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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시작도 전에 터지는 '헌법존중TF' 부작용… 경찰 '경쟁자 제거용' 투서 빗발 [채민석의 경솔한이야기]

총경 인사 앞두고 투서 남발

경찰국 사태 관련자에도 칼 끝

고위직 물갈이해 조직장악 가능성

조사 대상 된 말단 경찰관들 사기 저하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자문위원 위촉식을 마친 뒤 위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태범 전 방통대 행정학과 교수,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김정민 법무법인 열린사람들 대표변호사,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공무원을 색출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가 국무총리실 산하로 공식 출범하고 49개 부처에 TF 구성을 지시했다.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사당 현장에 출동한 인원이 많은 경찰 또한 3개 반 20여 명 규모의 TF 구성을 완료했다. 내란 가담자를 가려내기 위해 대대적인 정리 작업에 나서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적이지만 TF가 활동하기 전부터 그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21일 경찰청은 황정인 총경을 TF 실무팀장으로 하는 구성안을 이른 시일 내로 정부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 총경은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 당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총경회의’에 참석했다 좌천성 인사 대상이 된 바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경미한 가담행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인사 조치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데다, 윤석열 정권에서 가장 논란이 됐었던 경찰국 관련 인사가 실무팀장 자리를 맡게 되자 경찰 내부에서는 소위 ‘숙청 대상’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비상계엄 가담자 적발을 명분 삼아 경찰국 사태로 밀려난 인사들을 대신해 내부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던 불편한 인사들을 한 번에 물갈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총경 이상 계급은 14만 명의 경찰 중 0.5%가량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부가 기조에 맞는 인물들을 요직에 배치, 조직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유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상 칼자루를 TF가 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도 밝히자 경찰 내부에서는 ‘투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당초 상반기 말에서 하반기 초 사이에 인사가 났어야 하지만 각종 정치적 이슈와 APEC 등 행사 등으로 밀린 상황이다. 총경 전보 인사도 이달 말께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이 또한 불투명한 상황이다.TF가 조사를 마친 뒤 승진 대상자를 다시 분류해야 전보 인사도 가능할 전망이다.

때문에 내부에서는 승진을 위해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특정 보직에 있었거나 출신 지역이나 학교 등을 언급하며 계엄 가담 가능성을 무차별로 제기하는 투서도 이미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경찰 고위직 관계자는 “이미 TF 활동 시작 전부터 내부에서 투서가 쏟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며 “총경 이상 계급은 승진 난도가 높은 만큼 경쟁자를 음해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투서를 TF가 과연 잘 가려낼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승진 전쟁을 벌이고 있는 고위직은 물론, 물리적으로 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기 어려운 경감 이하 실무 경찰들도 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경찰 조직 전반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 12·3 비상계엄 당시 현장 인근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은 이번 TF 조사를 앞두고 휴대전화 제출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 제출은 자율에 맡긴다고는 했지만 실제 제출을 하지 않았을 때 어떤 불이익이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 앞에 출동해 안전관리를 목적으로 시민들을 단속하거나 윗선의 지시로 국회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막은 현장 경찰관들의 불안감은 더하다. 당시 고위직이 아닌 경찰관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이 어려웠던데다 ‘상명하복’을 원칙으로 하는 경찰 조직의 업무 특성상 자체적으로 판단을 할 여지가 사실상 없었다. 그러나 이번 TF 조사를 계기로 졸지에 계엄 가담자로 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내부에서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당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현장에 나갔던 한 경찰관은 “직위를 불문하고 휴대전화 제출을 피해갈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뒤숭숭하다”며 “많은 동료들이 ‘선을 넘었다’고 말하는 등 사기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한 고위 관계자 또한 “내란 재판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무원 개개인에게 가담 혐의가 있는 지 들여다 보는 것은 행정낭비”라며 “집권 6개월이 다 돼가는 시점에 공직자를 상대로 검열에 나서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활동 시작도 전에 터지는 '헌법존중TF' 부작용… 경찰 '경쟁자 제거용' 투서 빗발 [채민석의 경솔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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