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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국 때린 '美 주도 AI 동맹'…"덤핑 등 비시장적 관행 공동 대응"

한국 참여 첫 '팍스 실리카 서밋' 개최

네덜란드·UAE 뺀 7개국 선언문 서명

"민간투자, 과잉생산 등서 보호해야"

1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팍스 실리카 서밋’에 모인 9개국 참석자들. 사진 제공=외교부




한국, 일본 등이 참여하는 미국 주도의 인공지능(AI) 공급망 동맹체 ‘팍스 실리카’가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글로벌 AI 공급망 생태계를 미국 중심으로 규합해 중국의 기술 자립을 옥죄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국무부는 12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한국,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호주 등 8개국과 첫 ‘팍스 실리카 서밋(최고회의)’을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선언문에 공동 서명했다. 팍스 실리카 선언에는 UAE와 네덜란드를 제외한 총 7개국이 참여했다. UAE와 네덜란드의 불참 이유가 공식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각각 중동과 유럽연합(EU)의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국 외교부가 공개한 선언문에서 이들 국가는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이 우리의 공동 경제 안보에 필수적임을 인식한다”며 “글로벌 기술 공급망의 전략적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 노력을 장려한다”고 밝혔다. 협력 강화 분야에는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 데이터 인프라, 반도체, 광물 정제·가공, 에너지 등이 포함된다고 적시했다. 이들 국가는 “각국 전략 기업이 지닌 상호보완적 산업·기술의 강점을 활용해 공급망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확장성 있는 접근법과 해결책을 모색한다”고 덧붙였다.

선언문은 특히 공정한 시장 질서 형성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정 국가의 이름을 한 번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중국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풍부하게 담은 까닭이다.

이들 국가는 선언문에서 “경제 안보를 위해서는 강압적 의존을 줄이고 공정한 시장 관행을 준수하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공급업체와 새로운 연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믿는다”며 “혁신과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비시장적 관행에 대응(address)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간 투자를 과잉생산과 불공정 덤핑(대량 저가 판매) 관행 등 시장 왜곡에서 보호하고 민감 기술과 핵심 인프라를 부당한 접근, 영향력, 통제로부터 보호하는 데 있어 각국의 정책 이행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팍스 실리카 참여국들은 앞으로 세부 분야별 실무 그룹을 구성해 구체적인 협력 과제들을 조율할 예정이다. 한국 측 수석대표로 회의에 참석한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회의에서 배터리·반도체·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한국 기업의 역량을 바탕으로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다. 김 차관은 “팍스 실리카 서밋이 참여국 기업들에 우호적인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팍스 실리카 서밋’에 모인 9개국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외교부


팍스 실리카는 최근 미국이 중국과 치열한 기술·무역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동맹·우방국을 규합해 힘의 균형을 깨려는 목적이 담긴 구상으로 풀이된다. 팍스 실리카는 평화를 의미하는 라틴어 팍스(Pax)와 반도체 소재 실리카(Silica)를 합친 단어다. 과거 로마제국과 초강대국 미국이 세계 질서를 주도했던 시기인 ‘팍스 로마나’와 ‘팍스 아메리카’를 의도적으로 연상시킨다. 최근 대만 문제를 두고 중국과 갈등 관계에 놓인 일본은 11일 워싱턴DC의 미국평화연구소(USIP)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국과 협력 의지를 확인하는 공동 문서에 미리 서명했다.

미국 국무부는 전날 이에 대해 “안전하고 번영하며 혁신적인 실리콘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전략적 구상”이라며 “미국은 세계 기술 공급망 전체에 걸쳐 안전하고 회복력 있으며 혁신이 주도하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원칙을 중심으로 국가 간 연합(coalition)을 조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우리의 목표는 나머지 세상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폐쇄하겠다는 게 아니라 우려 국가나 기업의 부당한 영향력이나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공급망과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전개하겠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때에고 국무부가 비슷한 취지로 주도한 ‘경제번영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한국에도 참여를 종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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