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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 보고 때마다 "더!"…尹 지시에 4배 뻥튀기

■감사원, 증원 추진과정 공개

복지부 당초 계획은 연 500명

저출산 등 인구 변화 보정 누락

부족 의사수 단순합산 등 부실

"역술인 천공 개입 없었다" 결론





2022년부터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초 증원안은 연 500명 규모였으나 사실상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로 연 2000명까지 크게 불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숫자는 부족한 의사 수를 추산하기 위한 합리적 추계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27일 감사원이 공개한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논리적 정합성이 미흡한 부족 의사 수 추계에 근거해 증원 규모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2023년 6월 조규홍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증원 계획은 연간 500명, 6년간 총 3000명이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연 1000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같은 해 10월 조 전 장관은 2025~2027년 1000명씩, 2028년 2000명 등 총 5000명을 늘리는 방안을 재차 보고했다. 이때도 윤 전 대통령은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같은 의중을 반영한 듯 이관섭 당시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조 전 장관에게 ‘2000명 일괄 증원안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이 전 실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2000명이라는 숫자를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처음에는 큰 숫자를 제시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그 결과 윤석열 정부는 의대 정원을 연 2000명 규모로 5년간 증원하기로 최종 결정했고 지난해 전공의 파업과 의대생 집단 휴학 등 의정 갈등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증원 숫자를 도출하는 과정이 엉성했다는 점이다. 2035년 시점의 부족 의사 수를 추계하는 과정에서 지역 간 의사 수급 불균형을 의미하는 수치를 이용하는가 하면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 변화를 고려한 보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역술인 천공의 개입설에 대해 감사원은 “2000명은 이 전 실장이 처음 언급했고 천공의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의대 증원을 위해 교육 여건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의대 증원에 따른 대학별 배정 인원을 결정하기 위한 배정위원회에는 정작 교육 여건을 평가할 만한 인사가 포함되지 않았다. 대학별 현장 점검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는 “협회가 올 5월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제기했던 핵심 문제점들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면서 “2년 동안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책임자들에 대한 분명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감사는 올 2월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라 실시됐다. 감사원은 9월부터 운영쇄신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국민권익위원회 감사, 서해 피살 공무원 감사 등 전 정부에서의 감사를 잇따라 재점검해 절차상 위법행위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 5개월이 지난 초기인 만큼 전 정권 시기의 사안에 대한 감사 자체는 불가피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치 감사’의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이날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지난 3년간 감사 활동 및 감사원 운영이 독단적으로 이뤄졌다는 대내외의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고 감사원에 대한 유례없는 신뢰성 저하로 이어졌다”면서 “운영쇄신TF의 활동은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바로 세우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한 철저한 자기 검증이자 반성의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통령 소속이라는 감사원의 특성상 정권이 바뀔 때마다 끊이지 않는 편향성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정부의 1호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감사원의 국회 이관 등이 해법으로 논의돼왔다. 박현석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다만 국회로 이관한다고 해서 당파성이 사라진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해외 사례처럼 여러 정당이 감사원장 선임에 참여하는 등 초당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정책 감사의 경우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과거의 잘못을 처벌하자’는 방향이 아닌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뤄져 최적의 정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영국·일본의 감사원은 모두 의회 소속이다. 또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모두 회계감사와 정책 감사를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감사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감사원장을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추천한 인사 중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영국의 경우 야당이 소관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감사 감독을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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