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산은)이 차명계좌에 부과된 지방소득세를 부당이득이라며 국가와 지자체를 상대로 제기한 반환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냈다. 과세관청의 법 해석이 잘못됐더라도,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당연무효’에 해당하지 않는 한 곧바로 민사상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6일 산은이 대한민국(국세청)과 서울시·안양시·여수시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산은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이 사건은 검찰·국세청 조사로 사후에 차명계좌로 드러난 산은 명의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에 대해, 과세당국이 ‘비실명자산’으로 보고 90% 세율을 적용해 추가 세금을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산은은 해당 세액을 일단 납부한 뒤 “문제의 계좌는 단순 차명계좌에 불과해 금융실명법상 ‘비실명 금융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납부금 전액이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산은의 손을 들어줬다. 원천징수 대상이 아닌 소득에 대해 이뤄진 징수는 조세채무가 성립·확정되지 않은 상태의 납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납부금은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의 결론은 달랐다. 대법원은 조세의 과오납이 민사상 부당이득이 되려면, 단순한 위법만으로는 부족하고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당연무효’에 해당해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즉, 과세관청이 과세요건사실을 잘못 해석해 과세처분을 했더라도, 법 적용이 명백히 배제됐다고 판단돼 그 하자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 이를 즉시 무효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 역시 금융실명법 제5조 적용 여부 자체에 해석상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또 원천징수 방식의 소득세는 소득 지급 시 자동으로 확정되는 ‘자동확정방식’ 세금이고, 이후 과세관청이 하는 납부고지는 확정된 세액의 납부를 명하는 ‘징수처분’에 불과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따라서 과세관청의 해석이 다투어질 경우, 곧바로 부당이득반환소송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행정소송으로 다퉈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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