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대책 시행 이후 강남 3구와 한강벨트(마포·성동구 등) 지역 아파트 거래가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반면 비(非)한강벨트 지역 거래량은 감소 폭이 약 10%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가격 부담이 덜한 지역들의 경우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매수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정치권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일부 해제 가능성이 거론되며 시장에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현재 추세를 감안하면 해제 직후 신축 및 재건축 아파트 위주로 집값 급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8일 서울 각 자치구가 운영하는 새올전자민원창구 접수 민원을 분석한 결과, 서울 외곽과 한강벨트 후방에 위치한 12개 지역(강북·강서·관악·구로·금천·노원·도봉·동대문·서대문·성북·은평·중랑구)에서는 지난달 총 2738건의 토지거래계약 허가 신청서가 접수됐다. 토허구역에서 아파트 거래는 매도·매수자가 거래 약정 후 구청의 허가를 받는 절차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계약 허가 신청은 토허구역 내 가계약 건수, 즉 거래 추이를 비교적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진다. 최종적인 11월 거래량은 신고 기한이 끝나는 12월 말에 확정되는 만큼 허가 신청 건수로 시장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12개 지역의 지난달 계약 허가 신청 건수가 규제 이전 거래량과 비교했을 때 감소 폭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12개 지역의 1~10월 월평균 아파트 거래량은 3036건으로, 11월(계약 허가 신청 기준) 들어 9.81% 줄어드는 데 그쳤다. 게다가 연말은 계절적 비성수기로 원래 거래가 적은 편이다. 이를 감안하면 비한강벨트 지역은 규제 이후 거래가 위축됐다고 보기 어려운 셈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비한강벨트 지역들은 15억 원 이하 아파트가 많아 대출 규제의 영향이 덜하고 2021년 전고점 가격을 회복하지 못해 만족도가 비교적 높다”며 “이 때문에 실수요 중심 유입이 꾸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한강벨트의 수요 유지 추세는 강남 3구 및 한강벨트와 비교하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강남 3구와 한강벨트로 분류되는 용산·마포·성동·광진·동작구의 11월 계약 허가 신청 건수는 1215건으로 이전 10개월 평균 거래량(2515건) 대비 51.7%나 줄었다. 10·15 규제 이후 15억 원 초과 아파트는 대출 최대 금액이 4억 원, 25억 원 초과 아파트는 2억 원으로 묶여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들 지역은 호가가 높아 거래 가격 자체는 높게 유지되는 중이다.
이와 같은 시장 상황은 정치권에서 토허구역 해제를 위한 군불 때기가 시작되며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토허구역은 길게 끌고 갈 수 없고 임시 조치”라며 “시장이 차분해지면 종합적으로 해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달 시의회 시정질문에서 “토허구역 해제를 고려해볼 만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후 시장에서는 정부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한강벨트에 한해 토허구역을 풀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토허구역 해제 가능성에 대해 “서울시와 토허구역 해제를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국토부와 서울시 내부에서는 토허구역 해제 시 집값이 급등할 수 있다며 부담을 느끼는 기류도 감돈다. 앞서 서울시는 2월 ‘잠삼대청(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을 5년 만에 토허구역에서 해제한 후 집값 상승세가 거세지자 3월에 강남 3구와 용산구로 확대 재지정한 바 있다.
전문가들 또한 지금의 수요를 감안했을 때 모든 비한강벨트를 토허구역에서 해제하면 단기적인 집값 급등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시장이 충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토허구역을 해제하면 동대문·서대문처럼 도심 접근성이 좋은 지역들은 준신축과 재건축 추진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뛸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토허구역 조정에 나선다면 규제 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을 유지하면서 지역별로 해제 시기를 달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토허구역 조정 부작용을 방지할 장치를 마련해두고 서울 외곽부터 해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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