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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안’처럼…미등록 이주 단속·구금 사망자 32명 더 있다

토론회서 2003~2025년 통계 공개

연 2만~3만 단속…미등록이주 5%

단속, 실적 중심 행정에 강제성 짙어

열악한 근로환경·제도 미흡 원인

법무부 측 “단속 민원, 거부 못해”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대구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서 숨진 베트남 국적 뚜안 씨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이주노동자 강제단속 중단을 촉구하는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28일 대구 성서공단에 있는 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 법무부 단속 차량이 들어왔다. 구직비자(D-10)로 한국에서 체류하던 베트남 국적의 뚜안 씨는 단속을 피해 3창 창고에 있는 에어킨 실외기 뒤로 몸을 숨겼다. 올해 2월 계명대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한 뚜안은 대학원 진학을 위한 학비를 벌기 위해 10월부터 이 제조업체에서 일해왔다. 하지만 구직비자로 이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것은 불법일 수 있다. 법무부 직원에게 적발되면 고국으로 추방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컸던 뚜안은 약 3시간 동안 숨어있었다. 단속 후 뚜안은 피를 흘린 상태로 발견됐다. 숨어 있던 3층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뚜안처럼 정부의 미등록 이주민(불법체류자) 단속이나 구금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외국인은 23년동안 3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강압적인 단속 방식과 열악한 외국인 노동자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2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 의원과 윤종오 진보당 의원, 고 뚜안 사고 대책위원회, 이주노동자차별철폐트워크 등 시민단체는 전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미등록 이주민 강제단속에 대한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2003년부터 올해까지 23년동안 미등록이주민 단속 과정과 구금 기간 사망·부상 건수가 공개됐다. 김헌주 경북북부이주노동자센터 센터장과 김현주 울산이주민센터 대표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사망자(자살 포함)는 뚜안을 포함해 총 33명이다. 단속을 피하려다 추락하는 사고 유형이 가장 많았다. 최근 3년간 사례를 보면 2024년 1월 광주에서 출입국 단속을 피해 도망치던 외국인 노동자가 심정지로 쓰러졌다. 같은 해 9월에는 경주시에서 단속을 피하던 외국인 노동자가 6m 높이 벽에서 추락해 숨졌다. 두 전문가는 “직접 담당하거나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알려진 사례만 모았다”며 실제 현장에서는 더 많은 사고가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정부는 2015년부터 작년 6월까지 코로나19 기간 3년을 제외하면 매년 2만~3만명 규모로 미등록 이주민을 단속했다. 이는 국내에 약 40만 명 규모로 추정되는 미등록 이주민의 약 5% 수준이다. 김헌주 센터장은 “강제단속을 실시하면 필연적으로 인명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실적 중심의 단속 행정과 열악한 근로환경이 미등록이주민 사망사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최희성 이주민 인권을 위한 행정사 모임 대표는 “많은 단속반원들이 삼단봉을 들고 고함을 지르며 수갑을 채우기 위해 뛰어다닌다”며 “미등록 이주민을 많이 단속할수록 본인의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임선영 이주인권 셋 대표는 “체류자격 비자별 미등록 체류율을 보면, 선원취업 비자가 45%로 가장 높고 일반연수 비자가 28.4%, 고용허가제 비자가 16%”라며 “사업장 변경 등 취업활동에 대한 제한이 없는 방문취업 비자의 미등록율은 3.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선원취업이나 일반연수처럼 사업장 변경이 어려운 비자에서 미등록 이주민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저임금, 임금체불, 위험한 노동조건, 열악한 숙소환경도 이주민이 제도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단속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측은 “민원이 들어오면 단속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단속만으로 미등록 이주민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데 공감한다, 체류 기간 만료 시 취업허가 직종 제한과 같은 문제들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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