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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에 안 살고 싶다"…'초딩'들이 정부에 6만3000통이나 편지 쓴 이유

로블록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당국이 미국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 접속을 전면 차단하자, 어린이들이 대규모로 반발하며 크렘린궁에 항의 서한을 보내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차단 이후 접수된 편지만 6만3000통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4일(현지시간) 모스크바타임즈, 크립토폴리탄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로블록스 차단과 관련해 어린이들로부터 많은 편지가 접수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이 발언은 이달 19일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연례 기자회견 및 국민과의 생방송 질의응답을 앞두고 나왔다.

앞서 러시아 연방 통신·정보기술·대중매체 감독청은 지난 3일 로블록스 접속을 공식 차단했다. 당국은 로블록스가 극단주의적 자료를 유포하고 있으며, 성 소수자(LGBT) 선전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을 차단 이유로 들었다. 감독청은 성명을 통해 “플랫폼 내에서 어린이들이 성적 괴롭힘을 당하거나, 은밀한 사진을 요구받고, 타락하거나 폭력적인 행위에 가담하도록 유도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며 “아동의 정신적·도덕적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차단 이후 반발은 예상보다 거셌다. 친크렘린 성향의 검열 인사로 알려진 예카테리나 미줄리나 안전인터넷연맹 대표는 “8세에서 16세 사이 어린이들이 크렘린궁에 약 6만3000통의 편지를 보냈다”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로블록스 차단 이후 러시아를 떠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여섯 살 동생이 로블록스를 너무 좋아하는데 슬퍼하는 얼굴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새해에는 기적처럼 다시 접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어린이들의 편지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에 대해 “아이들이 러시아를 떠나고 싶다고 쓴 것은 아니며, 게임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이라며 해석을 경계했다.

로블록스 홈페이지 캡처




로블록스는 사용자가 직접 게임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전 세계 하루 평균 이용자가 약 1억 명에 이른다. 2024년 기준 이용자의 약 40%가 13세 미만 아동으로,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층에서 인기가 높다. 러시아 시장조사기관 메디아스코프에 따르면 로블록스는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인기 있는 게임 서비스였으며, 2023년에는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모바일 게임으로 꼽혔다.

로블록스를 운영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은 “인공지능(AI)과 인적 검토를 병행해 모든 콘텐츠를 관리하고 있으며, 문제가 되는 콘텐츠는 적극적으로 삭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차단은 외국 IT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자국 플랫폼을 육성하려는 러시아의 인터넷 검열 정책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최근 로블록스 외에도 애플의 영상통화 앱 ‘페이스타임’, 메신저 ‘스냅챗’을 차단했으며 왓츠앱의 음성 통화 기능도 제한했다. 정부 지원으로 개발한 러시아산 메신저 ‘맥스(Max)’를 출시하며 대체 플랫폼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한편 미줄리나 대표는 평소 강력한 인터넷 규제를 주장해온 인물이지만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차단은 의도한 효과를 내기 어렵고, 아이들이 오히려 가상 서버(VPN)을 이용해 우회 접속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뿐”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최근 아동 안전을 이유로 소셜미디어와 게임 플랫폼을 규제하는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튀르키예, 이라크 등은 이미 로블록스를 금지하거나 제한했으며, 호주는 얼굴 인식을 통한 연령 인증을 의무화했다. 다만 러시아 사례처럼 어린이들의 집단적 반발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경우는 드물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25년 12월15일 (월) 1면 언박싱 [ON AIR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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