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2000년간 조용했던 에티오피아의 하일리구비(Hayli Gubbi) 화산이 폭발하면서 주변 지역은 물론 인도·중동 항공편까지 잇달아 차질을 빚고 있다.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북부 아파르 지역에 자리한 이 화산은 23일(현지시간) 갑작스러운 강진과 함께 분출을 시작했다. 거대한 폭음과 함께 화산재 기둥이 치솟아 오르며 하늘을 검게 뒤덮었고 인근 마을 주민들은 “폭탄이 터진 줄 알았다”며 혼비백산한 상황을 전했다. 한 주민은 “연기와 재가 순식간에 번지더니 주변이 완전히 암흑처럼 변했다”고 회상했다.
이번 폭발은 기록상 첫 분화로 분류됐다. 스미스소니언 연구소 산하 세계 화산활동 프로그램은 이 화산이 홀로세(약 1만 1700년 전부터 현재까지) 기간 동안 분출 흔적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한다. 외딴 지역에 위치해 직접적인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반경 30㎞ 내 9000세대 규모의 마을들은 화산재 낙진으로 덮였고 일부 관광객들은 이동이 막혀 발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화산재가 아프리카를 넘어 홍해를 지나 아라비아반도까지 퍼졌다는 점이다. 프랑스 툴루즈 VAAC(화산재 권고 센터)는 화산재 기둥이 약 1만 4000m 상공까지 상승했으며 이후 예멘·오만을 거쳐 파키스탄과 인도 북부까지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항공기 안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항공기 레이더 서비스 ‘플라이트레이더24’는 25일 기준 화산재가 인도 북부 상공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인도 항공사 에어인디아는 규제당국 지침에 따라 24~25일 사이 운항 예정이던 11편을 일시 취소하고 화산재 노출 가능성이 있는 항공기의 예방 점검에 들어갔다. 같은 기간 아카사 항공도 제다·쿠웨이트·아부다비 등 중동행 항공편을 줄줄이 취소했다.
인도 기상청은 화산재 구름이 현재 중국 쪽으로 이동 중이며 25일 오후께 인도 상공에서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항공사들은 기체 점검에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어 운항 정상화까지는 다소 지연이 예상된다.
한편, 현재까지 화산 분화로 인한 직접적인 사상자나 대규모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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