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1주년과 취임 100일을 맞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강성 지지층을 끌어안는 ‘우향우’ 전략을 고수했다. 당 안팎에서 빗발친 사과 요구에 선을 그은 대신 법원의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지렛대로 삼아 더욱 강력한 대여투쟁 의지를 다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을 꾀할 적기라고 기대했던 당내 인사들의 반발이 분출하며 국민의힘은 또다시 분열 위기에 봉착했다.
장 대표는 3일 페이스북에 낸 성명서에서 “6개월 후 우리는 더불어민주당 심판과 보수 재건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이재명 정권을 견제하지 못하면 그들은 국민 위에 군림해 독재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며 “분열이 아니라 단결이 절실할 때”라고 당의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세간의 관심이 모였던 12·3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는 없었다. 당 대표 취임 100일에 통상적으로 열리던 기자회견도 갖지 않았다. 되레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빗발친 사과 요구를 거부하는 것을 넘어 ‘계몽령’을 외친 윤 전 대통령의 주장과 맥을 같이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의 내란 몰이가 추 의원 영장 기각으로 막을 내렸다”며 대대적인 반격을 예고했다.
반면 지도부 투톱인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드린 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송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7일 국민의힘 의원 일동 명의로 낸 대국민 사과 입장이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며 자성의 진정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메시지는 장 대표와도 사전 조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대표가 강경 투쟁 노선을 채택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시에 송 원내대표는 원내 인사들의 저항을 잠재우려는 ‘투트랙 전략’을 당 지도부가 취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지도부의 의도와는 관련 없이 장 대표를 향한 비토 여론은 거세지는 분위기다. 당내에선 계엄 1주년이라는 시기를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천명할 명분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날 당 초·재선을 주축으로 한 의원 25명도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12·3 비상계엄은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성취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짓밟은 반헌법적·반민주적 행동이었다”며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을 주도한 세력과 정치적으로 단절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장 대표의 이날 메시지가 ‘내란 정당’ 프레임 극복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장 대표가 반성과 성찰은커녕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식의 또 다른 ‘계몽령’을 선언했다”며 “우리 당을 폐허로 만든 윤석열과 절연하지 못하면 대표 자격도, 국민의힘의 미래도 없다”고 혹평했다.
일각에서는 장 대표의 행보와 최근 당이 한동훈 전 대표를 겨냥해 ‘당원 게시판 사태’ 조사에 착수한 것을 계기로 잠시 소강상태였던 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계엄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당원 게시판 조사와 관련해 “미래로 가야 할 대단히 중요한 시기다. 퇴행이 아니라 미래로 가야 한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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