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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업만 37년 쳇바퀴’ 비대면진료 제도화 15년만에 결실

의사 반대에 1988년부터 시범사업 쳇바퀴

비대면진료 비율·약배송 허용 범위 등 제한

‘닥터나우 방지법’은 본회의 안건서 제외돼

서울 도봉구의 한 의원에서 의료진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진료 실행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팬데믹과 지난해 의정 갈등 때 시범 운영되며 의료공백을 메웠던 비대면진료가 마침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다. 1988년 원격 자문이란 용어로 시범사업을 시작했던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37년 만에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 진료를 받는 원격진료의 합법화가 이뤄지게 됐다. 그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가운데 비대면진료가 법으로 정해지지 않은 국가는 한국 뿐이었다.

보건복지부는 2일 비대면진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국무회의 상정·의결을 거쳐 공포 후 1년 뒤부터 시행된다.

복지부는 이날 통과된 개정안이 의약계와 환자·소비자 단체,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면진료와 재진 환자 중심,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전담기관 금지 등 의료계와 합의한 4대 원칙과 기술 발전을 고려해 유연한 법 체계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정안은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의 보완적 수단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일정 기간 내에 동일한 증상으로 대면 진료를 받은 기록이 있는 환자에 대해 비대면 진료를 실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환자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 의료기관에서만 가능하도록 한정했다.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운영하되, 희귀질환자와 제1형 당뇨병 환자, 교정시설 수용자, 수술 후 경과 관찰이 필요한 환자 등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이용이 필요한 환자에 대해서는 예외를 뒀다. 희귀질환자, 제1형 당뇨병 환자 등에 대해서는 지역 제한도 적용되지 않는다.

전체 진료 중 비대면진료 건수가 차지하는 비율은최대 30%로 제한된다. 실제 환자를 일체 보지 않고 비대면진료만 전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초진 환자가 비대면으로 처방받는 약 종류와 수량은 물론, 약 배송 허용 범위도 섬·벽지 등 취약지 거주자, 거동불편자 등으로 제한했다. 약사법과 의료법상 대면 진료 및 조제 원칙을 유지하고 약물 오남용을 막아 안전성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조치다. 십 수년간 원격의료 법제화를 반대해 온 대한의사협회도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는 "의료계가 요구해온 원칙들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비대면진료를 막는 규제를 풀기 위해 시범사업이 추진된 건 1988년부터다. 서울대병원이 한국통신(현 KT)의 도움을 받아 경기 연천군보건소의 엑스레이 판독을 도와주는 의사 간 원격자문 형태로 운영됐다. 의사가 취약지에 있는 환자 간 원격으로 소통하는 초기 단계의 비대면진료 모델이 구축된 건 1994년이었다.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U-헬스’, ‘E-헬스’ 등으로 용어를 바꿔가며 제도화를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했고 국회에선 2010년 18대부터 관련 법이 발의됐지만 의사들의 반대에 막혀 15년간 단 한 건도 통과하지 못했다. 지지부진하던 비대면진료 제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탄 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다. 이후 약 5년 9개월간 시범사업으로 운영되면서 안정적 비대면진료 제공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 8건이 발의됐으며,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 1건까지 총 9건을 병합해 심의 후 대안을 마련해 지난달 20일 의결했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부 내용 및 체계·자구를 수정해 26일 의결됐다.



복지부는 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시범사업 내용을 개편해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대상 환자의 기준, 지역 제한의 범위, 처방 제한 의약품의 종류 등 하위법령에서 규정할 구체적 사항은 의·약계, 환자·소비자 단체 등과 협의해 마련하고, 의료인과 환자 간 비대면진료 외에도 의료인 간 비대면협진 등 의료취약지 일차의료 강화 시범사업과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등도 논의한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논의 시작 15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료의 질과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대안이 마련된 만큼,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국민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기별 비대면진료 기준. 사진 제공=보건복지부


다만 일각에선 시범사업 때보다 규제 수준이 높아진 점을 들어 "법이 퇴보했다"고 비판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비대면진료 대상 등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자 원칙적으로 동네 병원이 재진 환자에 대해서만 비대면 진료를 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가, 작년 3월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하며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자 다시 전면 허용했다.

한편 이날 비대면진료 법안과 함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점쳐졌던 '닥터나우 방지법'(약사법 개정안)은 이날 안건 상정 자체가 불발됐다. 작년 3월 의약품 도매업체인 비진약품을 자회사로 설립하고 관련 사업을 운영해 온 플랫폼 업체 닥터나우를 겨냥해 발의된 이 법안은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의 의약품 도매상 운영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닥터나우는 약배송이 금지된 가운데 비대면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처방받은 의약품 보유 약국을 찾아다니는 ‘약국 뺑뺑이’를 줄이기 위해 제휴 약국에 의약품을 직접 공급하는 한편 실시간 의약품 재고를 파악해 공개해 왔다. 그런데 플랫폼이 의약품 유통에 직접 관여하면 특정 약국을 우대하거나 특정 제약사 제품 처방 및 판매를 독려하는 신종 리베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플랫폼의 도매업 겸업을 원천적으로 막는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복지위에서 의결되자 닥터나우를 비롯한 스타트업 업계에선 '제2의 타다금지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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