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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앞에 드러난 대학의 '약한 고리' [기자의 눈]

황동건 사회부 기자


“저희 강의에서 발생한 중간고사 부정행위 의심 정황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인해 많은 수강생분들께 걱정과 혼란을 끼쳐 드렸습니다.”

최근 고려대 한 대형 교양수업 게시판에 올라온 공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 과목은 앞서 2학기 중간고사를 전면 무효화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학생들이 비대면 시험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오픈채팅방을 이용해 답안을 공유한 정황이 확인되면서다. 재시험을 공지하며 내건 새로운 기준이 ‘GPT킬러’ 기준 5% 미만의 표절률이었다. 그러나 “관리 부실의 책임을 나머지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조치”라는 반발이 대자보를 통해 나오자 교수진이 곧장 철회 의사를 밝혔다.

사과 공지는 이런 맥락에서 올라왔다. 그런데 이 글을 GPT킬러로 확인해 보면 표절률 6%가 나타난다. 먼저 올라온 재시험 공지도 숫자는 마찬가지다. 철회되기는 했지만 당초 교수진이 제시한 기준을 스스로도 통과하지 못한 셈이다. 대학가도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우왕좌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어느 한 학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연세대에서도 다수의 학생이 온라인 시험 도중 웹캠 사각지대를 만들거나 ‘챗GPT’ 등 허용되지 않은 프로그램을 띄워 부정행위를 저지른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대는 지난달 교양 과목 한 분반의 시험에서 일부 학생이 AI를 이용해 문제 풀이를 한 사례를 확인했다. 다른 수강생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일부 학생의 일탈임은 물론 분명하다.



그러나 대학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부정행위는 예전부터 있어왔던 일인데 이번만 유독 시끄럽다”는 대학가 일각의 반응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본질은 생성형 AI가 대학 교육의 ‘약한 고리’를 정면으로 드러냈다는 데 있다. 허술한 비대면 시험이나 의미 없는 암기식 문항이 대표적이다. 복사·붙여넣기가 가능한 답안은 생성형 AI 앞에서 가장 먼저 무너진다. 해법이 사설 탐지 프로그램에 기대는 방식뿐이라면 문제는 더 깊어진다. “수년째 같은 문제를 ‘족보’대로 출제하는 교수들이 적잖은데 시험에 AI를 쓰는 것만 문제 삼는다”는 학생들 불만도 가볍게 들을 일만은 아니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질문과 과제를 고민하지 않는 대학은 스스로 가치를 잃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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