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협의(가칭)’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대북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통일부와 외교부 간 불협화음이 남북 대화 재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일부는 15일 한미 간 대북 정책 조율협의와 관련해 “한미 공동 설명 자료(조인트 팩트시트)의 후속 협의이고 한미 간 외교 현안 협의이기 때문에 통일부는 불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 정책은 국방부가, 외교정책은 외교부가 미국과 협의하고 있으며 남북대화·교류협력 등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필요시 통일부가 별도로 미 측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북정책의 주무 부처가 통일부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협의는 양국 간 보다 긴밀한 소통을 위한 협의체다. 9일 외교부에서 처음으로 출범 계획을 밝혔으며 우리 측 북핵협상 수석대표이기도 한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본부장과 케빈 김 주한미국 대사대리가 각각 수석대표를 맡아 16일 첫 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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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와 관련해 통일부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내비쳐왔다. 두 부처 간 사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만큼 통일부 입장에서는 ‘주무 부처가 배제됐다’는 인식이 강한 분위기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미 간 긴밀한 공조는 이뤄져야 하고, 팩트시트에 협의할 내용이 많지만 다만 한반도 정책과 남북 관계는 주권의 영역이고 동맹국(미국)과의 협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전 통일부 장관들도 가세했다. 임동원·정세현·이재정·조명균·김연철·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제2의 한미 워킹그룹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전문성이 없고 남북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부에 대북정책을 맡길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북정책을 외교부가 주도하는 것은 헌법과 정부조직법의 원칙에 반한다’며 김 대사대리를 겨냥해 “그가 참여하는 한미 협의는 북미 정상회담 환경 조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불협화음은 근본적으로 정부 내 소위 ‘자주파’와 ‘동맹파’ 간 주도권 다툼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남북이 주도적으로 남북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자주파,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동맹파 간 이견이 새로운 협의체를 둘러싼 논란으로 비화됐다는 것이다. 정 장관과 이날 성명 발표에 참여한 전 장관들은 자주파로 분류된다. 자주파와 동맹파는 비핵화·대북제재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실(NSC) 구성 등에 대해서도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양측 간 골이 깊어질 경우 향후 원활한 대북정책 시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본적으로 한미 정상회담 후 발표된 팩트시트의 후속 조치를 협의한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팩트시트에는 “한미 정상은 대북정책과 관련해 긴밀하게 공조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당국자는 “기존 협의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고, 분명히 차별성이 있다”고도 말했다. 2018~2021년 운영됐던 ‘한미 워킹그룹’이 사실상 미국의 ‘지시 창구’였다는 일각의 비판을 염두에 둔 설명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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