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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보유 심해저광구 '자원강국' 초석 이룰 것"

■주세종 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망간각·해저열수광상 등 대량매장

확인된 것만 2.6조원대 규모 달해

각국 광물자원 확보 위한 경쟁 치열

하루 아침에 성과 나오기 기대 말고

장기적 관점서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주세종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이 공해상 심해저 광물자원 탐사·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육상 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지만 해양에서는 세계적인 자원 보유국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한국이 자원 생산국으로 발돋움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주세종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대양자원연구부 책임연구원은 1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해양자원·과학 분야에서 한국의 지위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대부분의 자원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육상이 아닌 바다에서는 중국이나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자원 부국이자 강대국 반열에 올라 있다는 것이다.

주 연구원은 KIOST에서 심해저 자원 연구를 이끌고 있다. 2017년부터 한국 정부를 대표해 공해상 심해저(수심 2000~6000m) 광물자원의 개발·관리를 주관하는 유엔 산하 국제해저기구(ISA)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 연구원이 속한 법률기술위원회는 168개 회원국들의 심해저 광물자원 탐사·개발과 관련한 활동을 심의·감독하고 규정 마련을 전담하는 핵심 조직이다.

ISA 이사회 B그룹(한국·프랑스·독일·인도)에 속한 한국은 태평양과 인도양에 독자 채굴·탐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3개 광구를 보유하고 있다. 주 연구원은 “전 세계에서 독자 광구를 보유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20개국에 불과하다”며 “해당 광구에는 핵심 광물인 망간단괴와 해저열수광상·망간각 등이 대량 매장돼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해당 광구의 매장 규모는 최대 7억 4000만 톤으로 추정된다. 주 연구원은 규모에 대해 “현재 구체적으로 확인된 구역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면서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수치만 육상 광산과 비교하면 중대형급 광산 10개를 합친 규모와 맞먹는 수준으로 단순 환산했을 때 어림잡아 2조 6500억 원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주 연구원은 3개 광구 확보에 대해 잠재 자원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0년부터 해양과학 연구개발과 심해저 탐사를 시작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ISA 설립 직후 광구를 선점할 수 있었다”며 “당장 채광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해저 자원 개발이 본격화되면 자원 생산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전략물자 무기화에 대비해 든든한 보험을 들어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ISA는 공해상 해저 광물의 상업 개발을 금지하고 있지만 조만간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ISA는 공식적으로 2027년 3월까지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을 위한 규칙을 제정하기로 선언한 상태다. 특히 ‘바닷속 검은 황금’이라고 불리는 망간단괴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등에 쓰이는 핵심 자원으로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망간단괴를 희토류 등과 함께 국가전략물자로 비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세계 각국이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경쟁 무대가 육상이 아닌 심해저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주 연구원은 육상과 마찬가지로 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바다에서도 각국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중국이 국유기업을 통해 심해저에서 망간단괴 시험 채광에 나서면서 조만간 환경영향평가 등이 담긴 보고서가 제출될 예정”이라며 “이에 대응해 ISA 비회원국인 미국이 광구 채굴·탐사권을 가진 국가나 기업과 독자적으로 상업 개발에 나설 경우 채굴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해양 생태 전문가인 주 연구원은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의 방향성에 대해 채광 기술 확보와 더불어 환경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법률기술위원회가 현재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해양 생태계 보존과 자원 개발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고 있는 상태인데 조만간 합의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전했다.

주 연구원은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에 대해 하루아침에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동해 심해가스전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사례처럼 단기간에 성과로 드러나기 어려운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을 국가의 전략자산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 달라는 당부다. 그는 “한국이 1990년대부터 해양자원 연구를 선제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광물자원 연구 분야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우주산업과 마찬가지로 심해저 광물 개발 역시 당장 투자금이 회수되지 않더라도 언젠가 우리 후손들에게 선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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