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전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을 군사기밀 누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윤석열 정부 시기의 감사 결과가 앞으로도 잇따라 뒤집힐 것으로 예상돼 감사원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감사원 운영 쇄신 태스크포스(TF)는 2023년 12월과 2025년 6월 각각 시행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북한 감시초소(GP) 불능화 부실 검증’ 감사에서 최 전 원장 등 관련자들의 군사기밀 누설이 확인됐다고 26일 밝혔다. 일례로 서해 감사는 감사 과정에서 감사위원회의 비공개 결정에도 불구하고 2급 군사기밀이 담긴 보도 자료가 두 차례 배포됐다. 당시 담당 과장은 “해당 군사비밀이 보도 가능한 수준”이라는 국방부의 검토를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TF 확인 결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TF는 이와 관련해 최 전 원장, 유 전 사무총장을 포함한 관계자 7명을 업무상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TF는 유 전 사무총장의 인사권·감찰권 남용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2022년 6월 특정 직원이 감사 자료를 삭제하고 있다며 감사원장으로부터 감찰 승인을 받았다. 이어 당시 감찰담당관을 불러 비위 사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채 직원 5명의 업무용 컴퓨터를 즉시 수거하고 조사 개시를 통보하도록 했다. 조사 개시 통보는 객관적 비위가 확인된 사건일 때 가능하다. 이후 5개월간 이뤄진 조사에서 자료 삭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유 전 사무총장은 비위 혐의자로 지목된 이들을 당일 즉시 대기 발령 조치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인사 부서 직원들은 관련 법령에 어긋나고 보복성이 강하다는 거부 의견을 제시했으나 유 전 사무총장의 측근인 인사과장으로부터 “총장 지시대로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밖에 유 전 사무총장은 인사 규정에 반해 직무성적평가 등급 변경에 관여하거나 14차례에 걸쳐 감사원 내부 전산망에 경고성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유 전 사무총장은 반박문을 통해 “서해 감사 관련 군사기밀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발생 당시 국방부가 이미 국회 또는 언론에 발표한 내용이 대부분이며 안보 업무 관련자 등의 국기문란이 밝혀진 만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적극 공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사권·감찰권 남용 지적에 대해서는 “전보 인사는 인사권자의 권한이며 대기 발령은 보수·인사 등의 불이익이 없다”면서 “감사원장을 속여 직원을 조사하게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운영 쇄신 TF는 윤석열 정부 시절 ‘표적 감사’ 논란에 휩싸인 안건을 재점검하기 위해 올 9월 출범했다. 이달 20일에는 윤 정부 시절 국민권익위원회 대상의 감사가 시작부터 위법했다는 결론을 공개한 바 있다. 전 정부 시기의 감사 결과를 번복하는 사례는 앞으로도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잡음이 계속된 만큼 감사원의 독립성·중립성을 지킬 근본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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