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이 비상계엄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로 월담하는 의원들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류경진)는 1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8차 공판을 열었다. 법정에는 조 청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 청장은 이날 비상계엄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과 비화폰으로 6차례 통화했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첫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이 국회를 통제하라고 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렸다”며 “이후 국회로 월담하는 의원이 많다는 내용에 대해서 ‘다 잡아라, 체포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특검이 “윤 전 대통령이 ‘국회 들어가는 건 다 불법이다, 체포해라’라고 말했느냐”고 묻자 조 청장은 “그 워딩이 분명히 기억난다”고 답했다. 그는 6차례 통화 중 첫 통화는 국회 통제 관련 내용이고, 포고령 발령 이후 통화에서는 체포 관련 지시가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 지시를 받고도 이를 이상민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조 청장은 “이행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웠다면 보고 내용에 포함했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어 이행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에서 장관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또 비상계엄 선포 직전 삼청동 안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만찬 상황도 상세히 증언했다. 그는 “경찰 독려 만찬 정도로 생각하고 갔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대통령이 격앙된 어조로 야당과 종북세력에 대한 불만을 많이 쏟아냈다”며 “예상과 다른 분위기에 당황하며 듣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비상계엄을 하겠다는 말을 해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조 청장은 이 자리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메모가 적힌 A4용지를 나눠줬다고도 밝혔다. 조 청장은 “30년 공직생활에서 처음 보는 다소 조잡한 수준의 문서였다”며 “집중해서 읽을 상황은 아니었지만, 언뜻 보기에 ‘2200시 국회’, ‘2300시 민주당사’ 등이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특검이 “김 전 장관이 경찰 인력을 어디에 배치할지를 직접 그려가며 설명했느냐”고 묻자 조 청장은 “사실이 아니다. 필기구를 제가 보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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