항공물류 수요를 감당할 경기국제공항을 새로 세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익에 부합한다는 시각이다.
수원 군공항 이전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역 정치권이 오랫동안 매달려온 핵심 사안이다. 수원시는 경기도 31개 지자체 중 20번째에 불과한 면적(121.1㎢) 탓에 도시개발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군공항은 일제강점기 이래 권선구 장지동 일대 5.22㎢ 노른자 땅을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 수부 도시이자 인구 118만의 최대 지자체인 수원 지역의 절반 가까이는 소음발생과 고도제한 등 생활권 침해를 받아왔다. 수원시가 도시성장을 위해 사활을 걸고 군공항 이전에 매달리는 이유다.
수원시는 물론 경기남부국제공항을 추진하는 경기도 역시 화성시 화성 화옹지구를 오랫동안 눈여겨보고 있다. 서울시 면적의 1.5배에 이르는 700.64㎢란 광활한 면적의 화성시는 개발 여지가 많은 곳이다. 반도체와 소부장 등 첨단산업 기업이 밀집해 있어 자체적인 항공 물류 수요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이재준 수원시장과 염태영 등 지역 국회의원들은 최근 국방부 장관을 만나 국가 전략 사업화를 공식 요청했다. 이들은 국방부 주도의 TF 구성과 국무총리실 산하 갈등조정협의체 설치 등을 건의하며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국방부 장관은 이 같은 건의 사항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관과 만난 수원 지역의 한 국회의원은 “정부도 공항 이전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그걸 토대로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려고 하고 있다”며 “화성 화옹지구가 최적지인데, 화성시와 시민들의 생각이 중요하다. 화성 시민 중 상당수가 (공항 신설에)찬성하는 입장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앙정부 주도의 접근에 대해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화성시 및 지역 시민단체는 화옹지구의 환경적 민감성과 주민 수용성을 문제 삼으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전 후보지 검토 과정에서 지역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갯벌과 철새 서식지 훼손 우려를 제기했고, 지역 내 갈등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정부가 예산 편성 및 TF 구성 등 논의 구조를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지역 간 갈등과 환경 문제 등 복합적 요소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주민과 지자체가 상호 소통하고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도 피해 주민들은 소음 문제 해결을 원하면서도, 정부와 시민 주체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해결이 먼저라는 얘기다.
수원 군공항 이전은 단순한 소음 문제를 넘어 정부와 지자체, 시민 사회의 역할이 교차하는 복합 갈등 과제가 됐다. 정부가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시작한 만큼, 정부의 주도적 역할과 지역의 수용성 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향후 사업 성패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향후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 남부 타운홀 미팅 개최 시 수원 군 공항 이전 문제를 의제로 다루어지길 기대하고 있다”며 “군 공항 이전 사업이 국책 사무인 만큼 정부 차원의 ‘군 공항 이전 TF’ 구성으로 공식적인 논의 창구에서 수원·화성 간의 갈등 조정과 현실적인 상생 방안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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