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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먼 '현대의 폭력' 캔버스에 새기다

카프리초스·야상곡 등 연작 10점

리만머핀 서울서 27일까지 선봬

서울 용산구 리만머핀에서 열리고 있는 래리 피트먼의 개인전 '카프리초스와 야상곡' 전시 전경. 사진 제공=리만머핀




가로 세로 2m가 넘는 대형 화면 곳곳에 무언가 부딪치고 폭발한 흔적이 가득하다. 가면인지 해골인지 모를 형상이 비명을 지르고 뒤틀린 파편이 튀어오른다. 분할된 화면 위로 자막처럼 흐르는 글귀는 19세기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이 남북전쟁의 아픔을 노래한 시다. 디킨슨이 “그들은 눈송이처럼 떨어졌다”고 애도한 전사자들의 고통과 아픔이 화면 속 색채와 형상으로 되살아난다.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현대미술 거장 래리 피트먼(73)의 개인전 ‘카프리초스와 야상곡’이 서울 용산구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총 10점을 만날 수 있는 전시는 2015년 제작한 두 시리즈 ‘카프리초스(Caprichos)’와 ‘야상곡(Nocturne)’ 연작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래리 피트먼이 지난달 6일 서울 용산구 리만머핀에서 자신의 작품 ‘카프리초스 #8’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경미 기자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복잡하고 화려한 구성의 ‘카프리초스’ 연작이다. 가면, 번개, 폭발, 도미노 패와 함께 디킨슨의 시가 캔버스를 가득 채운다. 피트먼은 이 연작을 18세기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동판화 연작 ‘로스 카프리초스’에서 따왔다. 18세기 고야가 스페인 사회의 위선을 폭로했다면 21세기 피트먼은 현대의 폭력과 권력의 구조를 고발한다. 다만 고야의 방식이 신랄하고 직관적인 풍자였다면 피트먼은 디킨슨의 시를 빌려 한 번 더 비튼다. 권력자의 시선에서 전쟁과 죽음이 눈송이처럼 가볍고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는 역설이다. 피트먼은 10년 전 완성한 연작을 2025년 다시 선보이는 이유에 대해 “파시즘과 폭력은 아직도 반복되고 있다. 세계가 더 우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작품의 메시지는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래리 피트먼, ‘야상곡 #9(2015)'. 사진 제공=리만머핀




‘카프리초스’ 연작이 선사하는 색채와 이미지의 폭발을 지나면 전혀 분위기가 다른 ‘야상곡’ 연작을 만날 수 있다. 우주를 연상하게 하는 흑백의 화면 위로 우주인을 떠올리게 하는 로봇이 유영하듯 떠다니는가 하면 새 형상의 로봇이 알을 품기도 한다. 다양한 모티프가 주위를 떠다니지만 밤은 여전히 고요하다.

작가는 두 연작을 같은 시기에 그리며 ‘카프리초스’를 그릴 때는 탈진했고 야상곡을 그리며 회복했다고 한다. 그는 야상곡 연작을 우주의 형태로 풀어낸 이유에 대해 “밤은 육체를 벗어나 자유를 느끼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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