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 제공 의혹에 연루돼 사의를 표명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통일교 사태가 여권으로 번지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첫 장관 사퇴다. 또 다른 의혹 당사자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입장문을 발표하며 해명에 진땀을 뺐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여권의 통일교 유착을 수사해야 한다며 특검 공세에 나서면서 정치적 파장도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유엔 해양총회 유치를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올랐던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밝혔고 대통령실은 오후에 면직안 재가를 알렸다.
전 전 장관은 사의를 표명하면서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사의 표명이 혐의를 일부라도 인정하는 것처럼 비칠 것을 우려해 “명백한 허위 사실이고 이 부분에 대해 민형사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권 내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로 꼽혔던 그의 낙마로 내년 지방선거 출마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전 장관에 대해서는 통일교가 추진한 한일 해저터널 사업과 관련한 도움 요청 및 현금 4000만 원과 명품 시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민중기 특검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전 전 장관 등 여권 인사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또 다른 금품 전달 의혹 당사자인 정 장관은 이날 통일교 유착 의혹을 해명했다. 이날 정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야인 시절이었던 2021년 9월 30일 윤 전 본부장을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지인들과 여행 후 고교 동창인 김희수 평화통일지도자협의회 전북협의회장의 제안으로 경기도 가평의 통일교 천정궁에서 윤 전 본부장을 만났다는 것이다. 평화통일지도자협의회는 통일교 관련 단체다. 정 장관은 “10분가량 차를 마시며 통상적인 통일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며 “한학자 통일교 총재는 일체 면식이 없다”고 했다.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낭설로 명예를 훼손한 일부 언론에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은 이번 사태를 ‘통일교 게이트’로 명명하고 특검 공세에 나섰다. 권성동 의원이 통일교 유착 혐의로 구속되는 등 국민의힘 스스로도 리스크가 크지만 여권으로 전선을 넓히기 위해 ‘배수의 진’을 치는 모습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교의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의혹과 관련해 특검 후보를 추천하겠다”며 이번 사건을 전담 수사할 특검 도입을 제안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에 즉각 화답해 “이 대표의 제안을 적극 환영한다”며 “국민의힘과 함께 명확한 진상 규명과 철저한 발본색원을 특검으로 이루자”고 호응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대통령의 겁박에 통일교가 입을 닫은 것은 통일교와 유착된 것이 이 정권과 민주당임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특검을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할 심각한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날 전 장관을 포함해 금품 수수 리스트에 오른 여권 인사들을 정치자금법 위반, 금품 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의 유착 정황을 인지하고도 수사에 나서지 않은 민 특검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 대상에 포함했다. 곽규택 의원은 “이번 주 내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다음 주에는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은 23명 규모의 통일교 금품 제공 의혹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려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여당은 당혹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우선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설(說)에 불과하다”며 “당이 윤리 감찰 등 이런 것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의원총회가 열렸지만 전 장관 및 통일교 의혹과 관련된 내용은 논의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당내 어디까지 연루됐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대응하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엄정 대응’ 지시에 따라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을 수용하고 진상 확인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친명계 김영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적 공격의 도구로 삼지 말고 객관적인 사실을 밝혀내는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다”며 “여야 구분 없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일부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종교 관련 리스크를 끊어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통일교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된 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씨, 신천지 등으로 사정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를 통해 여권 연루 의혹을 씻어내면 오히려 선거에서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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