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계엄 선포 1주년이 아닙니다. 시민의 힘이 총칼의 억압보다 강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 ‘계엄 저지 1주년’이죠.”(60대 장 모 씨)
거리 분위기는 긴장감이 가득했던 1년 전과는 전혀 달랐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은 계엄 사태 1주년을 맞아 열린 진보성향 연합체 ‘비상행동’ 집회로 축제장을 방불케 했다. 해가 지고 오후 6시가 지나자 시민들이 응원봉을 들고 하나둘씩 몰려들었다. 민주당·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정당의 깃발을 든 지지자들도 뒤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시민들은 1년 전 당시 상황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입을 모았다. 50대 여성 김모 씨는 “여기 국회 앞에서 군경과 인파가 뒤섞였다”며 “망설이던 군인들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없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쳤을지 상상하기 힘들다”고 했다.
광장에 선 이들은 ‘사회대개혁 실현하자’ ‘내란외환 청산하자’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박자에 맞춰 외쳤다. 정당기와 손팻말, 응원봉, 깃발이 한데 뒤섞였다. 꽹과리와 장구 등이 어우러진 풍물 소리도 곳곳에서 들렸다.
집회는 풍자를 비롯해 강한 정치적 메시지도 담고 있었다. 촛불행동은 ‘내란세력 완전청산’이라는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얼굴 위에 ‘사형’ 문구를, 조희대 전 대법원장에게는 ‘탄핵’ 딱지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국민의힘 로고에는 ‘해산’ 스티커가 붙었다. 집회 참석자들이 “(국민의힘)해산해야 한다”거나 “끝까지 가자”고 외치며 사진을 찍었다.
단체들은 각종 현수막과 깃발을 통해 저마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도 주력했다. 집회장에는 푸드트럭도 등장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노조) 소속 급식노동자들은 어묵을 나눠주며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노조 관계자들이 유니폼을 입고 명함과 홍보물을 건네기도 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아직도 매일매일 벌어지는 ‘일상 속 내란’이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거리에 나왔다”고 했다.
집회 규모는 밤이 깊을수록 더 확대됐다. 진보단체 연합체 ‘비상행동’은 이날 약 1만명 규모의 행진을 벌인다. 경찰은 여의도 일대에 기동대 83개 부대, 약 5400명을 배치해 충돌 방지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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