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의 통합은 만성적인 SRT 좌석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14년째 이어지는 운임료 동결과 적자 노선으로 악화되고 있는 코레일의 재무구조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임금과 복지 수준이 다른 두 기관의 통합 과정에서 내부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수서발 SRT의 좌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좌석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역차별’ 문제 등이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국토교통부는 2026년 말까지 코레일과 SRT의 통합을 마무리하겠다며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을 이같이 발표했다.
코레일과 SRT의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양 기관의 통합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당시 SRT가 운행을 한 지 1년 남짓밖에 되지 않아 부정적인 여론이 커 무산된 바 있다. 국토부가 코레일과 SRT의 통합 시점을 2026년으로 발표하면서 SRT는 운행 10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국토부가 내세운 코레일과 SR 통합의 가장 큰 이유는 고속열차 좌석 부족으로 인한 국민 불편 해소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으로 운행 횟수 증가 등 국민 편의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1일 기준 전국 고속철 좌석 수가 약 1만 6690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은 단계별로 진행된다. 우선 수서역 SRT의 좌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 통합에 나선다. 이에 내년 3월부터 서울발 KTX와 수서발 SRT 교차 운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역에서 SRT, 수서역에서 KTX 탑승이 가능한 방식이다. 국토부는 “SRT보다 좌석 수가 많은 KTX-1 차량을 수서역에 투입해 운행하고, SRT 열차도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등 기종점 구분 없이 교차 투입하는 방식으로 교차 운행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6월부터는 KTX와 SRT를 통합 편성·운영한다. 교차 운행이 종점을 바꾸는 데 그쳤다면 통합 편성될 경우 한 열차가 SRT 노선을 이용해 부산으로 간 후 다시 KTX 노선을 이용해 서울역으로 들어올 수 있어 차량 운용률이 개선돼 좌석 공급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는 6월부터 하나의 앱으로 KTX와 SRT 발권이 가능하도록 서비스 통합 역시 시작하기로 했다. 또 6월부터 환승 할인과 수수료 면제를 도입한다. 통합이 완료되면 운임료 인하 효과도 있다. 현재 SRT 운임은 KTX보다 약 10% 저렴한데 두 기관이 통합되면 운임료는 SRT 수준으로 하향 조정된다. 코레일은 통합 시 중복 비용 절감을 통해 전체 운임을 10% 인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26년 말까지는 기관의 전체 통합을 추진한다. 기관 통합을 위해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등을 거쳐야 한다. 국토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조직과 인사, 재무 설계 등을 통합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겠다”며 “통합에 부정적인 SR 임직원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노사정협의체를 구성·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토부 내 고속철도통합추진단을 설치해 공공기관운영위 심의, 철도안전관리체계 심의, 기업결합심사 등 법적 절차 이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반면 서울역 이용자의 ‘역차별’ 문제, 임금 수준이 높은 SR 임직원의 반대 등 제기되는 우려도 많다. SR의 좌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좌석 수가 많은 KTX가 수서역에 대거 투입되는 만큼 이로 인해 서울역에서 KTX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되레 예약 전쟁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이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KTX와 SRT 통합 시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경부선 좌석 수는 1일 평균 12만 829석에서 11만 5536석으로 5293석 줄어든다. 반면 수서에서 출발하는 경부선은 1만 5420석 늘어난다.
SR 임직원들의 반대도 불 보듯 뻔하다. SR 관계자는 “경쟁 체제가 사라지고 통합되면 고객 서비스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코레일과 SRT 통합으로 인해 노조의 파업에 대한 대항력이 사라졌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코레일이 파업할 경우 SR의 대체 운행을 통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했다”며 “양 기관이 통합될 경우 파업을 하면 국민 불편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결국 정부는 끌려가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이번 통합은 단순한 기관 결합을 넘어 한국 철도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라며 “제기되는 우려에 대해서는 통합 과정에서 불이익이나 안전 문제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 국민에게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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