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수 경남도지사는 15일 도청에서 실·국·본부장 회의를 주재하고, 농어촌 기본소득 정책의 지방비 부담 비율 확대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박 지사는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충분한 협의 없이 지방비 부담을 60%까지 확대했다"며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전면 시행되면 경남도는 연간 2000억 원 이상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도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지방정부'로 불러야 한다고 언급했다"며 "중앙부처가 지방정부를 동등한 협력 주체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비 부담 비율을 최소 50% 이상, 가능하다면 60~8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지사는 지방재정법·국가재정법 개정안 마련을 지시했다. 개정안에는 중앙정부 정책 추진 시 지방정부와의 사전 협의 의무화, 일방적 재정 부담 전가 방지 조항 등이 담길 예정이다. 마련된 개정안은 시도지사협의회에 건의할 방침이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내년부터 2027년까지 인구감소지역 중 선정된 10개 군 주민에게 1인당 월 15만 원 상당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재정이다. 애초 이 사업은 국비 40%, 지방비 60%로 설계됐다. 지방비는 도비와 군비를 합쳐 충당하도록 했는데, 도비 분담률이 경기 30%, 전북·경북·경남 18%, 강원 12% 등으로 달라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국회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국비 40%, 도비 30%, 군비 30%를 적정 분담 구조로 제시했다. 여기에 '도비가 최소 30% 이상 반영되지 않으면 국비 지원을 보류할 수 있다'는 부대 의견까지 붙으면서 혼란이 커졌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경남도를 포함한 시범지역 광역단체에 도비 30% 미충족 시 국비 배정이 어렵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내년 1월 말 첫 지급을 목표로 막바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 예산 편성권을 무시했다'는 볼멘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첫 지급 시기가 늦춰지거나 시범사업 재공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응급의료 시스템 혁신 방안도 논의됐다. 박 지사는 도내 35개 응급실이 분산 운영되면서 의료 인력 부족으로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간에 급성 맹장 환자가 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언제든 우리 가족의 일이 될 수 있다"며 중앙집중형 '통합 응급실' 도입 검토를 지시했다.
겨울철 민생 안전 대책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박 지사는 긴급복지 예산이 소진된 기초자치단체가 늘고 있는 현실을 언급하며 "불필요한 곳에 예산이 집행되고 절박한 도민을 위한 긴급 지원이 부족한 것은 본말전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군 재정 집행 가이드라인 마련과 1인 가구 증가에 맞춘 복지 정책 전환을 주문했다.
아울러 박 지사는 경전선 KTX의 만성적 좌석 부족 해소를 위해 중앙정부·코레일과 운행 횟수 증편 협의를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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