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40년 만에 남편이 돌연 ‘졸혼’을 선언하며 집을 나가 버렸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70대에 접어든 주부 A씨의 고민이 소개됐다.
A씨는 “아이들은 모두 결혼해 각자 생활하고 앞으로는 남편과 남은 삶을 편히 보낼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남편이 등산과 낚시 등을 이유로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한다. 대화를 시도하면 “말이 안 통한다”, “답답하다”라며 짜증만 냈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A씨는 남편이 방에서 다른 여성과 전화하는 장면을 우연히 듣게 됐다. 평소와 완전히 다른 다정한 말투였다. A씨가 “다 늙어서 바람났냐”고 따져 묻자 남편은 변명조차 하지 않은 채 “내 사생활 간섭 말고 너도 네 인생 즐겨라”라고 말하며 냉랭하게 돌아섰다고 한다.
이후 남편은 “바람 좀 쐬고 오겠다”며 여행을 떠났고 며칠이 지나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자녀들과는 연락하는 듯했지만 A씨의 전화는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한참 뒤 도착한 문자는 ‘혼자 있고 싶다’ 단 한 줄이라고 전했다.
걱정된 A씨가 다시 전화를 걸자 남편은 “집에 돌아갈 생각 없다. 애들도 다 컸으니 이제 혼자 살겠다”고 말했다. 혹시 이혼이냐고 묻자 남편은 “이혼은 아니고 그냥 졸혼처럼 따로 살자”고 답했다.
A씨는 “40년을 함께 산 아내를 이렇게 밀어낼 수 있나. 더 큰 문제는 생활비”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남편은 경제권을 모두 쥐고 있으면서도 “이제 생활비 안 준다. 네 명의 예금 깨서 알아서 써라”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혼하고 싶지 않다. 젊어서 고생한 게 억울하다. 남편을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할 방법이 없냐. 남편이 벌고 있는데 생활비를 계속 받을 순 없느냐”고 상담을 요청했다.
김미루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우리나라 법체계에는 ‘졸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부부가 사실상 따로 살기로 합의했을 뿐, 법적으로는 부부의 권리·의무가 모두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부부에게는 ‘동거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부가 함께 살 장소가 합의되지 않을 경우 가정법원에서 동거 장소를 지정할 수 있고, 남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A씨는 ‘동거 심판 청구’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만약 법원의 결정이 내려졌는데도 남편이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남편이 일방적으로 생활비를 중단한 상황 역시 법적으로 문제 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부부는 서로 부양하고 협조할 의무가 있다”며 부양료 청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단, 금액은 A씨의 재산 상태 등을 고려해 판단된다고 한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남편이 장기간 무단으로 가출하고 생활비 지급까지 거부한다면 이는 재판상 이혼 사유로 인정될 여지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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